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7항에 "영농조합법인 및 영어조합법인에 관하여 이 법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는 민법 중 조합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조항 때문에 영농조합법인(또는 영어조합법인)의 경우 민법상 조합의 법리에 따라 영농조합법인의 채무가 조합원에게 분배되어 부담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 물론 법인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하지만 법인이 빈껍데기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합원에게 까지 민사상 책임을 물릴 수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그간 하급심 법원은 법인과 개인은 준별되어야 하기 때문에 영농조합법인의 채무를 조합원이 부담할 필요 없다는 취지로 판결하여 왔습니다. 영농조합법인도 법인이니까 조합원은 책임 없다는 논리입니다.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2014. 5. 20. 법률 제125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농어업경영체법’이라 한다) 제16조 제7항은 “영농조합법인 및 영어조합법인에 관하여 이 법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는 「민법」 중 조합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준용은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되는 것이 원칙인 점, 민법상 조합의 채무를 조합원의 채무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민법상 조합은 조합원들 사이의 계약에 불과할 뿐 권리의무의 귀속주체가 아니어서 조합을 둘러싼 법률관계에 있어서는 조합원만이 그 권리의무의 귀속주체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나 농어업경영체법 제16조 제3항에서는 “영농조합법인 및 영어조합법인은 법인으로 하며, 그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에서 설립등기를 함으로써 성립한다.”고 규정하여 영농조합법인에 명시적으로 법인격을 부여하고 있는 점, 농어업경영체법 제18, 19조에서는 영농조합법인은 총조합원의 일치로 총회의 결의를 거쳐 합명회사인 농업회사법인으로 조직을 변경할 수 있고, 그 경우 상법 중 회사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규정하여 영농조합법인의 채무에 대하여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부담하게 하기 위하여는 총회의 결의를 통해 합명회사인 농업회사법인으로의 조직변경 절차를 거치도록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조합의 채무가 조합원의 채무라는 법리는 조합원과 별개의 인격체로서 독자적인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는 영농조합법인의 법률관계에는 준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고, 별도의 명문 규정이 없는 한 영농조합법인의 채무를 그 조합원의 채무로 볼 근거는 없다 할 것이다(전주지방법원 2017. 7. 19. 선고 2017가합574 판결).
甲 영농조합법인이 乙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하도급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자,乙이 甲 법인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여 전부 승소판결을 받고 판결이 확정되었는데,그 후 위 공사대금채권을 양수한 丙이 甲 법인의 조합원인 丁 등을 상대로 양수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甲 법인이 乙에게 하도급 공사대금의 지급을 약정할 당시 시행중이던 구 농업ㆍ농촌기본법 (2007.12.21.법률 제8749호 농업ㆍ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제15조 제8항은 “영농조합법인에 관하여 이 법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는 민법 중 조합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조합의 채무는 조합원의 채무’라는 법리는 조합원과 별개의 인격체로서 독자적인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는 영농조합법인의 법률관계에는 준용되지 않고, 상법 제212조와 같은 별도의 명문 규정이 없는 한 영농조합법인의 채무를 조합원의 채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丙의 청구를 기각한 사례(서울서부지방법원 2016. 4. 28. 선고 2015가합32844 판결).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위와 같은 하급심 법원의 판단을 뒤집고 영농조합법인의 채무를 조합원도 연대하여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젠 조합원들이 법인 뒤로 숨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원고가 영농조합법인에 계란을 공급한 후 그 대금을 받지 못하자 조합원들을 상대로 대금지급을 구하는 사건에서, 대법원은 조합원들이 연대하여 영농조합법인의 물품대금 채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2015. 1. 6. 법률 제129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농어업경영체법’이라고 한다) 제16조는, 제1항에서 협업적 농업경영을 통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농산물의 출하ㆍ유통ㆍ가공ㆍ수출 등을 공동으로 하려는 농업인 등은 5인 이상을 조합원으로 하여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고 하면서, 제3항과 제7항에서 영농조합법인은 법인으로 하되 영농조합법인에 관하여 위 법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는 민법 중 조합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규정은 구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2009. 4. 1. 법률 제9620호로 제정된 것) 부칙 제3조에 의하여 위 법 제정 전에 설립된 영농조합법인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러한 규정 내용과 어떤 단체에 법인격을 줄 것인지 여부는 입법정책의 문제라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구 농어업경영체법은 영농조합법인의 실체를 민법상의 조합으로 보면서 협업적 농업경영을 통한 농업생산성의 향상 등을 도모하기 위해 일정한 요건을 갖춘 조합체에게 특별히 법인격을 부여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따라서 영농조합법인에 대하여는 구 농어업경영체법 등 관련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법인격을 전제로 한 것을 제외하고는 민법의 조합에 관한 법리가 적용된다.
그런데 영농조합법인의 채권자가 조합원에 대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에 관하여는 구 농어업경영체법 등에 특별히 규정된 것이 없으므로 민법 중 조합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고, 결국 영농조합법인의 채권자는 민법 제712조에 따라 그 채권 발생 당시의 각 조합원에 대하여 당해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이처럼 구 농어업경영체법상 영농조합법인의 조합원이 민법상 조합원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은 아래와 같은 사정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구 농어업경영체법 제18조 제2항과 제7항은 영농조합법인이 조합원의 일부를 유한책임사원으로 하거나 유한책임사원을 새로 가입시켜 합자회사인 농업회사법인으로 조직변경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경우 종전 조합원으로서 유한책임사원으로 된 자는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영농조합법인 채무에 대하여 조합원으로서의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이는 유한책임사원으로 되기 전에는 민법상 조합원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고 있었음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보인다. 또한 구 농어업경영체법이 2015. 1. 6. 개정되면서 영농조합법인 조합원의 책임을 그 납입한 출자액의 한도로 제한하는 규정(제17조 제3항)이 신설되었는데, 그 부칙 제3조에서 이 규정은 개정법 시행 후 최초로 발생하는 채무부터 적용된다고 하였다. 이 역시 구 농어업경영체법상 영농조합법인의 조합원은 민법상 조합원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고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편 조합의 채무는 조합원의 채무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의 채권자는 각 조합원에 대하여 지분의 비율에 따라 또는 균일적으로 변제의 청구를 할 수 있을 뿐이나, 조합채무가 특히 조합원 전원을 위하여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하여 부담하게 된 것이라면 상법 제57조 제1항을 적용하여 조합원들의 연대책임을 인정함이 상당하다(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6919 판결 등 참조).
위 판례는 구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2015. 1. 6. 법률 제129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른 것입니다. 위 법률이 2015. 1. 6. 법률 제12961호로 개정되면서 "영농조합법인 조합원의 책임을 그 납입한 출자액의 한도로 제한"한다는 규정(제17조 제3항)이 신설되었습니다. 위 개정 법률은 2015. 7. 7.부터 시행되었으므로, 2015. 7. 7.부터 발생한 영농조합법인 채무에 관하여는 조합원들이 납입한 출자액의 한도에서 부담한다고 할 것입니다. 위 판례 처럼 모든 채무를 연대하여 부담한다고 볼 수 는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