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소득세를 낮추기 위해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엄연히 불법이지만 그렇다고 매매계약 자체를 무효라고 볼 수 없습니다.
계약이 성립하려면 그 목적이 적법해야 합니다. 그러나 법률에 위반된다고 하여 무조건 계약이 무효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법률을 크게 단속규정과 효력규정(강행규정이라고도 합니다)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단속규정은 위반해도 사법상 효력은 인정되지만 효력규정은 사법상 효력까지 없습니다. 단속규정과 효력규정의 구별기준은 명확히 없으며, 통상 판례에 따릅니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매계약 내용을 정확하게 신고하여야 하고, 거짓으로 신고하면 부동산 취득가액의 100분의 5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공법상 제재 규정일 뿐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정확한 부동산 거래신고 규정은 단속규정이라는 의미입니다.
소득세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당해 자산의 양도 당시의 기준시가가 아닌 양도자와 양수자간에 실제로 거래한 가액을 양도가액으로 하는 경우, 양도소득세의 일부를 회피할 목적으로 매매계약서에 실제로 거래한 가액을 매매대금으로 기재하지 아니하고 그보다 낮은 금액을 매매대금으로 기재하였다 하여, 그것만으로 그 매매계약이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로 된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다3285 판결).
대표적인 판례를 하나 소개합니다(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4다236410 판결).
K(매수인)는 L(매도인)과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실제 부동산 매매대금을 1억5,500만원이지만 매매대금을 7400만원으로 하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면 (양도소득세를 일부 안내도 되는 점을 감안하여) 1억5,000원만 지급하는 것으로 약속하였습니다. K는 계약금 4,000만원은 계약시 지급하였고, 잔금일에 나머지 돈을 지급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잔금일이 되어 K는 마음이 바뀌어 잔금으로 1억1,000만원만 지급만 이행의 제공을 하면서 다운계약서는 써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L은 당연히 화가 나겠지죠? L도 부동산을 매도할 수 없다고 하면서 K가 제공하는 1억1,000만원을 받지 않고 거절하였습니다.
K은 잔금지급채무의 이행제공을 하였는데 L이 수령거절하였기 때문에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위약금으로 계약금의 배액인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L은 K가 다운계약서 작성을 안해주니 자신도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것은 동시이행관계에 있으므로 정당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심은 K가, 2심은 L이 각 이겼는데, 대법원에서는 K가 이겼습니다.
대법원은 다운계약서의 사법상 효력을 인정하면서 다운계약서 작성 합의는 매매계약에서 주된 채무가 아니라 부수적 채무에 불과해 K가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L이 매매계약의 해제를 주장할 수는 없고, K의 다운계약서 작성 의무는 L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L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것입니다(위 판결에는 매도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다운계약서 작성 합의를 하지 말라는 깊은 뜻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매수인이 언제든지 변심해도 매수인에게 유리하니...). 위 사례의 경우 L은 K가 잔금으로 1억1,000만 원만 지급해도 그 돈을 일단 받고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한 후, K의 잔금 500만 원 미지급 행위를 채무불이행으로 보아 그 돈만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두철 변호사 올림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호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