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초사실
원고 : 한국지역난방공사
피고 : 한국전력공사
가. 원고는 1996년경 수원시 영통구 영통1동 (지번 생략) 영통로 옆 완충녹지에 관할관청의 점용허가를 받아 열수송관(외경 900㎜ x 2줄, 열병합발전소 또는 열전용 보일러에서 생산된 열을 온수의 형태로 사용자에게 공급하는 기능을 하는 관로시설, 이하 이 사건 열수송관이라 한다)을 매설하였다.
나. 피고 또한 1997. 10.경 관할관청의 점용허가를 받아 이 사건 열수송관의 직상부 지상에 변압기(판넬) 및 개폐기 등 전기설비(이하 이 사건 전기설비라 한다)를 설치하였다.
다. 원고는 2004. 6. 초경 이 사건 열수송관에 대한 유지관리점검 결과 이 사건 열수송관 중 이 사건 전기설비 부근에서 누수감지선(열수송관의 균열 여부를 탐지하기 위해 열수송관에 부착된 장치)이 단선되고 열수송관에 습기가 침투되는 하자를 발견하였다. 원고는 위 하자를 방치할 경우 이 사건 열수송관이 파열되어 인접 시설물에 2차 피해를 주고 주민들에 대한 열공급이 중단될 우려가 있어 그 보수공사를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
라. 원고의 위 보수공사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지상으로부터의 토지굴착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원고는 2004. 6. 17.경부터 같은 해 11. 16.경까지 사이에 4차례에 걸쳐 피고에게 이 사건 열수송관 직상부에 설치된 이 사건 전기설비의 이설을 요청하였다.
마.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전기설비의 이설공사비를 원고가 부담하여야만 그 이설공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였다.
바. 원고는 겨울철도 다가오고 이 사건 열수송관에 돌발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그 하자 보수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보고, 피고에게 2005. 6. 7. 이 사건 전기설비 이설공사비 39,487,480원을 일단 지급하였고, 피고는 같은 해 8.경부터 같은 해 9.경까지 사이에 이 사건 전기설비 이설공사를 하였으며, 원고는 이 사건 열수송관 보수공사를 하였다.
사. 피고는 2006. 8. 24. 원고에게 위 이설공사비를 정산하고 남은 차액이라며 6,385,080원(이설공사비로 받은 금원 중 6,276,778원 및 이에 대한 이자 108,300원의 합계액)을 반환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전기설비 이설공사비로 지출한 금원은 33,210,702원(= 39,487,480원 - 6,276,778원)인 셈이 된다.
2. 당사자의 주장 및 이에 대한 1,2심 법원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피고의 이 사건 전기설비 설치는 원고의 이 사건 열수송관 설치 이후이고, 원고는 이 사건 전기설비로 인해 이 사건 열수송관의 유지, 보수에 지장을 받았기 때문에, 이 사건 전력설비 이설공사비는 전기사업법 제72조 제1항에 정한 바에 따라 그 원인을 제공한 피고가 부담하여야 함에도 원고가 이를 부담하였고, 이로 인해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위 이설공사비 상당의 이익을 얻었으니,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피고에게 위 이설공사비로 지급하고 반환받지 못한 33,210,700원 및 이에 대한 청구취지 기재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피고가 설치한 이 사건 전기설비가 원고가 설치한 이 사건 열수송관의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거나 지장을 준 사실이 없고, 전기사업법 제72조 제1항은 보수공사에 지장을 주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다투었다.
나. 판단
전기사업용 전기설비 또는 자가용 전기설비와 다른 사람의 전기설비 그 밖의 물건 간에 상호 장애를 일어나게 하거나 지장을 주는 경우에는 후에 그 원인을 제공한 자는 그 장애 또는 지장을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거나 그 조치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 전기사업법 제72조 제1항).
피고의 이 사건 전기설비가 전기사업용 전기설비에, 원고의 이 사건 열수송관이 전기설비 그 밖의 물건에 해당함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이 사건 전기설비가 이 사건 열수송관보다 나중에 설치된 사실은 이미 제1항에서 본 바와 같다.
제1항 기재 사실들에 의하면, 이 사건 전기설비로 인하여 이 사건 열수송관의 보수에 지장을 받았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이러한 경우도 위 법조항에서 말하는 ‘지장을 주는 경우’에 해당하는지가 문제이다.
