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초사실
가. 합작투자계약의 체결 및 원고 회사의 설립경위
1) C는 2008. 12. 1. D 주식회사의 대표인 E로부터 그가 고안한 새로운 풍력발전기(날개를 설치할 필요가 없는 집풍타워식 풍력발전기, 이하 '이 사건 풍력발전기'라 한다)의 시스템개발 자금을 조달한다는 조건으로 위 풍력발전기를 일본 외의 지역에서 독점적으로 제조,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였고, 2009. 1. 2. E와 공동으로 이 사건 풍력발전기술에 대하여 한국에서 특허출원을 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E는 C에게 풍력발전기 개발의 표면적인 기술만 제공하였을 뿐 핵심적인 기술, 설계서는 제공하지 아니하였고, 일본에서 5m 정도의 소형기기를 제작하여 실험을 반복하고 있으나 50m 높이의 대형 실증풍동탑 건설은 기술적인 논쟁들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없어 아직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2) C는 E에게 약속한 자금을 제대로 조달하지는 않은 채 국내에서 이 사건 풍력발전기 제조공장을 세우고자 하였고, 2009년 4월경 피고 대표이사 F에게 이 사건 풍력발전기를 5m의 소형 높이로 만들어 일본에서 시뮬레이션하는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국내에 이 사건 풍력발전기 제조공장을 설립하여 제품을 상용화하면 2009년 한해에만 전 세계에 300대를 판매할 수 있고 이후에도 판매를 계속하여 막대한 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며 투자를 권유하였다.
3) 피고는 C의 권유를 받아들여 우선 C 개인계좌로 사무실 운영비, 착수비 및 시 제품 개발비 등 명목으로 2009. 6. 11. 130,000,000원, 같은 달 15일 300,000,000원, 같은 해 7. 2. 50,000,000원을 각 송금하였고, 같은 해 9. 11. C가 미국에 설립한 풍력발전기 판매법인인 G 주식회사의 주식 10%의 양수대금 명목으로 미화 500,000불을 위 법인계좌에 입금하기도 하였다.
4) 피고는 C와 사이에 C가 설립할 이 사건 풍력발전기 제조, 판매회사인 원고에게 2009. 9. 30.까지 210,000,000원을 납입하고, 원고는 피고에게 원고 주식의 30%를 지급하기로 하는 합작투자계약(이하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에 따라 C가 280,000,000원, C의 처인 H이 210,000,000원, 피고가 210,000,000원을 각 투자하여(C, H이 투자한 돈은 피고가 C에게 앞서 본 바와 같이 송금한 돈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2009. 10. 7. 자본금 700,000,000원 규모의 원고 회사가 설립되어 C는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에 취임하였고 피고는 원고 회사 주식의 30%를 인수하였다.
나. 도급계약의 체결 등
1) 원고는 이 사건 풍력발전기의 본격적인 제조, 판매를 시작하기 전에 C가 취득한 이 사건 풍력발전기술의 검증을 위하여 300M를 생산할 수 있는 약 11~12층 높이의 시제품을 제작하여 이를 시험 가동해볼 필요가 있었고, 이에 2009. 10. 10. 피고와 사이에 집풍타워식 풍력발전기인 I 설치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에 관하여 공사기간 2009. 10. 9.부터 2010. 2. 28.까지, 공사대금 1,650,000,000원, 선급금 350,000,000원, 지체상금률 1일 0.1%, 잔금은 설치 완공 후 6개월 후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여 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으며, 2009. 10. 9. 피고에게 선급금 350,000,000원을 지급하였다.
2) 이 사건 도급계약 중 이 사건과 관련된 규정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17조(검사 및 인도)
① 원고는 피고로부터 기성부분 검사 또는 준공검사의 요청이 있는 때에는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의 규정에서 정한 검사기준 및 방법에 따라 즉시 검사를 하여야 하며,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10일 이내에 검사결과를 피고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후문 생략)
② 제1항의 검사합격 통지시 원고에게 목적물이 인도된 것으로 보며, 원고는 즉시 이를 인수하여야 한다.
③ 피고는 제1항의 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때에는 지체 없이 이를 보수 또는 개조하여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제18조(손해의 부담)
① 공사의 목적물이 원고에게 인도되기 전에 원고, 피고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공사의 목적물이나 제3자에게 손해가 생긴 경우 이는 피고가 부담한다. 단, 원고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나 원고의 인수지연 중 원고, 피고 쌍앙의 책임 없는 사유로 목적물 또는 제3자에게 손해가 생긴 경우 이는 원고가 부담한다.
