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정보/5. 기계

폐비닐을 녹여서 펠릿(재생칩)을 만드는 기계 설비를 제작·공급하는 계약에서, 설치한 기계 설비가 계약된 성능에 미달하고 중대한 결함이 있는 상태에서, 공급자가 시운전을 중단한 경우, ..

이두철변호사 2023. 11. 3. 19:08

[판결요지]

 

원고(공급자)와 피고(발주자)는 폐비닐을 녹여서 펠릿(재생칩)을 만드는 기계 설비를 제작·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공장에 이 사건 기계를 설치하고 시운전을 했으나 약정한 생산량이 나오지 않아서 시운전을 중단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기계 설치와 시운전을 종료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잔대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면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이 사건 기계가 계약된 성능에 미달하였고 중대한 객관적 결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시운전을 중단하고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일의 완성 부정)하여 피고의 반소를 전부 인용(계약해제 인정)하였다.

 

[판결문]

 

대구지방법원 2021305206(본소) 기계대금, 2021305213(반소) 계약금 등 반환 청구의 소

원고(반소피고), 피항소인 A

피고(반소원고), 항소인 주식회사 B

 

주문

 

1. 1심판결을 아래와 같이 변경한다.

2. 원고(반소피고)는 피고(반소원고)에게 128,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20. 5. 28.부터 2022. 12. 14.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반소피고)의 본소청구와 피고(반소피고)의 나머지 반소청구를 각 기각한다.

4. 소송 총비용은 본소, 반소를 합하여 원고(반소피고)가 부담한다.

5. 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본소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는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에게 51,730,000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본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반소원고는 피고에게 128,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반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본소청구를 기각한다. 반소 청구취지와 같은 판결.

 

이유

 

본소와 반소를 함께 본다.

 

1. 기초 사실

 

. 원고는 ‘C’이라는 상호로 중고기계 도매업을 하는 사람이고, 피고는 폴리에스터 재섕칩 제조업 등을 하는 회사이다.

 

. 원고와 피고는 2019. 4. 8. 원고가 폐비닐을 녹여서 펠릿(재생칩)을 만드는 기계 설비(이하 이 사건 기계라 한다)를 제작하여 피고에게 납품하는 내용의 기계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매매대금 지급은 다음과 같이 약정하였다.

매매대금176,000,000(부가가치세 포함)

계약금 : 64,000,000(2019. 4. 9.)

중도금 : 64,000,000(2019. 4. 19.)

잔대금 : 48,000,000(기계 설치 완료 후 시운전 종료와 동시 지급)

 

. 이 사건 매매계약에 앞서 원고가 피고에게 제시한 견적서에는 이 사건 기계를 구성하는 개별 기계들이 대부분 중고기계로 표시되어 있었다. 이 사건 기계는 개별 기계를 조합하여 재생칩을 생산하는 라인을 구성한 것으로, 본체는 1차 압출기(트윈압출기, 중고, 규격 200mm, 125HP), 2차 압출기(싱글압출기, 중고, 규격 180mm, 60HP), 냉각수통, 물털이기, 커팅기(중고, 5HP), 바이브레터, 원료저장통으로 구성되어 있고, 주변기계로는 비닐 탈수기, 쿨링타워, 집진기, 내부 덕트시설이 있다.

 

.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기계 매매대금으로 2019. 4. 8. 계약금 64,000,000, 2019. 4. 19. 중도금 64,000,000원 합계 128,000,000원을 지급하였다.

 

. 원고는 2019. 5. 중순경 피고의 공장에 이 사건 기계를 설치하고 시운전을 해보았다.

 

. 원고는 피고에게 중국 수입철망 341만 원 상당과 컴프레서 198만 원 상당을 공급하였다.

