거닐다 12

나무 아래에서의 깨달음

대전시청역 사거리는 언제나 번잡하다. 길이 넓어 신호등은 한 바퀴 돌아오는데 대략 5분은 걸린다. 나는 대전지방법원에서 약간 떨어진 이곳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7년 전, 이곳으로 사무소를 옮긴 이후로 법원에 갈 때, 우체국에 들를 때, 점심을 먹으러 나갈 때마다 이 사거리를 건넜다. 어느 6월의 한낮, 나는 점심을 먹으러 사무실을 나섰다.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인지, 햇살은 유난히 따가웠고 온도계는 섭씨 30도를 가리켰다. 더위를 피해 자연스럽게 나무 그늘 아래에 섰다. 땀을 훔치며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길 기다렸다.한참을 기다리다가 문득 '이 나무가 원래 여기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가 너무 생소하게 느껴졌다. 마치 영화 속 평행우주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모든 ..

거닐다 2024.06.21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미움받을 용기"를 읽으면서, 아들러 심리학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찾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며, 삶의 변화를 위한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책을 통해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아들러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신념입니다. 우리는 종종 과거의 경험과 상처에 얽매여 현재의 삶을 제약받곤 합니다. 하지만 아들러는 과거가 우리의 현재를 결정짓지 않으며, 언제든지 새로운 선택을 통해 변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마치 묵은 나무가 아닌, 새로운 씨앗을 심어 다시 자라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과거의 실패에 집착하기보다는, 새로운 기회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거닐다 2024.06.09

꿈속의 재회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뜨겁게 사랑했다. 그 사랑은 세상의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운명은 그들의 사랑을 시련으로 몰아넣었다. 어느 날, 남자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여자는 홀로 남겨져 깊은 슬픔과 고통 속에서 신음하며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그리움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녀의 꿈에 그가 나타났다.꿈속에서 그는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여자는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가슴이 떨렸다. "이건 꿈이야," 그녀는 자신에게 되뇌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꿈이라도 좋았다. 그는 여자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말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따뜻하고 다정했다.여자..

거닐다 2024.06.05

커피 중독과 짧은 행복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이쯤 되면 사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접 생두를 사서 굽고, 내려 마시는 것은 나의 일상 중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다. 향긋한 커피향이 집 안에 가득 퍼질 때면, 내 마음도 함께 따뜻해진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답답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 이거 뭔가 잘못됐다 싶었다. 그래서 “금커피”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말 그대로 커피를 끊어보는 것이다. 처음엔 쉽지 않을 것 같았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커피를 끊으니 신기하게도 심장의 두근거림과 답답한 느낌이 사라졌다. 몇일 지나니 밤에 깊이 잠드는 경험도 하게 되었다. 전에는 한두 번씩 깨어 소변을 보곤 했는데, 이제는 밤새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잘 수 있..

거닐다 2024.05.27

무용지용(無用之用)의 지혜

어느 깊은 산속에 못생긴 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나무는 뒤틀리고 울퉁불퉁해서 목수들의 눈길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반면, 곧고 아름다운 나무들은 하나둘씩 목수들의 도끼에 베여 사라져갔습니다. 이렇게 못생긴 나무는 도끼에 찍힐 일이 없어서 천수를 누릴 수 있었죠. 바로 이것이 '무용지용'입니다. 쓸모없어 보이는 것의 진짜 쓸모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중국 고대 철학자 장자의 이야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장자는 친구 혜시와의 대화를 통해 이 개념을 설명했습니다. 혜시는 자신의 집에 큰 나무가 있는데, 몸통은 뒤틀리고 가지는 꼬불꼬불해서 쓸모없다고 불평했습니다. 그러자 장자는 그 나무를 넓은 들판에 심고 그 그늘 아래서 쉬어보라고 조언했습니다. 도끼에 찍힐 걱정 없이 마음껏 자랄 수 있다고 말입니다..

거닐다 2024.05.25

[독서] 오래된 질문 - 내 안의 두려움을 마주하는 인생의 지혜를 찾아서

두려움이 인간의 본능이고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두려움은 자주 우리 마음을 황폐화하고 타인에 대하여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만듭니다. 나 역시 이런 두려움 극복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내 안의 두려움을 마주하는 지혜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읽어보았습니다. 읽어보니 좀 알겠는데, 제대로 실천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나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주변에 점점 높은 담을 쌓기도 합니다. 지위나 지식, 재산 같은 것들을 최대한 많이 쌓아 올리는 데 집착하고 매달립니다. 그러면 본인은 안전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그 안에 갇혀버리고 마는 거죠.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을 비우고 허물어야만 합니다. 자존심이 센 사람은 나 자신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남과 견주어..

거닐다 2021.09.19

돈의 심리학, 오랜만에 빠져들었던 책이다.

부제가 “당신은 왜 부자기 되지 못했는가”인데, 그 답은 “저축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로 요약되는 것 같다. 이미 스포일 해버렸다. 너무 싱거워서 갑자기 재미없을 것 같은 책이 되어 버렸는가? ㅠㅠ 그러나 사람마다 처지가 다르므로 누군가에게는 도움는 말이 될 것이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문구 몇 개 적어 본다. - 투자 노력과 투자 결과 사이에는 상관성이 거의 없다. - 시간은 작은 것을 크게 키우고, 큰 실수를 약화시킨다. - 일이 잘 풀릴 때는 겸손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일이 잘못될 때는 용서와 연민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 - 세상에 대한 관점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우리는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 무언가가 사실이기를 간절히 바랄수록 그게 사실일 확률을 과대평가..

거닐다 2021.03.20

나폴레옹, 야망이 누구보다 컸던 작은 거인

2021년 목표는 하루 1시간씩 독서를 하는 것이다. 바쁠 때는 30분, 아예 못 읽는 날도 있지만, 여유가 생기면 2시간, 3시간씩 읽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2021년 3월 1일 현재 스코어 11권 독서 완료다. 11번째 책은 ‘나폴레옹’이었다. 야망이 누구보다 컸던 작은 거인! 이런 생각도 해봤다. 황제가 되어 전 유럽대륙을 자신의 영향권 아래 두고 스페인, 네덜란드, 나폴리 등에 자신의 일가 친척들을 왕으로 세워 드넓은 프랑스 제국을 형성했을 때, 그때 만족하고 군사력은 방어에 집중하고 내치에 힘쓰는 등 현상유지만 했더라면 프랑스는 지금 영국처럼 군주제를 유지하며 아마 나폴레옹 10세까지 나오지 않았을까? 굳이 60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를 침공하여 한 방에 폭망하는 길을 선택해야만 했을까? 솥뚜..

거닐다 2021.03.01

게으름에 대한 찬양(In Praise of Idleness)

게으름에 대한 찬양(In Praise of Idleness) Bertrand Russell 지음 송은경 옮김 지금까지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양심을 형성해 왔다. 그러나 내 소신을 많이 바뀌었다. 세상에는 일이 너무나 많으며, 근로가 미덕이라는 믿음에 의해 엄청난 해악이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현대 산업 국가에 필요한 설교는 지금까지 늘 해오던 것과는 전혀 달라야 한다. 행복과 번영에 이르는 길은 조직적으로 일을 줄여가는 것입니다. 사람은 돈을 벌어서 그 돈을 쓰고, 그 쓴 돈이 고용을 창출한다. 사람이 번 돈을 쓰고 사는 한, 돈을 벌 때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가져온 만큼의 빵을 돈을 쓸 때 사람들의 입에 넣어준다. 이런 견지에서 본다면, 진짜 악당은 수입을 저..

거닐다 2021.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