제22조(선급금)
① 원고는 계약서에 정한 바에 따라 선급금을 피고에게 지급한다.
⑤ 선급금은 기성부분의 대가를 지급할 때마다 다음 산식에 의하여 산출한 금액을 정산한다.
선급금 정산액 = 선급금액 × (기성부분의 대가 상당액 ÷ 계약금액)
제25조(계약해제, 해지)
① 원고 또는 피고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 서면으로 서약의 이행을 (일 또는 월)의 기간으로 정하여 최고한 후 동 기간 내에 계약이 이행되지 아니하는 때에는 당해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해지할 수 있다.
1. 원고 또는 피고가 계약조건에 위한하여 그 위반으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
3) 한편 피고는 사무실 운영비, 시제품 개발비, 미국에 있는 C 가족의 이주비 등 명목으로 C 개인계좌로 2009. 12. 16.부터 2010. 4. 30.까지 총 703,000,000원을 송금하였다.
다. 피고의 공사중단 경위
1) 피고는 2009. 10. 9. 무렵 피고의 공장 부지인 충남 당진군 J에서 이 사건 공사에 착공하였고 공사 진행 중 원고와의 합의하에 준공기한을 2010. 5. 28.로 연기하였다.
2) 피고가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동안에 전라남도가 원고와 풍력발전단지에 대한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2010. 5. 6. 멕시코의 산루이스 리오 콜로라도주가 원고에게 이 사건 풍력발전기에 대한 구매의사를 밝혔으며, 국내기업인 K의 L 사장이 2010. 5. 12. 이 사건 공사현장을 방문하고 풍력발전기 사업에 투자를 검토하기 시작하는 등 이 사건 풍력발전기 사업은 국내외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였다.
3) 그런데 피고는 2010. 3.경부터 C에게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의 사업범위 조정, 주주 간의 의사결정 방법, 원고에 대한 피고의 지분을 34%로 늘리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주협약서에 서명, 날인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다가 거절당하자, 2010. 5. 21. 원고에게 위 주주협약서에 대하여 합의가 있을 때까지 풍력발전기 설치공사를 보류하겠다고 통보하면서 그 무렵 이 사건 공사를 중단하고 공사현장에 원고 측의 출입을 금지하였다. 한편 이 사건 공사 중단 당시의 공정률은 약 98% 정도이다.
라. 피고의 형사고소 및 이 사건 풍력발전기의 가동성 문제
1) 이후 피고 대표이사인 F은 이 사건 풍력발전기의 구동가능성에 대하여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풍력발전기가 경제성 있는 전력을 생산해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2010. 6.경 C가 기술적 검증절차도 거치지 않은 풍력발전기술을 이용하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피고를 기망하여 피고로부터 돈을 편취하였다는 이유로 C를 고소하였다.
2) 위 고소사건에서 K의 포항산업과학연구원 M는 2010. 8.경 "2010. 7. 13. K회사 L 사장으로부터 이 사건 풍력발전기술에 대한 검토를 의뢰받아, C, F과 만나 질의를 하고 C로부터 실험 및 계산 데이터를 제시받았으나 위 자료에 여러 계산상 오류가 있어 기술 신뢰성이 떨어지고 경제성 판단도 곤란하여 투자가치가 없다고 판단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산업기계기술사 N도 "2010. 7. 1. 피고의 요청으로 이 사건 풍력발전기에 대해 검토하였는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을 때 이 사건 풍력발전기가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전력이 0.425M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하여 300M를 생산할 수 있다는 C의 주장은 무리다"라는 의견을 진술하였다. 한편 원고의 이사로서 이 사건 풍력발전기시제품 제작에 참여한 O은 "원고가 만들고자 하는 이 사건 풍력발전기의 외형은 C가 일본에서 가져온 설계도면과 외형구조는 같으나 내부구조는 많이 변경되어 있다"라고 진술하였다.
3) 피고도 2010. 7. 6. 자체적으로 거의 완공된 이 사건 풍력발전기를 테스트해보았으나 35M의 전력도 생산되지 않는 결과가 나왔고, 피고로부터 2010. 8.경 이 사건 풍력발전기술에 대하여 의뢰를 받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과 P 교수도 C의 주장처럼 굴뚝을 통하여 모은 바람이 아래쪽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엄청난 가속도가 붙어 많은 동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원리는 불가능하여 이 사건 풍력발전기는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2010. 10.경 이를 피고에게 설명하여 주었다.
