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청역 사거리는 언제나 번잡하다. 길이 넓어 신호등은 한 바퀴 돌아오는데 대략 5분은 걸린다. 나는 대전지방법원에서 약간 떨어진 이곳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7년 전, 이곳으로 사무소를 옮긴 이후로 법원에 갈 때, 우체국에 들를 때, 점심을 먹으러 나갈 때마다 이 사거리를 건넜다. 어느 6월의 한낮, 나는 점심을 먹으러 사무실을 나섰다.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인지, 햇살은 유난히 따가웠고 온도계는 섭씨 30도를 가리켰다. 더위를 피해 자연스럽게 나무 그늘 아래에 섰다. 땀을 훔치며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길 기다렸다.한참을 기다리다가 문득 '이 나무가 원래 여기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가 너무 생소하게 느껴졌다. 마치 영화 속 평행우주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모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