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닐다

커피 중독과 짧은 행복

이두철변호사 2024. 5. 27. 11:50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이쯤 되면 사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접 생두를 사서 굽고, 내려 마시는 것은 나의 일상 중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다. 향긋한 커피향이 집 안에 가득 퍼질 때면, 내 마음도 함께 따뜻해진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답답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 이거 뭔가 잘못됐다 싶었다. 그래서 “금커피”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말 그대로 커피를 끊어보는 것이다. 처음엔 쉽지 않을 것 같았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커피를 끊으니 신기하게도 심장의 두근거림과 답답한 느낌이 사라졌다. 몇일 지나니 밤에 깊이 잠드는 경험도 하게 되었다. 전에는 한두 번씩 깨어 소변을 보곤 했는데, 이제는 밤새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잘 수 있었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 일과 중 피로감도 줄어들고, 일에 몰두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내 몸에서 독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랄까? 뿌듯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역시 세상 일이란 한쪽만 좋을 수는 없는 법. 밤에 잠자는 시간이 늘어났고, 낮잠 자는 횟수와 시간도 늘어났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기가 어려워 비몽사몽인 경우도 많아졌다.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으면, 커피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러던 중 2주일 정도 지나자, 커피가 너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내적 갈등이 시작됐다. 그러다 오후 네 시쯤, 결국 ‘한 잔쯤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커피숍으로 향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손에 들고, 한 모금을 망설이다 마셨다.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단 한 모금에 말이다. 반 잔을 마시는 동안 행복감이 밀려왔다. 역시 커피는 나의 행복한 일상에 없어선 안 될 존재였다.

그 이후로 하루 한 잔만 마시자는 결심으로 커피를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으로 간사해서, 점차 하루 두세 잔을 마시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다시 심장의 두근거림과 답답함이 찾아왔다. 다시 커피를 중단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담배 끊기, 술 끊기, 게임 끊기, 마약 끊기가 어렵다고 하는구나 싶었다. 그들의 고충이 이제는 새삼 이해가 되었다. 나의 작은 커피 중독 경험을 통해, 모든 중독이 다 비슷한 원리로 사람을 사로잡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와 함께한 그 짧은 행복의 순간들. 그 따뜻함과 맑아지는 기분은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다. 앞으로도 건강을 생각해 조절하며, 커피와 행복하게 공존할 방법을 찾아보아야겠다. 이 또한 나만의 작은 도전이자 즐거움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