마.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제, 풍력발전기의 소실 및 원고의 재정상태
1) 원고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한 출입방해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2010. 9. 28. 인용결정을 받았고, 2010. 6. 4.경부터 같은 해 11. 22. 사이에 수차례에 걸쳐 계약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으며, 2011. 5. 27. 피고에게 이 사건 공사를 2011. 6. 10.까지 완공할 것을 최고하면서 위 기간 내에 공사를 완료하지 않으면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를 통보하였다.
2) 한편 피고는 2011. 8. 21. 이 사건 풍력발전기 내부 구조 변경 공사를 위하여 산소를 이용한 쇠파이프 절단작업 중 불똥이 아래층으로 떨어져 화재가 발생하여 이 사건 풍력발전기 일부가 소실되었고, 이후 이 사건 풍력발전기를 철거하였다.
3) 이 사건 공사 중단 무렵인 2010. 5. 22.경 원고의 은행계좌에는 22,649,757원이 남아 있었고, 그 후 최대 100,000,000여 원의 범위 내에서 변동하였는데 2010. 12. 30.잔고는 19,509,836원이다.
2. 본소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1) 주위적으로, 피고가 이 사건 공사를 일방적으로 중단하였고 이에 원고가 피고에게 일정 기한을 정하여 이 사건 공사 진행을 최고하고 해제통지를 하였는바, 이 사건 도급계약은 원고의 해제통지에 의해 해제되었다. 또한, 이 사건 풍력발전기는 피고의 이행지체기간 중 화재로 소실되어 철거되었는바, 피고의 이행불능을 이유로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제한다는 취지의 의사표시가 기재된 원고의 2012. 4. 13.자 준비서면으로 이 사건 도급계약은 해제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선급금 3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0. 10. 9.(선급금 지급일)부터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해야 한다.
2) 예비적으로, ① 피고의 과실로 이 사건 풍력발전기가 소실되어 도급계약에 따른 이행이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선급금 상당액인 350,000,000원의 신뢰이익을 배상할 의무가 있고, ② 쌍방 귀책사유 없이 이 사건 도급계약의 채무가 이행불능이 되었으므로, 채무자위험부담주의 법리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원상회복으로 선급금 35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도급계약의 법적 성질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의 주문에 따라 자기 소유의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물건을 공급할 것을 약정하고 이에 대하여 상대방이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이른바 제작물공급계약은, 그 제작의 측면에서는 도급의 성질이 있고 공급의 측면에서는 매매의 성질이 있어 이러한 계약은 대체로 매매와 도급의 성질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그 적용 법률은 계약에 의하여 제작 공급하여야 할 물건이 대체물인 경우에는 매매로 보아서 매매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나, 물건이 특정의 주문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부대체물인 경우에는 당해 물건의 공급과 함께 그 제작이 계약의 주목적이 되어 도급의 성질을 띠는 것이다(대법원 1996. 6. 28. 선고 94다4297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도급계약은 원고가 제안한 풍력발전기술의 검증을 위하여 피고가 대체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집중타워식 풍력발전기를 설치하여 원고에게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작물공급계약으로서 도급의 성질을 갖는다.