 

2. 당사자들의 주장

 

.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기계 설치와 시운전을 종료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잔대금 4,800만 원과 중국 수입철망 잔금 175만 원, 컴프레서 대금 198만 원 합계 5,173만 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 피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에게 24시간 기준 11-12, 시간 당 500kg 정도의 재생칩을 생산할 수 있는 기계를 설치하여 주겠다고 약정하였는데, 원고는 이 사건 기계를 시운전해 보았으나 약정한 양의 재생칩을 생산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운전을 중단하여 원고는 시운전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기계는 시간 당 500kg의 재생칩을 생산하지 못하여 약정한 성능을 갖추지 못하였으며, 이 사건 기계를 구성하는 탈수기, 절단기, 집진기 등에 하자가 있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아니한다. 결국 이 사건 기계는 정상적인 성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일이 완성되지 못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기계의 잔대금과 그 밖의 기계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오히려 위와 같은 원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반소장의 송달로써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는 의사표시를 하여 이 사건 계약은 해제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기계 잔대금과 중국 수입철망 잔금, 컴프레서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고, 도리어 원고가 원상회복을 위하여 피고에게 계약금과 중도금 합계 12,800만 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3. 판단

 

. 관련법리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의 주문에 따라 자기 소유의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물건을 공급하기로 하고 상대방이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이른바 제작물공급계약은 그 제작의 측면에서는 도급의 성질이 있고 공급의 측면에서는 매매의 성질이 있어 대체로 매매와 도급의 성질을 함께 가지고 있으므로, 그 적용 법률은 계약에 의하여 제작 공급하여야 할 물건이 대체물인 경우에는 매매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만, 물건이 특정 의 주문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부대체물인 경우에는 당해 물건의 공급과 함께 그 제작이 계약의 주목적이 되어 도급의 성질을 띠게 된다. 한펀, 제작물공급계약에서 보수의 지급시기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의 특약이나 관습이 없으면 도급인은 완성된 목적물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수급인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때 목적물의 인도는 완성된 목적물에 대한 단순한 점유의 이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도급인이 목적물을 검사한 후 그 목적물이 계약내용대로 완성되었음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시인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의미이다.

도급계약에 있어 일의 완성에 관한 주장·입증책임은 일의 결과에 대한 보수의 지급을 청구하는 수급인에게 있고, 제작물공급계약에서 일이 완성되었다고 하려면 당초 예정된 최후의 공정까지 일단 종료하였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목적물의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고 있어야 하므로, 제작물공급에 대한 보수의 지급을 청구하는 수급인으로서는 그 목적물 제작에 관하여 계약에서 정해진 최후 공정을 일단 종료하였다는 점뿐만 아니라 그 목적물의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 고 있다는 점까지 주장·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21862 판결 참조).

 

. 인정사실

갑 제1 내지 14호증, 을 제1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1심 증인 E의 증언, 1심 감정인 D의 감정결과(감정보완 포함), 당심 감정인 F의 감정결과(감정보완 포함), 1심법원의 현장검증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이 사건 기계의 작동 과정을 보면, 폐비닐을 비닐 탈수기로 탈수한 후 투입구에 투입하고, 연결된 1차 압출기에서 이를 가열하여 녹이고 쌍스크류를 회전시켜서 압출하여 2차 압출기로 투입하고, 2차 압출기에서는 유동적인 상태의 제품을 방사노즐 구멍을 통해 가닥의 형태로 뽑아내며, 이후 냉각수통을 거치면서 굳어진 가닥 형태의 제품이 커팅기의 커팅작업을 통해 재생칩으로 생산된다.

2) 피고를 위하여 원고와 교섭한 제1심 증인 E은 제1심에서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원고에게 이 사건 기계의 생산량에 관한 정확한 톤수 이야기는 한 사실이 없었지만, 110톤 전후는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였고 원고가 그에 맞는 기계를 설치해 준다고 말했다고 증언하였지만, 계약서에는 생산량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3) 원고는 2019. 5.경 이 사건 기계를 제작하여 피고 공장에 설치하고 시운전을 하였는데, 피고가 요구하는 생산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원고는 피고가 준비한 원료인 폐비닐에 이물질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제품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시운전을 중단하였고, 피고가 원고에게 시운전 생산량 미달을 이유로 설비보완을 요구하였지만, 원고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4) 이후 피고가 스크류를 개조해 보고 2차 압출기를 새로 구입하여 가동해 보는 등 자체 수리를 하여 가동을 하였으나 제품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그때부터 이 사건 기계는 피고의 공장에 설치된 채 그대로 방치되었다.

