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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변호사][기계소송변호사]제조물책임의 증명책임 완화 법리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예외적으로 유추적용될 수 있다는 판례

이두철변호사 2020. 10. 18. 18:00

1. 법 리

 

물품을 제조·판매하는 제조업자는 제품의 구조·품질·성능 등에서 유통 당시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판매하여야 할 책임이 있고, 이러한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한편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결함을 이유로 제조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경우 제품의 생산과정은 전문가인 제조업자만이 알 수 있어서 제품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하였는지, 그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는 일반인으로서는 밝힐 수 없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 측이 제품의 결함 및 그 결함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우므로,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한 이상 제품에 결함이 존재하고 그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부합한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16771판결,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다74605 판결 등).

 

제조물책임에서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그 제품의 생산과정을 전문가인 제조업자만이 알 수 있어서 그 제품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하였는지, 그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를 일반인으로서는 밝힐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서 소비자 측이 제품의 결함 및 그 결함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입증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는 정보의 편재 내지 불균형을 감안하여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이루기 위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조업자나 수입업자로부터 제품을 구매하여 이를 판매한 자가 그 매수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민법 제580조 제1항의 하자담보책임에는 제조업자에 대한 제조물책임에서의 증명책임 완화의 법리가 유추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다72045 판결). 그러나 매도인의 지위, 매도인과 제조자와의 관계나 제조물에 대한 정보 공유 가능성, 매도인의 하자 보수 능력 등을 감안하여 매도인을 제조자와 동일시 할 수 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제조업자에 대한 제조물책임에서의 증명책임 완화의 법리를 민법 제580조 제1항 소정의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유추적용할 수 있다.

 

2. 사실관계

 

가. 피고는 각종 자동차 등의 제조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인데, 렉스턴 승용 자동차 1대(차대번호: A, 형식: R7DFA4-01A, 연식: 2011, 이하 '이 사건 자동차'라고 한다)를 제조하여 2011. 6. 9. B에게 대금 3,229만 원에 매도하였다.

 

나. B이 이 사건 자동차를 운행 중이던 2012. 6. 23. 22:45경 이 사건 자동차에 화재(이하 '이 사건 화재'라 한다)가 발생하여 엔진 등이 파손되었다.

 

다. 원고는 B과 이 사건 자동차에 관하여 자동차종합보험을 체결한 보험자인데, 2012. 10. 18. B에게 자기차량손해에 대한 보험금 명목으로 2,594만 원(이 사건 화재 당시 이 사건 자동차 가액)을 지급하였다.

 

라. B은 2012. 6. 23. 22:10 ~ 22:30경 경북 청도시에서 대구광역시를 향해 이 사건 자동차를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운행하던 중 대구 달성군 C에 있는 D 앞 도로에서적색신호에 정지하였다가 다시 주행하였다. 그런데 옆차가 경음기를 울리자 B은 일단정차한 다음 이 사건 자동차를 확인해보니 불이 엔진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였고, 이에 15미터 정도 이 사건 자동차를 이동하여 갓길에 세운 후 이 사건 화재의 진화를 시도하였다. 그 후 이 사건 화재는 대구 서부소방서 가창소방소 진압 직원에 의해 소화되었으나, 이 사건 자동차는 이 사건 화재로 인해 엔진 등이 심하게 파손되었다.

 

마.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자동차 구매일로부터 약 1년 뒤에 발생하였고, 이 때까지 총 주행거리는 약 8,000킬로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바. 피고는 이 사건 자동차의 엔진 및 변속기의 경우 5년/10만 킬로미터, 차체 및 일반 부품의 경우 2년/4만 킬로미터의 각 무상수리를 (품질)보증하고 있다.

 

사. 안전(화재) 공학 분야의 전문가인 F(제1심 증인)은 이 사건 화재가 이 사건 자동차의 엔진룸 중 좌측 부위에서 발생하였고, 화재원인으로 배터리 플러스(+)단자에 삽입하여 나사체결하는 고리의 전기적인 스파크로 인해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였다.

 

아. 피고가 2012. 7. 12. 이 사건 자동차에 관하여 장치별 세부(정밀)조사를 마친 결과 ① 이 사건 화재의 발화점은 엔진룸 내부(배터리 및 연료필터 부근)인 것으로 확인, ② 화재 차량의 Engine ECU 탈거 후 동일사양 차량에 장착 후 DTC 확인결과 Error 항목 없음, ③ 차량 전체 고객 과실의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음이라고 조사하였다.