2)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제
가) 약정해제 요건
이 사건 도급계약 제25조 제1항 제1호는 약정해제의 사유를 “원고 또는 피고가 계약조건에 위반하여 그 위반으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나) 피고의 계약조건 위반
제작물공급계약에서 수급인은 목적물을 완성하여 도급인에게 인도할 의무가 있다. 제작물공급계약에서 일이 완성되었다고 하려면 당초 예정된 최후의 공정까지 일단 종료하였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목적물의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 예정된 최후의 공정이 일응 종료하였는지 여부는 수급인의 주장에 구애됨이 없이 당해 제작물공급계약의 구체적 내용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목적물의 인도는 완성된 목적물에 대한 단순한 점유의 이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도급인이 목적물을 검사한 후 그 목적물이 계약내용대로 완성되었음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시인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의미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21862 판결).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즉, ① 피고는 C와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에 따라 원고가 설립되자 원고로부터 풍력발전기 설치를 도급받았는데, 이 사건 풍력발전기 사업이 국내외의 관심을 받고 풍력발전기의 가동성에 의문을 품기 전인 2010. 5.경 C에게 피고 지분을 늘리는 등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의 내용변경을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하자 공정률 약 98% 상태에서 이 사건 공사를 중단하고 원고 측 관계자의 공사현장 출입을 막은 점, ② 피고는 2010. 6.경부터 풍력발전기의 가동성에 의문을 품고 전문가로부터 기술적 신뢰성과 경제성이 없다는 조건을 받게 될 때까지 공사를 거의 진척시키지 않은 점, ③ 원고가 2010. 9. 28. 공사현장 출입을 막은 피고를 상대로 출입금지방해금지가처분결정을 받기까지 한 점, ④ 피고는 2011. 8. 21. 풍력발전기 내부 구조 변경 공사 작업 중 화재를 일으켜 풍력발전기 일부가 소실되자 스스로 철거하였고, 피고도 2013. 2. 15.자 준비서면에서 ‘공사의 목적물이 인도되기 전 외부 용역업체의 과실로 소훼되었다’고 주장하여 피고가 제작중이던 풍력발전기가 원고에게 인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 점, ⑤ 이 사건 도급계약 제17조는 “피고가 기성부분 검사 또는 준공검사르 요청하고 원고가 피고에게 검사결과 합격통지를 하여야 풍력발전기가 원고에게 인되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가 스스로 풍력발전기를 철거하기 전까지 원고에게 기성부분 검사 또는 준공검사를 요청하였거나 원고가 검사 후 합격통지를 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 ⑥ 증거로 제출된 원고 홈페이지 화면은 원고가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높이기 위하여 자사 홈페이지에 풍력발전기가 완공되었다고 다소 과정하여 홍보한 것에 불과하고 피고에게 완공을 인정한 것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풍력발전기를 제작하기 시작하여 거의 대부분의 공정을 마쳤으나, 원고로부터 검사를 받아 합격통보를 받기 전 화재를 이유로 풍력발전기 전체를 스스로 철거해버린 이상 풍력발전기 설치를 완료하여 원고에게 인도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계약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다.
다) 계약 목적을 달성 불능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즉, ① 원고와 피고가 당초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준공기한을 2010. 2. 28.로 정하였다가 2010. 5. 28.로 연기하였으나, 피고는 연기된 준공기한인 2010. 5. 28.까지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라 풍력발전기의 설치 및 인도를 마치지 못한 점, ② 피고는 화재 등을 이유로 풍력발전기를 스스로 철거한 후 다시 제작하지 아니하였고 다시 제작할 의사도 없어 보이며, 화재로 철거한 풍력발전기와 별도로 원고를 배제한 채 서울과할기술대학교 P 교수의 도움을 받아 2011. 12. 제주도에서 새로 풍력발전기를 제작, 설치하여 실용화를 시도하고 있는 점, ③ 이 사건 도급계약의 연기된 준공기한인 2010. 5. 28.부터 약 3년이 경과하였고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내에 해결될 가망도 없어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변, 피고가 풍력발전기를 제작하여 원고에게 인도하려는계약의 목적은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라) 원고의 해제 의사표시
원고가 2010. 6. 4.부터 2010. 11. 22.까지 수차례에 걸쳐 이 사건 도급계약의 이행을 최고하고, 2011. 5. 27. 피고에게 이 사건 도급계약의 이행을 다시 최고하면서 2011. 6. 10.까지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하지 않으면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통지하였으나, 피고는 2011. 6. 10.까지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였다.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채무이행을 최고함과 동시에 그 기간내에 이 행이 없을 때에는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그 기간의 경과로 그 계약은 해제된 것으로 볼 것이므로(애법원 1979. 9. 25. 선고 79다1135,113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도급계약은 원고의 해제 의사표시에 따라 2011. 6. 11.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할 것이다.