5) 1심 감정절차의 경과

) 2020. 9. 25.자 및 2020. 10. 23.자 시험생산에서는 이 사건 기계의 압출공정의 불안정과 커팅기의 작동 불안정으로 제품생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 2020. 11. 3.자 시험생산에서는 원고가 사전에 이 사건 기계 중 커팅기의 가이드 부분을 보완하고, 2차 압출기의 방사노즐 구멍수를 30개에서 18개로 줄이는 수선작업을 한 후 진행하였다. 재료 투입은 탈수기를 사용하여 투입하지 않고 투입구에 바로 투입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원고가 준비한 원료를 사용했을 때 시간 당 생산량은 526.5kg, 피고가 준비한 원료를 사용했을 때 시간 당 생산량은 270.5kg으로 나왔다. 1심 감정인은 두 제품 형태는 거의 차이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 1심 감정인은 제품 생산량은 1차 압출기의 동력(토크, 회전수), 1차 압출기의 스크류의 형상(직경, 피치, 높이)과 재료의 유동에 관여하는 가열온도 등에 따라 1차적으로 결정되고, 2차 압출기의 제어특성에 따른 제품배출 안정성과 커팅기의 작동 조건(회전수, 커터 및 가이드) 등이 생산량에 최종적으로 영향을 주며, 소재에 이물질 다량 포함 시 공정운영의 안정성이 낮아질 수 있다. 1심 감정절차에서 공정 특성상 원고 측과 피고 측의 시간 당 생산량은 동일(원고측 커팅기 회전수 1,043rpm, 피고측 커팅기 회전수 L050rpm)하므로, 원고가 준비한 원료와 피고가 준비한 원료의 비중 차이에서 생산량의 차이가 생긴 것으로 추정하며, 그 비중 차이는 원고 재료 비중 : 피고 재료 비중 = 1.75 : 1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 의견은 공정 특성상 원고 측 원료와 피고 측 원료를 사용한 시간 당 생산량은 동일해야 하는데, 실제 생산량이 부피 면에서는 그다지 차이가 없으나 무게 면에서 재료의 비중 차이 때문에 크게 차이가 났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6) 당심 감정절차의 경과

) 2022. 5. 19.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기계의 현장조사를 진행하였는데, 피고는 원고가 막은 노즐을 복구하고 감정조사를 진행하기를 요구하였고, 원고는 노즐을 복구하고 피고가 개조한 스크루도 복원하여 감정조사를 진행하기를 요구하였다. 결국 당사자들과 감정인은 노즐과 스크루를 제1심 감정절차 진행 당시로 둔 채로 감정을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

) 2022. 6. 7. 진행된 감정조사에서 원고가 준비한 원료로는 3,975초 동안 533kg(시간 당 약 483kg)을 생산하였다. 원고가 준비한 원료는 순수한 공업용 폴리에틸렌 원료로, 이물질이나 수분이 전혀 없어 탈수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다(당심 감정인은 이를 상급으로 평가하였다). 한편 피고가 준비한 원료로는 4,060초 동안 305kg(시간 당 약 270kg)을 생산하였다. 피고가 준비한 원료는 공업용과 농업용이 혼합된 폐비닐 이었고, 농업 농막용 폴리에틸렌 원료는 탈수과정을 거쳤다(당심 감정인은 피고 준비 원료를 하급으로 평가하였다). 당심 감정인은 위와 같은 생산량의 차이는 원고와 피고가 제공한 각 원재료의 등급 차이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 원고가 준비한 원료는 이물질이 전혀 없어 탈수기를 통하지 않고 바로 투입구로 투입하였다. 피고가 준비한 원료는, 큰 비닐을 탈수기로 투입하는 경우 재료의 비산이 심하였고 탈수기에서 누출, 토출, 역류 등의 잦은 문제가 발생하였는데, 큰 비닐은 투입구에 바로 투입하고 농업 농막용 PE 중 작은 비닐은 탈수기를 통하여 소량씩 투입하자 작업이 안정화되었다.

