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개요
대법원(2023도14674)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하였다. 피고인 2 공사는 항만시설 유지·보수를 수행하며 도급공사를 관리한 사업자로,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행사하였으므로 도급인으로서의 법적 책임이 인정되었다. 피고인들은 중량물 취급 및 추락방지 조치를 미이행하여 근로자 사망을 초래하였으며, 이후에도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도급인의 책임이 확대되었음을 명확히 하며, 원심의 법리 오해를 지적하고 사건을 환송하였다.
사실관계
피고인 2 공사는 항만시설의 신설, 개축, 유지, 보수 및 운영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사업주이며, 피고인 1은 해당 공사의 대표로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이다.
이들은 ‘2020년 ○○항 갑문 정기보수공사’를 공소외 2 회사와 공소외 3 회사에 도급 주었으며, 해당 공사 과정에서 중량물 취급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작업 중 적절한 안전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공소외 1이 추락하여 사망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였다.
해당 공사장에서 피고인들은 다음과 같은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 안전대 부착 설비 미설치: 추락할 위험이 있는 2m 이상의 장소에서 근로자가 안전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설비를 설치하지 않음.
- 작업계획서 미작성: 중량물 취급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음.
- 추락방지 시설 미설치: 작업장에 안전난간 및 방호 조치를 하지 않음.
- 밀폐공간 작업 안전조치 미비: 근로자가 밀폐공간에서 작업할 경우 필요한 공기호흡기나 송기마스크 등의 장비를 갖추지 않음.
이러한 조치 미비로 인해 공소외 1은 작업 중 18m 아래로 추락하여 사망하였다.
원심 판단
인천지방법원(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 도급인 해당 여부: 피고인 2 공사는 도급인이 아니라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며,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서의 책임이 없다.
- 고의성 부재: 피고인 2 공사 및 피고인 1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수용하지 않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책임을 인정하며 사건을 환송하였다.
- 도급인의 정의 확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의 범위를 확장하여, 사업장에서 관계수급인의 근로자가 작업할 경우 도급인에게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과한다. 피고인 2 공사는 단순한 건설공사발주자가 아니라 시공을 총괄ㆍ관리하는 도급인에 해당한다.
- 실질적인 지배ㆍ관리 권한: 피고인 2 공사는 갑문 정기보수공사를 계획하고, 설계 도면을 작성하며, 공정률을 점검하는 등 공사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서의 책임이 인정된다.
-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 피고인들은 중량물 취급 및 추락 방지를 위한 필수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이는 근로자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
- 중대재해 이후 조치 미흡: 사망사고 이후에도 추가적인 안전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근로감독관의 정기감독 당시에도 여전히 안전조치 의무가 다해지지 않았다.
판결의 의미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도급인의 책임 범위가 확대되었음을 재확인하는 중요한 판결이다. 특히 다음과 같은 점에서 시사점을 가진다.
- 도급인의 개념 확대: 공사 시공을 총괄ㆍ관리하는 사업주는 단순한 발주자가 아니라 도급인으로서의 책임을 진다.
- 산업재해 예방 강화: 도급 사업장에서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의무가 더욱 엄격하게 요구된다.
- 기업의 책임 강화: 대형 공기업도 도급 사업장에서의 안전사고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질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앞으로 기업들은 도급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안전을 철저히 보장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안전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판결은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법률 해석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주요 내용
2020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장의 안전·보건 조치 강화를 위해 여러 가지 조항을 신설·보완하였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도급인의 책임 확대:
- 개정법에서는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행사하는 모든 도급인에게 안전조치 의무를 부과함(제63조).
-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도 도급인의 보호 의무에 포함됨.
2. 산업재해 예방 조치 강화:
- 사업주는 추락·낙하·협착 등 위험이 있는 작업장에 대해 구체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함(제38조, 제39조).
- 밀폐공간에서의 작업 시 공기호흡기 및 보호장비 구비가 필수로 명시됨(제625조).
3.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 강화:
- 도급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고 발생 시, 도급인이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제167조).
- 반복적인 중대재해 발생 시 가중처벌 규정 신설(제168조).
4. 건설공사발주자의 의무 명확화:
- 건설공사발주자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방안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제175조).
- 다만, 건설공사 시공을 주도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단순 발주자는 도급인의 범위에서 제외됨(제2조 제10호).

에필로그
(A회사 안전관리책임자 김 대리는 최근 대법원 판결(2023도14674)을 접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시 기업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에 김 대리는 회사 대표 이 사장에게 보다 철저한 안전조치 시행을 건의하기로 한다.)
장소: A회사 대표이사실
등장인물:
- 김 대리(안전관리책임자)
- 이 사장(대표이사)
김 대리: 대표님,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까요? 최근 대법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에 대해 중요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대표님께 보고드리고, 당사의 안전조치를 강화할 필요성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사장: 그래요? 무슨 내용인가요?
김 대리: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도급 공사 과정에서 실질적인 관리 권한을 가진 도급인이 안전조치를 소홀히 하면 형사 책임까지 지게 된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특히, 추락 방지 시설을 미설치하거나 밀폐공간에서의 보호장비 미비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 기업과 경영진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장: 우리 회사도 일부 공정을 외부 업체에 맡기고 있지 않나요?
김 대리: 네, 맞습니다. 당사도 도급공사를 진행하는 만큼, 현행 안전조치를 재점검하고, 법적 기준에 맞춰 강화해야 합니다. 이번 판결을 보면, 도급인도 직접적인 공사 수행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행사하면 법적 책임을 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는 곧 우리도 안전조치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법적 리스크를 피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장: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요?
김 대리: 먼저, 도급업체 근로자들이 당사 작업장에서 근무할 경우, 안전교육을 철저히 이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추락 방지시설, 안전난간, 공기호흡기 등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보호장비를 반드시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산업안전 점검을 시행해 미비점을 사전에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장: 듣고 보니 우리가 선제적으로 대비해야겠군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우리 회사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 봅시다. 관련 조치를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보고해 주세요.
김 대리: 네, 대표님.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