3)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라 가동성과 경제성이 있는 풍력발전기의 설계도면을 제공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제공하지 아니하여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있으므로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① 이 사건 합작계약의 당사자인 C와 이 사건 도급계약의 당사자인 원고는 원칙적으로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C가 이 사건 합작계약상 의무를 충분하게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이 사건 도급계약상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이 사건 도급계약은 원고가 제안한 풍력발전기술의 검증을 위하여 원고가 제공한 설계도면에 따라 시제품을 제작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점, ③ 원고가 제시한 설계도면이 부실하여 제작되는 풍력발전기의 경제성이 없더라도, 피고는 원고가 제시하나 설계도면에 따라 제작하여 인도하면 되고, 풍력발전기의 성능이나 경제성 여부는 원고가 위험을 감수할 부분인 점 증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라 풍력발전기가 가동성과 경제성을 갖춘 설계도면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뒤에서 보는 대로 피고가 제작하던 풍력발전기가 전문가로부터 기술적 신뢰성 및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피고는 원고의 검증 요구를 거절하였고, 화재를 이유로 풍력발전기를 철거해버려 실제 검증까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에게 불안의 항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피고는, 원고 회사에 30억 원을 넘게 투자한 자로서, 이 사건 도급계약도 원고가 제안한 이 사건 풍력발전기를 제조하여 가동을 성공시키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할 것인데, 이 사건 공사 중단을 즈음하여 이 사건 풍력발전기가 그 설계상 또는 작동원리상 하자로 말미암아 가동성 및 전력 생산능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이를 판매하거나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원고 회사의 자본금은 대부분 피고가 투자한 것으로 피고의 투자금을 제외하고는 달리 별다른 자본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여서 이 사건 공사가 완공된다 하더라도 선급금을 제외한 나머지 공사대금을 원고로부터 지급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으므로 피고로서는 민법 제536조 제2항에 규정된 불안의 항변권을 행사하여 나머지 공사의 이행을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의 이행지체를 원인으로 한 원고의 해제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민법 제536조 제2항 소정의 선이행의무를 지고 있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한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란 선이행채무를 지게 된 채권자가 계약성립 후 채무자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의 악화 등의 사정으로 반대급부를 이행받을 수 없는 사정변경이 생기고 이로 인하여 당초의 계약내용에 따른 선이행의무를 이행케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이와 같은 사유는 당사자 쌍방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8791 판결 등 참조). 이 규정은 공평의 원칙에 입각한 사정변경의 원칙의 한 적용형태이므로, 계약체결 당시에 이미 상대방의 신용이나 재산상태가 좋지 않아 반대급부청구권이 처음부터 위험에 처하게 될 때에는 민법 제536조 제2항을 적용할 수 없고,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의 악화 여부는 객관적, 경제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선이행의무자의 주관적 염려만으로는 불안의 항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즉, ① 원고가 설립되고 나서 3일 만에 이 사건 도급계약이 체결되었고, 원고는 C와 C의 처 H, 피고가 투자한 700,000,000원의 자본금 외에 별다른 재산이 없었으며, C와 H이 투자한 금원도 피고가 C의 투자권유로 C에게 송금한 금원에서 나온 점, ② 원고가 별다른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여 은행계좌의 잔고는 2010. 5. 22.경 22,649,757원, 2010. 12. 30.경 19,509,836원에 불과하는 등 여유 자금이 부족하였던 점, ③ 피고는 2011. 12. 16.자 준비서면 및 2012. 5. 9.자 참고서면에서 “피고의 대표이사인 F은 선교와 우물사업 등 지구촌을 살피는 평상사업을 같이 하자는 C의 말에 속아 C가 완성했다는 기술의 진위여부를 의심하지 않고 풍동력 사업에 합작투자자로 적극 참여하기로 하였다”, “C는 사실상 검증되지 않은 풍동력 기술과 향후 취소될 가능성이 농후한 특허기술 2~3개 가지고 있을 뿐 본인 스스로의 자금력이 전혀 없었다”, “C는 피고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실증용 풍동발전기의 설계도면을 건네주지 아니하였고 보여주지도 않았다”고 진술한 점, ④ 피고가 C에게 보낸 201. 5. 18.자 전자우편에서 “현제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고생해서 개발하고 제작한 시제품의 테스트와 검증이 성공하는 것”, 2010. 5. 24.자 전자우편에서 “검증되지 않은 본 사업을 구체화하는데 전력을 다해 지원했고”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이 사건 도급계약 당시 풍력발전기가 충분하게 검증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피고는 전문가로부터 풍력발전기의 기술적 신뢰성 및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기는 하였으나, 풍력발전기를 가동하여 검증해 보자는 원고의 요청을 거부하였고, 2011. 8. 21. 풍력발전기의 내부 구조 변경 작업 중 화재 발생을 이유로 풍력발전기를 스스로 철거하여 실질적 검증이 이루어지지 못하였으며, 화재 발생 당시 풍력발전기의 내부 구조 변경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보아 피고로서도 당시까지 풍력발전기가 경제성이 없다는 최종 판단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⑥ 피고는 화재로 철거한 풍력발전기와 별도로 원고를 배제한 채 새로 풍력발전기를 제작, 설치하여 실용화를 시도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는 C의 말에 의존하여 풍력발전기의 기술적 신뢰성 및 경제성을 과신하고 C가 제시한 풍력발전기술의 검증을 위하여 시제품을 제작하여 시험 가동해 보기 위하여 원고가 자본금 외에 별다른 재산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원고와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사건 도급계약 당시와 비교하여 객관적으로 풍력발전기의 기술적 신뢰성 및 경제성과 원고의 신용이나 재산상태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도급계약 이후 원고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의 악화 등 사정변경이 생겼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풍력발전기의 기술적 신뢰성 및 경제성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달리하게 되었다는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 피고에게 불안의 항변권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과의 관계
