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판결정보
인천지방법원 2016. 6. 2. 선고 2015나5279(본소) 물품대금, 2015나5286(반소) 손해배상(기)
2. 기초사실
가. 원고는 ‘B’이라는 상호로 포장기계 등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고, 피고는 콩가공식품의 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나. 원고는 2011. 9. 8. 피고와 두유 용기 충진 및 포장기(이하 ‘이 사건 기계’라고 한다) 제작 및 설치공사에 관하여 대금을 132,5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 납품기한을 계약일로부터 75일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제작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2011. 9. 9. 피고로부터 계약금 43,725,000원(부가가치세 포함)을 받았다.
다. 예산군청으로부터 ‘추사 프로젝트 기금’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 필요하다는 피고의 요청으로, 원고는 2011. 12. 29. 제작 중인 이 사건 기계를 피고 공장에 설치하였고, 그 이후 이 사건 기계의 전기패널 등 공사를 하는 등 2012. 6. 5.까지 설치작업과 시운전을 하였다.
라. 한편, 피고는 원고에게, 2012. 1. 16. 제1차 중도금 23,300,000원, 2012. 4. 16. 제2차 중도금 25,000,000원을 각 지급하였다.
3.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이 사건 제작계약에 따라 이 사건 기계를 제작을 완료하여 피고에게 인도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물품대금 145,750,000원(부가가치세 포함) 중 미지급된 잔금 53,725,000원[= 145,750,000원 - (43,725,000원 + 23,300,000원 + 25,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이 사건 기계에 일부 하자가 존재하나 그 하자에 대한 수리가 가능한 점 등에 비추어 그 하자의 정도가 이 사건 제작계약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고는 2012. 6. 12. 이후 계약해제만을 주장하며 원고에게 하자를 보완할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아니하였는바,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나. 피고의 주장
이 사건 기계에 존재하는 하자는 그 정도가 중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하여 정상적인 두부제품을 자동으로 생산하는 기계 제작납품이라는 이 사건 제작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원고의 불완전이행을 원인으로 한 피고의 해제권 행사는 적법하므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잔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본소청구에 응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계약해제에 다른 원상회복 및 채무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으로써 원고는 피고에게 반소 청구취지 기재 금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4. 판단
가. 이 사건 제작계약의 법적 성격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의 주문에 따라 자기 소유의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물건을 공급하기로 하고 상대방이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이른바 제작물공급계약은 그 제작의 측면에서는 도급의 성질이 있고 공급의 측면에서는 매매의 성질이 있어 대체로 매매와 도급의 성질을 함께 가지고 있으므로, 그 적용 법률은 계약에 의하여 제작 공급하여야 할 물건이 대체물인 경우에는 매매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만, 물건이 특정의 주문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부대체물인 경우에는 당해 물건의 공급과 함께 그 제작이 계약의 주목적이 되어 도급의 성질을 띠게 된다고 할 것인데(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다56685 판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기계는 원고의 필요에 따른 규모와 사양으로 제작·설계된 것이므로, 이 사건 제작계약은 대체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제작물의 공급으로 하는 계약으로서 도급의 성질을 띠고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제작계약의 해제
(1) 관련 법리
도급에 관한 민법 제668조는 “도급인이 완성된 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 보수가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장기간을 요하는 등 계약해제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다10252 판결 참조).
(2) 이 사건 기계에 하자가 존재하는지 여부
제1심 감정인 C의 감정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이 사건 기계는 두유와 응고제를 일정한 비율로 첨가 또는 혼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그 결과 생산된 제품의 경우 두부가 미응고되거나 또는 불균일하게 응고되는 등 이 사건 기계장치는 두유와 응고제의 투입 및 혼합시스템에 하자가 존재하는 사실, ② 자동생산을 위해서는 두부 용기가 기계의 해당 부위에 정확히 안착하여야 하나 작동 중간에 용기가 그 공급장치(피더)에 끼이거나 정확한 위치에 안착하지 못하는 하자가 존재하는 사실, ③ 노즐을 통한 두유의 공급 과정에서 발생한 기포가 충분히 제거되지 아니함은 물론 응고제의 불균일한 혼합으로 인하여 불균일 응고가 야기되어 두부 완제품에 기포가 잔존하는 하자가 존재하는 사실이 각 인정된다.