) 원고가 준비한 원료 사용 시 1차 압출기 속도는 레버 8에 설정되었고, 2차 압출기 속도는 1,110rpm이었으며, 피고가 준비한 원료 사용 시 1차 압출기 속도는 레버 7에 설정되었고, 2차 압출기 속도는 1,025rpm으로 진행되다가 800rpm까지 떨어졌다. 당심 감정인은 피고가 준비한 원료의 공급이 적어 회전수를 낮추어 압출기 내부의 용융원료 공백을 맞춘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 구체적 판단

1) 생산량에 관한 약정의 존부

위 인정 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를 위하여 원고와 교섭한 E은 이 사건 계약 당시 110(시간 당 400-500kg) 정도의 생산량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증언한 점, 이 사건 기계와 같은 유형의 기계를 발주하면서 목표로 삼는 생산량을 약속하지 않고 발주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점, 1심과 당심에서 실시한 각 감정에서 피고 준비 재료로도 노즐 18개를 사용하여 시간 당 270kg 정도가 생산되었는데, 원래의 노즐 수 30개로 환산하면 450kg[= (270kg/18) x 30]이 되므로 적어도 2차 압출기의 용량은 110톤을 생산할 수 있는 규격임을 알 수 있는 점, 원고도 당초 시운전 당시 피고가 요구하는 생산량이 나 오지 않자 피고가 준비한 폐비닐에 이물질이 많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제시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계약 당시 이 사건 기계의 생산량을 110(시간 당 416kg) 정도로 약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이 사건 기계의 설치로 채무가 이행되었는지 여부

앞서 본 기초사실과 인정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 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기계는 약정된 성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고, 도급인인 피고가 이 사건 기계를 검사한 후 그 목적물이 계약내용대로 완성되었음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시인한 바도 없어 목적물이 피고에게 인도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기계에 피고가 준비한 원료를 투입하였을 때 시간 당 생산량은 제1심 감정에서 270.5kg, 당심 감정에서 270kg으로, 약정한 시간 당 생산량인 110(시간 당 416kg)에 현저히 미달한다. 한펀 원고가 준비한 상급 원료를 투입하였을 때 이 사건 기계의 시간 당 생산량은 제1심 감정에서 526.5kg, 당심 감정에서 483kg이었으며, 이는 약정한 시간 당 생산량에 해당하는 양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건 기계에 탈수기가 부속되어 있는 것은 사용되는 원료에 이물질이 있는 것을 당연히 예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통상적인 용어 의미에서 폐비닐은 이미 본래 용도에 사용되어 폐기할 비닐이므로 상급의 것만 공급하는 것을 전제로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어느 정도의 이물질이 묻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제1심 증인 E은 이 사건 계약 체결 전에 원고에게 농업용 폐비닐과 공업용 폐비닐을 주원료로 사용할 것이라고 미리 말했다고 증언한 점, 당심 감정인은 통상 압출기를 이용하여 재생 FE를 생산하는 경우 원재료가 상위 등급일 경우도 있고 하위 등급일 경우도 있어 혼재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힌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준비한 원료를 통한 생산량은 지나치게 좋은 재료를 사용한 결과이어서 이를 두고 약정한 시간 당 생산량을 충족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 당심 감정에서 피고 준비 재료 중 공업용 폐비닐과 농업용 폐비닐이 혼재된 비율을 알 수 있는 자료는 없지만, 1심 감정인과 당심 감정인이 모두 피고 준비 재료가 이 사건 기계의 용도에 적합하지 아니한 재료라고 밝히지 않은 점, 통상 압출기를 이용하여 재생 PB를 생산하는 경우 원재료가 상위 등급일 경우도 있고 하위 등급일 경우도 있어 혼재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힌 당심 감정인의 의견을 고려하면, 원고 준비 재료보다는 피고 준비 재료가 통상적인 폐비닐 등급 수준에 상대적으로 더 가깝다고 보인다. 당심 감정에서 원고 준비 재료를 사용한 생산량과 피고 준비 재료를 사용한 생산량의 평균은 시간 당 376kg[= (483kg + 270kg) ÷ 2인데, 이는 약정한 시간 당 생산량 416kg에 미치지 못하고, 피고 준비 재료가 통상적인 폐비닐 등급 수준에 보다 가까운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평균적 재료를 사용할 경우 시간 당 생산량이 위 평균값 376kg에도 미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원고는 2020. 11. 3. 시험생산 전에 2차 압출기의 방사노즐 수를 축소하였는데, 축소한 노즐의 수는 30개 중 12개로, 전체 노즐의 40에 달하고, 앞서 보았듯이 원래의 노즐 수 30개로 생산할 수 있다면 피고 준비 재료로도 시간 당 450kg[= (270kg/18) x 30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노즐을 막음으로 인하여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줄고 제품의 형태가 변형될 수 있고(1심 감정결과), 생산량 감소를 감수하면서 노즐을 막은 것은 원활한 압출이 담보되기 어렵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당시 감정결과). 