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초사실
원고 :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피고 : 주식회사 대우위니아
원고는 2014. 11. 12.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사이에 보험기간 2014. 12. 21.부터 2015. 12. 21.까지, 보험 목적물 위 아파트 건물 및 부속 건물과 가재도구로 하여 화재 등 우연한 사고로 인하여 보험 목적물에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여 주기로 하는 주택화재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B는 2011년경부터 위 아파트 111동 1302호(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를 임차하여 거주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건물의 주방에 놓여 있던 김치냉장고(이하 ‘이 사건 냉장고’라 한다)의 제조사이다.
2015. 2. 25. 05:26경 이 사건 건물 주방에 놓여 있던 이 사건 냉장고 뒤쪽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이 사건 건물 및 내부 가재도구가 전소되고, 인접한 1202호, 1402호, 복도, 아파트 외벽에 그을음 및 소방수로 인한 수침 손해 등이 발생하였다(이하 ‘이 사건 화재’라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사건 화재 현장에서 수거된 이 사건 냉장고 등에 대한 감식 결과 다음과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화재의 원인에 대하여 이 사건 냉장고 내부의 연소 유실된 부분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화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① 냉장고 주변에 있던 콘센트, 전원 코드 부분에서는 발화와 관련지을 만한 전기적인 특이점이 식별되지 않은 상태로서 동 부분에서 발화되었을 가능성은 배제됨.
② 냉장고는 구성품이 일부 유실된 상태이고, 남아 있는 부분에서는 발화와 관련지을 만한 전기적인 특이점이 식별되지 않으며, 연소 유실된 부분에 대한 검사가 불가하여 냉장고의 발화원 관련 여부에 대해 직접적으로 논하기 어려운 상태임.
③ 그러나, 냉장고 하단부가 심하게 연소되고 바닥 가연물이 일부 천공된 상태로서 동 연소 형상은 외부의 확장된 화염에 의해 나타나기 어렵고 냉장고 내부에서 발화되었을 경우에 용이하게 나타날 수 있는 연소 형상인 바, 냉장고 주변에서 감정물 외에 기타 발화원이 배제되는 경우 냉장고 내부의 연소 유실된 부분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화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원고는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2015. 6. 24.까지 보험금으로 합계 86,501,701원을 지급하였다.
2. 원고의 주장
이 사건 화재는 피고가 제조한 이 사건 냉장고의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하였고,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건물 및 가재도구가 훼손되는 피해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주위적으로는 이 사건 냉장고의 제조·판매자로서 제조물책임법에 기하여, 예비적으로는 민법의 불법행위 책임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므로, 그 손해를 대위 변제하고 이를 구상하는 원고에게 그 손해액 86,501,701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주장
이 사건 냉장고에는 아무런 결함이 없었고, 이 사건 화재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 사건 화재가 냉장고의 전원 코드를 냉장고와 바닥 사이에 압착된 상태로 사요하고, 먼지와 습기를 제대로 제거하지 아니한 사용자의 사용상 부주의로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피고는 제조물책임법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피고가 이 사건 냉장고를 공급한 지 10년이 경과하였으므로, 피고에 대한 제조물책임법에 기한 손해배상책권은 제조물책임법 제7조 제2항에 의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있어서는 제조물책임법이 민법에 우선하여 적용되고, 이 사건 화재에 대한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채권이 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에도 피고에게 다시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제조물책임법의 제정 취지 및 소멸시효 규정을 별도로 둔 취지에 반한다. 따라서 피고는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설령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냉장고에 대한 구체적인 제조상의 과실 및 그러한 과실과 이 사건 화재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주장 ·입증이 없다.
제조물을 공급한 날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므로 피고에 대한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피고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이 제한되어야 한다.
4. 법원의 판단
가.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판단.
제조물책임법 제7조 제2항 본문은 “이 법에 따른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제조업자가 손해를 발생시킨 제조물을 공급한 날부터 10년 이내에 행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냉장고는 2003년 하반기에서 2004년 상반기에 생산되어 공급된 사실이 인정되고, 이 사건 소가 그로부터 10년이 경과한 2016. 1. 4.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분명하다.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은 위 기간이 경과함으로써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1)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이 배제되는지 여부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청구권과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성립요건과 책임의 존속기간 등이 상이한 별개의 청구권이고, 제조물책임법의 규정이 민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지도 않다. 또한 피고 주장과 같이 해석하는 것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생산되는 제품의 하자에 대하여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도모하기 위하여 민법상 입증책임의 원칙을 완화함으로써 제품 소비자들을 보호하겠다는 제조물책임법의 주된 입법취지에도 반한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에 성능 미달 등의 하자가 있어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제조업자 측에게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일반 소비자로서는 그 제품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하자가 존재하였는지, 발생한 손해가 그 하자로 인한 것인지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따라서 소비자 측으로서는 그 제품이 통상적으로 지녀야 할 품질이나 요구되는 성능 또는 효능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등 일응 그 제품에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사실과 제품이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되었음에도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손해가 제품의 하자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그 제품에 하자가 존재하고 그 하자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다88870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 및 거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화재의 최초 발견자가 이 사건 냉장고의 뒤에서 불꽃이 보였다고 진술한 점, ②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 비록 이 사건 냉장고의 남아있는 구성품에서 전기적 특이점이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냉장고의 하단부가 심하게 연소되고 바닥 가연물이 일부 천공된 상태였는데 이러한 연소 형상은 외부의 확장된 화염에 의해 나타나기 어렵고 냉장고 내부에서 발화되었을 경우 용이하게 나타날 수 있는 연소 형상이고, 냉장고 내부의 유실된 부분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화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점, ③ 이 사건 냉장고는 주방에 설치되어 있었고, 제품의 안전성이나 내구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만한 환경에서 사용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을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냉장고의 전원 코드가 냉장고와 바닥 사이에 압착된 상태로 사용되었고, 냉장고 주변에 가재도구들이 있어 지속적인 청소가 이루어지기 어려워 먼지 등이 있었을 가능성은 인정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냉장고가 단순한 고장을 일으키는 정도를 넘어서 화재가 발생할 정도의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④ 일반적으로 김치냉장고의 소비자에게 김치냉장고가 별다른 이상 없이 작동함에도 불구하고 내부부품 등에 대해서까지 관리 · 보수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김치냉장고를 10년 이상 사용하였다고 하여 사회통념상 김치냉장고 내부에서 전기적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고 여겨지지는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냉장고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추단되고, 을 제2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상법 제682조에 의하여 손해배상채권을 대위취득한 원고에게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책임의 제한
한편, 위 증거들 및 을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인정되는 이 사건 냉장고를 사용한 기간이 10년이 넘은 점,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기 이전에 피고가 제조한 김치냉장고에서 몇 차례 화재가 발생하여 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있었음에도 이 사건 냉장고의 사용자가 안전점검을 받지는 않았던 점, 이 사건 냉장고의 전원코드가 냉장고와 바닥 사이에 압착된 채 사용된 점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
4)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에 대한 판단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하면,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을 경과한 때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위와 같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객관적·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한다(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39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화재로 인한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이 사건 화재 발생일인 2015. 2. 25.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 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51,901,020원(=86,501,701원×60%, 원 미만 버림)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보험금 최종 지급일 다음날인 2015. 6. 25.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여부나 범위에 대하여 다투는 것이 상당한 이 판결선고일인 2017. 5. 23.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참고판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9. 27. 선고 2016가단5000663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5. 23. 선고 2016나64014 판결
[변호사 이두철]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였고,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엔지니어로 14년간 근무하였으며, 지금은 대전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