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정보/5. 기계

계약에 정하여진 성능을 갖춘 펠렛성형기 세트를 공급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일을 완성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계약 해제 및 계약 해제에 따른 물품대금반환 청구를 인용한 판례

이두철변호사 2022. 2. 4. 17:51

1. 판결정보

 

청주지방법원 2017. 11. 9. 선고 201614738 물품대금반환

 

 

2. 기초사실

 

. 원고는 기저귀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분슬러지를 이용하여 난방연료를 재활용한 후 이를 판매하는 사업을 하기 위하여 2013. 9.경 피고에게 지분슬러지를 펠렛 형태로 제조하는 기계의 제작을 문의하였고, 이에 따라 2013. 12. 24. 피고와 펠렛성형기, 펠렛건조기, 스크린 선별기로 구성된 물품을 대금 115,500,000원에 2014. 3. 15.까지 납품받기로 하는 내용의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한 다음 2013. 12. 30. 계약금 28,875,000원을 지급하였다.

 

. 원고는 위 물품공급계약에 따라 납품받은 펠렛성형기를 이용하여 생산한 지분슬러지의 펠렛이 난방연료로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되자 다시 피고에게 지분슬러지가 아닌 불량 폐기저귀를 사용하여 펠렛 형태로 제조하는 기계의 제작을 문의하였고, 이에 따라 2014. 4. 14. 피고와 펠렛성형기, 펠렛건조기, 스크린 선별기(이하 펠렛성형기 세트라 한다)로 구성된 물품을 대금 126,280,000원에 2014. 5. 30.까지 납품받기로 하는 내용의 물품공급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면서 이전 물품공급계약에 따라 지급한 계약금을 이 사건 계약의 물품대금으로 충당하기로 약정하였다.

 

. 원고는 2014. 7. 6. 피고에게 중도금 명목으로 72,149,000원을 지급하였고, 피고는 2014. 9.경 이 사건 계약에 따른 펠렛성형기 세트를 원고에게 납품하였다.

 

. 원고는 불량 폐기저귀 중 흰색 펄프를 사용한 제품, 파란색 펄프를 사용한 제품, 위 제품에 톱밥을 섞은 원료 등을 사용하여 피고가 납품한 펠렛성형기 세트로 펠렛 성형을 테스트하였는데 위 세트 중 펠렛다이는 현재 개조 문제로 다른 업체에 수리를 맡긴 상황이며, 한편 피고는 2014. 11. 3.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잔대금의 지급을 요구하였다.

 

 

3.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가 납품한 펠렛성형기 세트는 작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계속 노즐 부위가 막히고 기계가 정지하는 등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피고는 펠렛성형기 세트의 일부분인 펠렛다이를 수리하기 위하여 가져간 다음 납품기일로부터 3년이 지난 변론종결일 현재까지도 펠렛다이를 원고에게 인도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납품한 펠렛성형기로는 (도급계약인) 이 사건 계약의 목적을 전혀 달성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펠렛다이를 인도하지도 않은 채 원고를 상대로 잔금의 지급만을 구하고 있는바, 원고는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피고의 이행지체 또는 이행거절을 원인으로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는 바이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의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원고가 물품대금으로 이미 지급한 101,024,000(= 28,875,000+ 72,149,000) 및 이에 대한 법정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

 

. 피고의 채무불이행 여부에 관한 판단

 

1) 도급계약에 있어 일의 완성에 관한 주장·입증책임은 일의 결과에 대한 보수의 지급을 청구하는 수급인에게 있고, 제작물공급계약에서 일이 완성되었다고 하려면 당초 예정된 최후의 공정까지 일단 종료하였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목적물의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고 있어야 하므로, 제작물공급에 대한 보수의 지급을 청구하는 수급인으로서는 그 목적물 제작에 관하여 계약에서 정해진 최후 공정을 일단 종료하였다는 점뿐만 아니라 그 목적물의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까지 주장·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21862 판결 등 참조).

 

2) 앞서 인정한 사실에 제출증거, 감정결과, 변론 전체 추지를 종합하여 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 제출의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 정하여진 성능을 갖춘 펠렛성형기 세트를 공급함으로써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일을 완성하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보통 견적서는 도급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가 작성한 2013. 12. 24.자 물품공급계약서, 이 사건 계약서에는 구체적인 내용 없이 물품명만 기재되어 있는 반면, 견적서에는 부품명 및 계약의 상세내용까지 적시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견적서는 이 사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었다고 보이는바, 피고가 일이 완성되었음을 이유로 대금의 지급을 구하기 위해서는 견적서에 표시된 바와 같이 시간당 1,000kg의 처리가 가능한 펠렛성형기 세트를 납품하였음을 입증하여야 할 것임에도 위 펠렛성형기 세트가 시간단 1,000kg을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만한 아무런 자료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원고는 이 사건에서 피고가 납품한 펠렛성형기에 관한 하자 감정을 신청하였으나, 피고가 비용 문제를 이유로 펠렛다이를 제공하지 아니함으로써 감정이 불가능하였던바, 이 역시 피고 측의 입증부족에 해당한다.

 

피고가 2016. 4. 18.자 준비서면에 첨부하여 제출한 CD 중 순번 4번 파일의 영상은 피고의 주장과 달리 그 파일정보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계약 체결 전인 2014. 2. 15.에 촬영된 영상으로 이 사건 계약에 따라 납품한 펠렛성형기 세트에 대한 영상으로 볼 수 없고, 나머지 각 영상들도 1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촬영된 것에 불과하여 이 역시 피고가 납품한 펠렛성형기 세트의 성능이 이 사건 계약에 정하여진 성능을 갖추고 있음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 계약 해제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일을 완성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원고의 보완 요구에 응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로 말미암아 펠렛성형기 세트는 가동되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펠렛다이를 약 3년여 간 인도하지도 않은 채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일의 완성을 전제로 원고를 상대로 대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을 뿐이므로, 이 사건 계약은 피고의 이행지체 및 이행거절을 원인으로 한 원고의 해제 의사표시가 담긴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2015. 5. 7. 해제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의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이미 지급받은 101,024,000원 및 이에 대한 법정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

 

 

위 판결의 1(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15가단21199) 판단은 정반대였습니다. 1심 판단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피고가 납품한 펠렛성형기 세트를 사용하면 흰색 펄프를 사용한 폐기저귀, 파란색 펄프를 사용한 폐기저귀를 펠렛으로 성형이 가능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다만 어느 정도 시간까지 정상적인 성형이 가능하지는 알 수 없다), 원고가 피고로부터 인도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는 펠렛다이 역시 일단 납품되었다가 수리를 위하여 현재 다른 업체에 맡겨져 있는 이상,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른 펠렛성형기 세트를 납품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제출된 증거 및 감정인 B의 감정결과만으로는 피고가 납품한 펠렛성형기 세트가 처음부터 정상적인 펠렛 생산이 불가능한 제품있었다거나 그 하자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상태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또한 펠렛다이가 어떠한 과정에 따라 누구의 의사에 따라 현재 수리를 위해 다른 업체에 맡겨져 있는지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주장이 다르고, 수리비용이 지불되면 다시 펠렛다이를 찾아올 수 있는 이상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펠렛다이를 가져가 이를 반환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하였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행지체나 이행거절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이 사간 계약의 해제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 변호사 이두철 -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였고,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엔지니어로 14년간 근무하였으며, 지금은 대전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https://lawldc.modoo.at/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소 - 홈]

042-485-3657 doorul@daum.net

lawldc.modoo.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