 

자. 피고 직원으로서 위 세부(정밀)조사에 참여한 제1심 증인 H도 이 사건 화재와 관련하여 차주(고객)의 과실로 인정할 만한 문제점은 발견하지 못하였고, 전용진단기로 고장코드를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하여도 자동차에 이상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증언하였다.

 

차. B은 2012. 5.경 이 사건 자동차에 네비게이션을 설치1)한 이외에는 전기장치를 임의로 개조하거나 엔진출력을 증가하기 위한 개조 등을 한 적이 없다.

 

3. 법원의 판단

 

B이 이 사건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자동차 엔진룸 내부에서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자동차의 엔진과 같은 핵심 부품은 피고의 배타적인 지배하에 있는 영역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법리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자동차(엔진)에는 거래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 성질 · 성능을 갖추지 못한 결함(하자)이 있었고, 그러한 결함으로 말미암아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추정된다.

 

피고는 이 사건 자동차의 제조자이자 매도인으로서 매수인 B에 대하여 이 사건 자동차에 대한 하자담보책임(손해배상의무)을 부담하며, 나아가 보험자인 원고는 B과의 보험계약에 따라 동인에게 이 사건 화재로 인한 보험금(이 사건 자동차 가액 상당액)을 지급함으로써 그 지급한 금액의 범위 내에서 B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대위취득하였다.

 

4. 피고의 주장 및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

 

