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3일 선고된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제1민사부 판결(2021가합51175, 2021가합52079 병합)은 공작기계 공급계약과 관련된 계약해제 및 대금 반환 청구 사건으로, 기계 하자의 정도와 계약의 목적 달성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주는 판례입니다.
▍사건 개요
- 원고(A): 금형 제조업자.
- 피고(B회사): 공작기계 제조업체.
- 쟁점: 방전기(EDM)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나, 기계의 떨림과 오차로 인해 작업 불능 → 원고는 계약 해제 및 대금 반환 청구, 피고는 반소로 잔금 청구.
▍핵심 사실관계
- 2019년 11월, 피고는 3억 원 상당의 방전기 1대를 제작, 원고 공장에 설치.
- 설치 직후부터 기계에서 좌측 헤드 떨림(0.09mm), 작업 불능, 요동작업 오류 발생.
- 약 2년 동안 피고가 수차례 수리·조정했으나, 정상적인 작동이 불가능했고, 감정 결과에서도 "정밀가공 작업 불가", "성능 개선 보장 불가", "장기간 수리 필요"라는 판단이 내려졌음.
▍법원의 판단 – 핵심 법리
1. 기계의 하자 인정
- 기계는 방전이 목적이 아니라, 정밀한 방전가공을 통해 제품 생산을 해야 하므로, 단순히 작동한다고 해서 정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봄.
- 실제 떨림, 작업 오차가 0.03~0.06mm에 달해, 작업 단위를 0.001mm로 입력하는 정밀기계로서 허용 공차 범위를 넘어선 하자 인정.
- 감정 결과상 떨림은 고쳐지지 않았고, 원고는 기계를 한 번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함.
2. 도급계약에 따른 계약 해제 요건 충족
- 민법 제668조: 하자가 중대하고 보수가 불가능하거나 장기간 요하는 경우 해제 가능.
- 이 사건 기계는 수개월 이상 수리해도 개선 여부가 불확실하며, 이미 수차례의 수리에도 정상 작동 실패 → 계약 목적 달성 불가능 인정.
- 계약서상 ‘인수 후 해제 불가’ 조항은 하자 없는 인수가 전제되며, 본건처럼 인수 자체가 완결되지 않은 경우엔 해당 없음.
3. 계약 해제와 대금 반환
- 계약은 2021. 4. 6. 소장 부본 송달로 적법하게 해제.
- 피고는 원고에게 기지급 대금 3억 800만 원 반환 의무.
- 법정이자: 2020. 9. 17.부터 2021. 4. 6.까지 연 5%, 이후 연 6% 적용.
- 원고의 연 12% 지연손해금 청구는 기각 (동시이행 관계에서 이행지체가 인정되지 않음).
▍반소는 왜 기각됐을까?
피고는 미지급 잔금 2,200만 원을 반소로 청구했으나, 계약이 해제됨에 따라 원칙적으로 지급 의무도 소멸. 따라서 법원은 별도로 판단할 필요 없이 반소 전부 기각.
✍️ 총평 – 단순 작동이 아닌 “기계의 목적 달성 가능성”이 핵심
이 사건은 기계가 ‘작동은 하지만’, 계약상 목적(정밀 방전가공)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도 중대한 하자에 해당하며, 그로 인해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법원이 명확히 판단한 사례입니다.
공급계약이나 도급계약에서 기계의 성능 문제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단순한 작동 여부보다는 최초 계약 목적이 실현 가능한지를 중심으로 법원이 판단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