(3) 이 사건 제작계약 해제 가능 여부
위와 같은 법리 및 이 사건 기계에 존재하는 하자 등을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제작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제1심 법원의 감정인 C에 대한 추가감정촉탁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감정인은 응고 상태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 하자의 경우 두유와 응고제가 충분히 혼합될 수 있도록 교반장치 등을 수정하는 방법으로 보수할 수 있고, 용기 공급시스템상의 하자는 용기 자동공급장치(피더)를 교체하거나 수리하는 방법으로 보수할 수 있으며, 오나제품 내에 기포가 형성되는 하자는 두유 공급장치의 분출속도와 압력을 낮추고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기포제거장치(스크래퍼)의 수정보완을 통하여 보수할 수 있고, 원고가 위 수리를 담당하는 것을 전제로 21,900,000원의 보수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감정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한편, 앞서 거시한 각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는 양질의 두부 제품을 자동으로 자동생산하기 위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기계제작을 의뢰하였고, 원고로서도 그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인 점, ②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하자로 인하여 시중에 판매할 수 있을 정도의 두부제품이 생산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두부 용기가 기계에 끼이는 문제가 발생하여 자동생산의 의미가 없어지고 생산효율도 매우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감정인은 위 각 하자의 경우 원고를 통한 보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제시하는 보수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고, 단순히 이론적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산정된 보수비용 또는 원고가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보수하는 경우를 상정하여 산정한 것인 점, ④ 원고가 정리하여 제출한 이 사건 기계 고나련 작업일정을 보면, 2012. 5. 30. 피고와의 업무 협의 내용 중에 ‘2012. 6. 5. 펌프 설치 후 테스트 결과 정량 투입되지 않을시에 장비 철수하기로 함’이라는 기재가 되어 있기도 한 점, ⑤ 원고는 피고가 2012. 6. 5. 이후 원고에게 이 사건 기계에 존재하는 하자에 대한 보완기회를 주지 않앗다고도 주장하나, 이 사건 소송이 제기되기 전까지 원고가 피고에게 보낸 내용증명에는 ‘이 사건 기계에는 별다른 하자가 없으니 잔대금을 조속히 지급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을 뿐, 피고에게 이 사건 기계에 대한 하자보수의 기회를 달라는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점, ⑥ 피고는 이 사건 소송이 제기된 이후에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기계에 존재하는 하자에 대한 보수를 요청하였는데, 원고가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고, 당심에 이르러 당심 법원도 원고에게 그 보수의무의 이행을 다시 권유해 보기도 하였으나, 원고는 이 또한 곤란하다고 답변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기게에 존재하는 위와 같은 하자는 그 정도가 중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보수가 곤란하다고 판단되며, 설령 보수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계약해제권을 행사함이 정당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4)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제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제작계약을 해제하고,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을 구한다는 취지의 의사표시가 담긴 이 사건 반소장 부본이 2013. 8. 12. 원고에게 송달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로써 이 사건 제작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할 것이다.
다. 본소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본소로 이 사건 제작계약에 따른 잔대금의 지급을 구하나, 이 사건 제작계약이 피고에 의하여 적법하게 해제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이 사건 제작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본소 청구는 이유 없다.
라. 반소청구에 관한 판단
(1) 계약해제로 인한 원상회복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이 사건 제작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피고로부터 대금으로 지급받은 92,025,000원(= 43,725,000원 + 23,300,000원 + 25,000,000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기계 시운전을 위하여 자재비용으로 15,688,000원(필름 1,426,000원, 용기 3,762,000원, 금형비 4,500,000원, 절단칼 6,000,000원)이 소요되고, 시운전을 위한 인력 투입으로 인하여 59,073,300원의 손실이 발생하였으며, 두부 제품을 제작하여 판매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매출 및 영업손실이 79,100,000원에 달한다고 주장하나, 신뢰이익에 해당하는 손해 부분은 배상을 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행이익에 해당하는 손해 부분도 원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피고에게 위와 같은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할 증거가 없는바,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지체상금 청구에 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제작계약의 납품일인 2011. 10. 22.부터 2014. 6. 30.까지 이 사건 기계의 납품이 지연되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지체상금으로 389,947,500원(= 132,500,000원 × 981알 × 지체상금율 0.3%)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제작게약 체결 후 용기도면이 확정되지 않았고, 원고는 2011. 10. 20.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 사건 기계를 통하여 생산해 낼 두부제품의 용기 도면을 피고측으로부터 받아보게 되었으며, 그 후 원고는 2011. 11. 8.경 변경된 용기 도면을 새로이 수령하기도 한 사실, 원고는 지원금을 받기 위한 피고의 요청으로 2011. 12. 29. 완성되지 않은 이 사건 기계를 피고 공장에 설치하였고, 그 이후 피고의 HACCP 인증 등의 사정을 이유로 원고가 기계 제작 업무를 계속 수행할 수 없는 사정이 생기기도 하였으며, 원고는 피고와의 업무협의를 통하여 2012. 6. 5.까지 설치작업과 시운전을 한 사실, 그 후 피고는 2012. 6. 12.경 원고에게 이 사건 기계의 하자를 이유로 이 사건 제작계약을 해제하겠으니 이 사건 기계를 회수해가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한사실이 각 인정되고, 그와 더불어 2012. 6. 12. 이전까지 피고와 원고 사이에 설치 지연등과 관련된 분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함께 고려해 보면, 이 사건 기계의 납품 기한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묵시적인 합의에 따라 연기되었거나 원고에게 책임없는 사유로 인하여 납품이 지연되었다고 봄이 상당한바, 피고의 지체상금 주장도 이유 없다.
5. 결론
원고의 잔대금 청구를 전부 기각한다. 피고의 계약해제 및 원상회복금 반소청구를 인용하나, 피고의 자재비용, 영업손실 등의 손해배상청구, 피고의 지체상금 청구를 각 기각한다.
- 변호사 이두철 -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였고,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엔지니어로 14년간 근무하였으며, 지금은 대전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