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피고 주식회사 B 대표의 사무실 앞
(비 내리는 오후, 원고 A는 비옷을 걸친 채 피고 주식회사 B의 사무실 앞에 서 있다. 손에는 공사 관련 서류가 든 얇은 서류가방이 들려 있다.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들어선다.)
원고 A: (조심스럽게 인사하며) "대표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와 죄송합니다."
피고 대표: (서류에 고개를 박은 채, 무심하게) "뭐죠? 또 무슨 일입니까?"
원고 A: "저... 전에 말씀드렸던 공사대금 관련해서요. 아직 지급받지 못한 금액이 있어서... 부디 한 번만 도와주시면—"
피고 대표: (고개를 들어 냉소적으로) "하하, 도와달라니. 내가 이미 지급할 만큼 지급했잖소. 그건 다 끝난 얘기 아닙니까?"
원고 A: (고개를 숙이며) "대표님, 공사대금 중 일부가 아직 미지급 상태입니다. 약정된 금액뿐만 아니라 추가 공사도 요청하셨고, 그 부분까지 제가 다 완공했지 않습니까? 서류에도 다 기재돼 있습니다."
(서류를 내밀며)
피고 대표: (서류를 쳐다보지도 않고 손을 휘저으며) "그딴 종잇조각 가지고는 아무것도 못 하지. 추가 공사는 내가 승인한 적 없어요. 다 네가 알아서 한 거지, 왜 날 끌어들입니까?"
장면 2: 사무실 내부
(원고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잠긴 목소리로 간곡히 호소한다.)
원고 A: "대표님, 저희 가족도 이 공사대금에 기대고 있습니다. 이 돈이 없으면 우리 사업은 무너집니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제발…."
피고 대표: (비웃으며) "가족 얘기 좀 그만하시죠. 사업이라는 게 원래 그런 겁니다. 계약서대로만 움직이는 거고, 난 이미 충분히 지급했습니다. 안 그랬으면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원고 A: (눈시울이 붉어지며) "대표님, 부탁드립니다. 제가 정말 간곡히 말씀드리는 겁니다. 제가 여기까지 온 이유를 생각해 주세요."
피고 대표: (의자를 뒤로 젖히며) "그래, 애초에 내가 이런 초짜한테 공사를 맡긴 게 실수였군. 하지만 이번에는 안 속아요. 나갈 때 문 닫고 나가요."
장면 3: 사무실 밖
(원고는 고개를 숙이고 사무실을 나서며 쏟아지는 비를 맞는다. 손에 들린 서류는 이미 젖어 있다. 그는 사무실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바라본다.)
원고 A: (혼잣말로) "이게 사람 사는 건가... 그래도 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원고는 천천히 발걸음을 돌려 다시 가야 할 길을 향한다. 그의 뒤로 피고 대표는 창문 너머로 그를 비웃는다.)
피고 대표: (스스로 중얼거리며) "이래서 세상 물정을 알아야 하는 거지. 순진한 건 죄야, 죄."
사건개요
의정부지방법원 2021가단104320 사건에서 원고 A는 피고 주식회사 B와의 도급계약에 따라 서울 강남구 G 오피스텔의 전기, 통신, 소방공사를 진행했습니다. 계약은 원래 주식회사 D와 체결된 것으로, 이후 원고와 피고가 동의하여 계약이 변경되었습니다. 약정된 공사대금은 6억 3,80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이었으며, 원고는 공사기간 내 공사를 완공했습니다. 또한, 피고 측 요청에 따라 급탕온수기 추가 설치, 전원 및 신호선 추가 공사 등 추가 작업을 진행했으나 일부 공사대금과 추가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미지급 공사대금 6,100만 원과 추가 공사대금 2,100만 원을 인정하며, 총 8,20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원고와 피고의 주장
1. 원고 A의 주장
- 원고는 피고로부터 약정된 공사대금 중 일부와 추가 공사로 인해 발생한 비용, 총 1억 4천만 원 상당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 특히, 원고는 계약 외 추가 공사도 피고 측의 요청과 승인에 따라 이루어진 만큼 이에 대한 대금도 지급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 피고 주식회사 B의 주장
- 피고는 원고에게 이미 약정된 공사대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급했다고 반박했습니다.
- 추가 공사와 관련하여 양측 간 합의가 없었으며,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초과 공사 비용은 원고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1. 미지급 공사대금
법원은 원고와 피고 간의 계약서와 공사 진행 증거를 토대로, 원고가 약정된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받지 못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피고가 주장하는 일부 지급 내역은 약정된 공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비용이었으므로, 법원은 미지급된 금액 약 6,100만 원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판결했습니다.
2. 추가 공사대금
추가 공사와 관련하여, 법원은 원고가 피고 측 현장 소장의 요청과 승인을 받아 일부 공사를 진행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총 2,100만 원 상당의 추가 공사대금 지급을 명령했습니다. 다만, 원고가 청구한 전체 추가 공사비 중 일부는 증거가 부족하여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3. 총 판결 금액 및 지연손해금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총 8,200만 원의 공사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더해, 미지급 대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으로 소송 제기일인 2021년 3월 26일부터 판결 선고일인 2023년 8월 22일까지 연 6%, 그 이후로는 연 12%의 이자를 지급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판결의 의미
이번 판결은 공사도급계약에서 약정 내용과 실제 공사 수행 간의 차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법원은 계약서의 내용과 공사 진행 중의 증거를 바탕으로 공사대금과 추가 공사대금 청구의 정당성을 판단했습니다. 특히, 추가 공사비 지급과 관련해서는 피고의 승인 여부와 구체적인 증빙 자료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