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청역 사거리는 언제나 번잡하다. 길이 넓어 신호등은 한 바퀴 돌아오는데 대략 5분은 걸린다. 나는 대전지방법원에서 약간 떨어진 이곳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7년 전, 이곳으로 사무소를 옮긴 이후로 법원에 갈 때, 우체국에 들를 때, 점심을 먹으러 나갈 때마다 이 사거리를 건넜다.
어느 6월의 한낮, 나는 점심을 먹으러 사무실을 나섰다.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인지, 햇살은 유난히 따가웠고 온도계는 섭씨 30도를 가리켰다. 더위를 피해 자연스럽게 나무 그늘 아래에 섰다. 땀을 훔치며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길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문득 '이 나무가 원래 여기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가 너무 생소하게 느껴졌다. 마치 영화 속 평행우주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대부분 비슷했지만, 약간 다른 느낌이었다.
7년 동안 수없이 이 사거리를 건너왔는데 왜 이렇게 큰 나무가 있는지 몰랐을까? 왜 이제서야 이 나무가 눈에 들어온 걸까? 아마도 날씨가 더워 그늘을 찾는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리라. 나의 인식은 그 순간에야 비로소 그 나무를 받아들였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선택적인가를 새삼 깨달았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 관심을 기울이고, 그 외의 것들은 쉽게 지나친다. 나무는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나는 필요할 때까지 그것을 보지 못했다.
이 깨달음은 나의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도 바꾸어 놓았다.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도 나처럼 당장의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테니까.
나무는 그렇게 나에게 그늘뿐만 아니라 작은 깨달음도 주었다.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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