그리고 2차 압출기의 사출량은 1차 압출기가 2차 압출기로 투입해 주는 재료의 양과 2차 압출기가 압출하는 압력에 따라 달라지는데(1심 및 당시 감정결과), 1심 감정과 당심 감정에서 1차 압출기와 2차 압출기의 연속작동에는 문제점이 없었다. 이는 1차 압출기의 성능이 노즐 12개를 막은 상태의 2차 압출기의 성능과 조화되었다는 것을 보여 주므로, 역으로 1차 압출기의 성능은 2차 압출기의 본래 기능에, 즉 노즐 30개를 사용하여 생산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2차 압출기의 방사노즐은 유동적인 상태의 제품을 가닥 형태로 뽑아내는 것으로, 제품 생산량에 직결되는 부분임을 고려하면, 비록 중고 기계였다고는 하나 피고가 전체 방사 노즐의 40를 막아야 기계를 가동할 수 있는 정도의 중대한 결함까지 용인해야 한다 고 볼 수 없다. 한편, 원고는 당심 감정에서 피고가 압출기 내부 스크류를 개조하여 일부 변형된 것을 들어 노즐 30개를 이용한 감정진행에 반대하였는데, 애초 시운전 당시 스크류 개조가 없었음에도 약정한 생산량을 달성하지 못하였던 점, 피고가 스크류를 개조한 것은 약정 생산량이 달성되지 않았음에도 원고가 이런 문제를 해소해 주지 아니하자 압출기의 개선책을 찾기 위한 방펀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의 스크류 개조로 인하여 1차 압출기와 2차 압출기의 사출압력이 감소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기계 중 탈수기는 작은 비닐을 소량씩 투입하는 경우에만 안정적으로 작동하는데, 이러한 작업형태는 정상가동으로 볼 수 없고(당심 감정결과), 원료의 상당한 비율이 탈수기를 통하여 투입구에 투입되는 것이 본래의 작업 모습인데, 당심 감정에서 2인의 작업자(중간 신호수 1, 세척기 1)가 추가되었음에도 피고 준비 원료를 투입하였을 때 탈수기에서 토출, 역류 등의 잦은 문제가 발생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탈수기를 본래 용도로 사용하여 작업하는 경우 당심 감정에서의 시간 당 생산량 270kg조차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계약의 목적물인 이 사건 기계는 계약서에서 재생압출기 및 집진기로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이처럼 이 사건 계약의 매우 중요한 목적물로 보이는 집진기는 누수로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이 사건 기계 가동 시 발생하는 연기와 분진을 빨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을 제1호증의 2의 기재에 의하면 적어도 이 사건 기계의 설치일로부터 3개월 정도가 지난 2019. 8. 21. 피고가 원고에게 집진기가 사용 불가능한 상태에 있음을 통보하였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집진기는 이 사건 기계의 설치 당시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였거나, 적어도 매우 쉽게 파손될 수 있는 정도의 불량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기계가 계약된 성능에 미달하였고 중대한 객관적 결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시운전을 중단하고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3)소결

결국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을 불이행하였으므로 피고에게 잔대금을 청구할 수 없다. 그리고 원고가 피고에게 공급한 수입철망과 컴프레서는 이 사건 기계의 소모품과 부속설비인데, 이 사건 기계의 설치에 수반하여 이 사건 기계와 함께 공급된 것으로서 이 사건 계약과 별도로 수입철망과 컴프레서를 거래히는 독립된 계약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기계를 철거하면 수입철망과 컴프레서는 쓸모가 전혀 없으므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계약이 해제되는 이상 수입철망과 컴프레서 대금을 청구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한편 피고는 반소장의 송달로써 원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는 의사표시를 하였고, 그로써 이 사건 계약은 해제되었다. 따라서 원고는 그 원상회복을 위하여 피고에게 계약금과 중도금 합계 128,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 건 계약이 해제된 이 사건 반소장 부본 송달일의 다음 날인 2020. 5. 28,부터 원고가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2. 12. 14.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 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피고의 반소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하여야 한다.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판결은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을 주문과 같이 변경한다.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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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두철 변호사 -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였고,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설비를 관리하며 기계엔지니어로 14년간 근무하였으며, 지금은 변호사로서 기계와 법률을 조화롭게 접목시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