피고는,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이 C와 피고 사이에 경제성 있는 풍력발전기 사업을 경영할 것을 목적으로 한 조합계약이고, 이 사건 도급계약은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에 따른 조합관계가 유효한 것을 전제로 한 부수계약인데, 풍력발전기의 경제성이 없어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의 목적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여 2010. 9. 11. 조합이 해산되었고 그와 동시에 이 사건 도급계약의 효력이 상실되었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도급계약은 당사자를 달리하여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과 별도로 체결되었고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이 무효가 되면 이 사건 도급계약을 무효로 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볼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도급계약의 효력이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의 효력 여하에 따라 좌우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기성공사대금에 충당되었는지 여부
피고는, 2010. 5.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라 풍력발전기의 설치를 완료하여 이 사건 도급계약을 모두 이행하였으므로 원고가 지급한 선급금은 기송고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에 모두 충당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선급금이 기성공사대금에 충당되려면 원고가 풍력발전기의 기성부분을 인도받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전제로 되는데, 피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라 풍력발전기 설치공사를 하던 중 화재가 발생하여 스스로 풍력발전기를 철거하여 공사를 완료한 부분(기성고)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선급금이 기성공사대금에 충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마) 신의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피고는, 원고가 설계한 풍력발전기의 가동성이 없어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선급금의 재원은 피고가 C에게 투자한 금원에서 나온 것이므로, 원고가 선급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앞서 본 대로 피고가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이 풍력발전기의 가동성을 목표로 하였고, C, H이 원고에게 투자한 금원이 피고가 C에게 송금한 금원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나, 이 사건 도급계약과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이 별개의 계약으로 체결되었고 계약의 당사자를 달리하며, 피고는 원고가 제공한 설계도면에 따라 풍력발전기를 제작하여 인도하여 주고 공사대금을 지급받으면 되므로 풍력발전기의 가동성 여부는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목적 달성과 관련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내세우는 사정만으로는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3. 반소청구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라 가동성과 경제성이 있는 풍력발전기의 설계도면을 제공할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여 풍력발전기를 제작•인도하지 못하던 중 2011. 8. 21. 외부 용역업체의 과실로 소훼되어 버렸으므로, 민법 제538조 채권자귀책사유로 이행불능이 생긴 경우 또는 이 사건 도급계약 제18조 제1항에 따라 공사의 목적물이 원고에게 인도되기 전에 원고의 귀책사유로 목적물에 손해가 생긴 경우에 해당하여 위험을 부담할 원고에게 반대급부인 공사대금을 청구한다.
나. 판단
이 사건 도급계약은 풍력발전기술의 검증을 위하여 원고가 제공한 설계도면에 따라 시제품을 제작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고, 원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풍력발전기가 가동성과 경제성을 갖춘 설계도면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풍력발전기가 화재로 소훼된 것은 피고가 외부 용역업체를 통해 풍력발전기의 내부구조공사를 하던 중에 발생한 것이므로 풍력발전기가 원고에게 인도되기 전에 목적물에 손해가 생긴 것은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피고(반소원고)는 원고(반소피고)에게 3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0. 10. 9.부터 2012. 11. 15.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피고(반소원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한다.
[참고판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11. 15. 선고 2011가합109888(본소), 2012가합834(반소)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3.7.17. 2012나102331(본소), 2012나102348(반소) 판결
대법원 2015.5.29. 선고 2013다62896
- 변호사 이두철 -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였고,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엔지니어로 14년간 근무하였으며, 지금은 대전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소 홈페이지 https://lawldc.modoo.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