피고는 ① B이 2012. 2. 9. 및 2012. 3. 27. 자동차 사고로 앞 · 뒤 범퍼, 램프, 휀더 등을 교환한 사실이 있는바, 이것이 이 사건 화재의 발생과 무관하다 볼 수 없고, ② 이 사건 자동차에는 ECU(Electronic Control Unit 내지 Engine Control Unit)가 장착되어 있는데, ECU에 자동차 배터리 단자의 전기적 스파크 등 전압 이상의 고장코드가 기록되어 있지 않으며, 배터리 플러스(+)단자에 전기적인 스파크가 발생하였다 하여도 구입한지 1년이 지나 8,500킬로미터 가량 운행한 상태에서 발생한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자동차의 결함이 아닌 운전자의 관리부재 등 과실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 B이 2012. 2. 9.경 이 사건 자동차의 앞 사이드 스텝커버, 앞 휀더(우,특수), 앞 범퍼(특수), 앞 휠하우스커버, 앞 범퍼어셈블리, 앞 휀더 (좌), 앞 혜드램프, 앞 파킹에이드센서, 앞 휠아치몰딩을, 2012. 3. 27.경 뒤 범퍼어셈블리, 뒤 콤비네이션램프, 뒤 파킹에이드센서, 뒤 범퍼를 각 수리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 스스로 작성한 을 제13호증(화재조사보고서)에 '고객 임의개조 사항이나 사고수리 및 정비 불량에 의한 화재 발생 요인을 발견할 수 없고, 위 사고수리내역과 이 사건 화재는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역시 피고 스스로 작성한 을 제3호증(회의록)에도 "차량 전체 고객 과실 측면(전기장치 임의개조, 불량연료 사용, 엔진출력 임의 증가 위한 개조, 임의정비 및 사고수리 등)의 문제점 발견되지 않음"이라고 각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위 인정사실만으로 이 사건 화재가 이 사건 자동차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피고는 이 사건 화재원인으로 외부이물질이 자동차에 유입되어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증인 H은 나뭇가지나 쓰레기 등 외부 물질이 자동차에 유입되어서 자동차에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정상적인 차량은 아니라고 진술하는 점, 지푸라기와 나뭇잎이 유입되는 것을 봤지만 그것 때문에 자동차에 화재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고 증언한 점에 비추어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당심 감정인 I에 대한 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자동차의 ECU에 현재고장(C)내용으로 "주행 MDP 학습 불능(고장코드 P0148)", "아이들 MDP 학습 불능(고장코드 P0147)"이 각 기록되어 있을 뿐 전기적 스파크(spark)가 발생하였다는 내용은 기록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은 인정되나, 당심 법원의 델파이코리아 유한회사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따르면, (델파이코리아 유한회사가 피고에게 공급하여 이 사건 자동차에 장착된) ECU에는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스파크에 대해 고장으로 판정하는 기능이 없는 사실(단, 전기적 스파크로 인해 ECU로 연결된 센서 및 구동장치에 영향을 주어, 해당 센서 및 구동장치가 오작동하는 경우 불량으로 인식할 수는 있으나, 이러한 불량이 발생하더라도 ECU에서는 이 불량이 스파크로 인하여 발생된 것인지는 판단하지 못한다)을 알 수 있고, 전용진단기로 고장코드를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하여도 자동차에 이상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증인 H이 증언하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위 인정사실(ECU에 전기적 스파크가 발생하였다는 내용의 기록이 없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 화재가 이 사건 자동차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당심 감정인 I에 대한 일부 감정촉탁결과(= 배터리 단자에서 비정상적인 전기 스파크가 발생될 경우 ECU에 기록이 되거나 서지전압 또는 역전류에 의해서 ECU가 고장을 일으키게 될 가능성은 존재할 수도 있다)만으로 위 판단을 뒤집기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5.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1) 원고가 B에게 이 사건 화재 당시 이 사건 자동차의 가액 2,594만 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원고는 B에게 교통비 30만 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며 위 교통비도 구상금으로 구하고 있으나, 위 교통비 30만 원이 이 사건 화재와 관련하여 B에게 어떤 명목으로 발생한 손해인지를 밝힐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2) 피고는 B이 2011. 7. 초경 이 사건 차량으로 산길을 오르다가 자동차에서 타는 냄새를 맡았고,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날 산길을 넘어 평지도로로 들어올 때 타는 _냄새를 맡았음에도 그 즉시 이 사건 자동차에 대한 정비, 점검을 하지 않은채 15미터 정도 이동하여 갓길에 세우고 시동을 껐는바, 이러한 원고 측(B)의 과실은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참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법 제581조, 제580조에 기한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은 법이 특별히 인정한 무과 실책임으로서 여기에 민법 제396조의 과실상계 규정이 준용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담보책임이 민법의 지도이념인 공평의 원칙에 입각한 것인 이상 하자발생 및 그 확대에 가공한 매수인의 잘못을 참작하여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대법원 1980. 11. 11.선고 80다923,924 판결, 대법원 1990. 3. 9.선고 88다카31866 판결 참조), 이 사건과 같이 하자담보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 있어서 배상권리자에게 그 하자를 발견하지 못한 잘못으로 손해를 확대시킨 과실이 인정된다면, 법원은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이를 참작하여야 하며, 손해배상의 책임을 다투는 배상의무자가 배상권리자의 과실에 따른 상계항변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소송에 나타난 자료에 의하여 그 과실이 인정되면 법원은 직권으로 이를 심리 ·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다23920 판결)는 점은 피고가 지적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이 사건 자동차(엔진)의 하자는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될 수 있는 정도의 간단한 것도 아니고 제품을 해체하여 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운 성질의 것인 점, 2011. 7.경 타는 냄새가 발생한 것은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기 약 1년 전의 것이고, 그 이후 이 사건 자동차에서 타는 냄새가 지속되었다는 자료는 없는 점, 이 사건 화재 무렵 15미터 정도 이동하여 갓길로 정차한 것은 후속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조치에 해당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숨은 하자를 발견하지 못한 점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므로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원고 측(B)이 하자의 발생이나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어 이를 과실상계의 사유로 삼을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6. 피고의 공제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자동차의 잔존물은 360만 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는 원고가 지급한 보험금 상당의 구상금에서 이 사건 자동차의 잔존가치를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고가 B에게 이 사건 자동차의 가액 상당의 보험금 2,594만 원을 지급한 이상 이 사건 자동차의 잔존물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할 것인바, 피고는 원고에게 위 보험금 2,594만 원에서 위 잔존물의 가치 360만 원을 공제한 금원을 지급하면 된다고 할 것이니(만일 이를 공제하지 않는다면 원고는 잔존물 가치만큼 이중으로 이익을 얻게 된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7.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자동차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금 2,594만 원에서 이 사건 자동차의 잔존물 가액 360만 원을 공제한 잔액인 2,234만 원(= 2,594만 원 -36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참조판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 27. 선고 2015나9478 판결 [구상금]

 

[변호사 이두철]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였고,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엔지니어로 14년간 근무하였으며, 지금은 대전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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