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판결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0가단74975 사건은 기계 제작·납품 계약에서 발생한 하자와 그에 따른 계약 해제 및 손해배상 청구를 다룬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커피원액을 자동으로 충전하는 기계의 제작 및 납품과 관련된 이 사건에서,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계약의 해제와 손해배상 여부를 판단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사건 개요
- 원고(A사)는 커피충진기 자동화 시스템을 피고(B사)에게 납품하기로 계약.
- 계약금액은 1억 4,000만 원(부가세 별도).
- B사는 납품 완료 후 1억 3,200만 원을 지급하였고, 나머지 2,420만 원은 미지급 상태.
- A사는 본소에서 미지급 대금 청구, B사는 반소로 계약 해제 및 손해배상 청구.
쟁점 1: 계약 해제의 적법성
B사는 기계 일부에 수리 불가능한 구조적 하자가 있어 원래 용도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계 중 정상 작동하는 자동라벨기 등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 계약을 해제하고, 지급한 대금 중 그 부분의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판단을 내렸습니다.
- 기계는 구조적 결함이 있어 수리가 불가능하고, 목적대로 사용이 어려움.
- 피고(B사)의 계약 해제 통보(반소장 제출일)는 2019.12.19.로 적법한 해제 의사표시로 인정.
- 따라서 계약 중 하자 있는 부분은 해제되었고, A사는 수령한 대금 중 그에 해당하는 8,140만 원을 반환해야 함.
💡 상법 제69조 제1항(6개월 내 하자 통지 의무)은 ‘담보책임’에 관한 규정으로, 본 사건처럼 채무불이행에 기한 계약 해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 법원이 인정한 ‘일부 해제’의 근거
판결문을 보면, 피고(B사)는 전체 기계 중에서 정상 작동하는 일부(자동라벨기, 잉크젯 날인기, 텐테이블, 박스테이핑기)를 제외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만 계약 해제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법원은 이것을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즉, 전체 계약을 다 없앤 게 아니라 문제가 있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해제한 것으로, 이는 민법상 일부 해제에 해당합니다.
“피고가 이 사건 반소장을 통하여 이 사건 계약 중 자동라벨기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기계들에 대한 부분을 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는데… 이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계약 중 자동라벨기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기계들에 대한 부분은 2019. 12. 19. 피고의 해제 의사표시에 따라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할 것이다.”
(판결문 5쪽)
쟁점 2: 미지급 대금 청구의 타당성
A사는 B사로부터 2,420만 원의 잔금이 미지급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 계약은 이미 부분 해제되었고,
- A사가 이미 정상 기계에 해당하는 대금 이상을 수령했으므로,
- 본소 청구(미지급 대금 요구)는 이유 없음.
쟁점 3: 손해배상 청구
B사는 기계를 사용하지 못해 발생한 다음의 손해를 주장하며 3,70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 광고물 제작비: 900만 원
- 수작업 인건비: 2,800만 원
하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 광고물은 일부 사용된 사실이 있으므로, 제작비 전액을 손해로 볼 수 없음.
- 수작업 인건비 역시, 직원 고용이 기계 미작동 때문이라는 인과관계 불분명.
- 이러한 손해는 특별손해에 해당하므로, A사가 이를 예상하거나 인식했다는 증거 부족.
결론 및 시사점
이 사건은 기계납품계약에서 하자 발생 시 단순한 하자보다는 계약 목적의 달성 가능성, 즉 **기계의 ‘용도대로 사용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또한, 계약 해제와 손해배상 사이에는 명확한 인과관계와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며, 채무불이행 책임과 담보책임은 법적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 기계를 납품받은 기업 입장에서는 초기 검수와 하자 통보를 철저히 해야 하며,
✔️ 기계를 제작·판매하는 기업은 사후 유지보수와 하자 방지를 위한 적극적 조치를 강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