살피건대 피고의 이 사건 전기설비가 원고의 이 사건 열수송관 기능에 직접적으로 장애를 일으키거나 지장을 준 것은 아니라 할 것이나, 위 법조항에서 말하는 장애나 지장은, 어느 전기설비나 물건의 존재로 인하여 다른 전기설비나 물건의 고유한 용법에 따른 사용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곤란하게 하는 사정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고, 일단 설치된 전기설비나 물건이 노후나 하자 등으로 인하여 그 기능에 결함이 발생하는 경우에 적합한 성능을 유지하기 위하여 보수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중에 설치된 전기설비 또는 물건이 다른 전기설비 또는 물건의 하자 보수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위 법조항에서 말하는 ‘지장을 주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열수송관의 기능에 지장을 주는 원인을 제공한 자로서 그 지장을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거나 그 조치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여야 하는데, 그 지장 제거 조치인 전력설비 이설공사를 원고의 비용 부담으로 실시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로부터 이 사건 전기설비 이설공사비로 지급받은 후 원고에게 반환하지 아니한 금원의 범위 내에서 원고가 구하는 33,210,7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5. 6. 7.(원고가 위 금원을 피고에게 지급한 날)부터 2007. 10. 31.(이 사건 소장이 피고에게 송달된 날)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대법원 판단
전기사업법 제72조 제1항은 “전기사업용 전기설비 또는 자가용 전기설비와 다른 사람의 전기설비 그 밖의 물건 간에 상호 장애를 일어나게 하거나 지장을 주는 경우에는 후에 그 원인을 제공한 자는 그 장애 또는 지장을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거나 그 조치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취지는, 전기설비 상호간 또는 전기설비와 전기설비가 아닌 물건이 서로 가까이 접근하게 되어 그들 상호간에 본래의 기능에 장애 또는 지장이 발생하는 경우에 그 장애 또는 지장을 제거하거나 그 제거비용을 부담하여야 할 의무자를 나중에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으로 정하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위 규정은 나중에 설치된 전기설비 등에 의하여 다른 전기설비 또는 물건의 본래의 기능에 장애 또는 지장이 발생한 경우 등에 한하여 적용되고, 전기설비 또는 물건이 자체의 고유한 하자 또는 노후 등으로 인하여 그 기능에 장애 또는 지장이 발생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지 아니하고 후자의 경우에도 위 규정이 적용된다고 하면, 설비 등의 하자 또는 노후 등으로 인한 기능 장애와 같이 원래 그 설비의 관리 또는 운영의 주체가 부담하여야 할 그 보수 내지 제거의 비용을 단지 시간적으로 늦게 설치된 것에 불과한 설비 등의 관리주체에게 이를 전가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1996년경 수원시 영통구 영통1동 1053-1 옆 완충녹지 지하에 이 사건 열수송관을 설치하였고, 피고는 1997년 10월경 이 사건 열수송관의 직상부에 이 사건 전기설비를 설치한 사실, 원고가 2004년 6월경 이 사건 전기설비의 설치와 상관없이 발생한 이 사건 열수송관의 하자를 발견하고 그 보수공사를 위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전기설비의 이설을 요구한 사실, 이에 피고가 그 이설비용을 원고가 부담할 것을 요구하는 등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전기설비의 이설비용 부담자에 관한 다툼이 있던 중 원고가 2005년 6월 우선 스스로 이설비용을 부담하여 이 사건 열수송관의 하자보수 공사를 완료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법리를 위와 같은 사실에 적용하면, 이 사건 전기설비의 설치와 상관없이 발생한 이 사건 열수송관의 하자를 보수하기 위하여 이 사건 전기설비를 이설하는 비용에 대하여는 전기사업법 제72조 제1항이 적용될 수 없다.
4. 결 론
원고가 열수송관 보수를 위해 열수송관보다 늦게 설치된 피고의 전기설비를 부득이 제거해야 하는 경우 피고의 전기설비 제거 및 재설치 비용을 원고가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이 판례는 전기사업법 제72조 제1항 적용에 관한 것이나, 전기사업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도, 즉 전기설비와 관련 없는 경우에도 이 사건 판례의 판단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내 설비의 하자보수를 위해 타인 소유 재산을 제거 후 재설치 해야 하는 경우, 그 비용은 내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설비의 하자가 분쟁을 유발한 주원인이므로 그 주원인의 제공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참고판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4.22. 선고 2007가단380188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10.9. 선고 2008나15161 판결
대법원 2009.5.14. 선고 2008다83936 판결
- 변호사 이두철 -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였고,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엔지니어로 14년간 근무하였으며, 지금은 대전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소 홈페이지 https://lawldc.modoo.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