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판결 요약
가. 사건번호
- 대구고등법원 2019나23160 물품대금 (상고기각)
나. 당사자
- 원고(반소피고): A 주식회사(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 피고(반소원고): C 주식회사(산업용 코팅제품 제조업체).
다. 계약 내용
- 피고는 로봇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기 위해 원고와 물품구매 계약 체결.
- 계약 목적: 생산량 증대(시간당 600개) 및 생산공정 자동화.
- 총 계약금액: 872,230,000원.
라. 쟁점 사항
- 원고 주장: 로봇 자동화 설비를 공급 및 설치했으며, 시운전까지 완료했으므로 대금 지급 의무가 피고에 있음.
- 피고 주장: 계약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므로 계약은 원시적 이행불능 상태. 로봇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음으로써 계약 해제 주장.
라. 법원의 판단
- 계약 유효성: 로봇과 피고의 기존 설비 사이에 제어 연동 문제, 위치 정밀도 문제 등이 있었음. 계약 체결 당시부터 계약 목적(시간당 600개 생산)은 달성이 불가능했음. 결과적으로 계약은 원시적 이행불능으로 무효.
- 본소 및 반소: 원고의 물품대금 청구(본소) 및 피고의 계약금 반환 및 로봇 철거 청구(반소)는 모두 기각.
마. 판결주문
- 원고와 피고의 계약은 무효로 판단되었으며, 본소 및 반소 모두 기각됨.
- 각자의 소송 비용은 각자 부담.
2. 이 사건 계약을 원시적 이행불능으로 판단한 이유
가. 원시적 이행불능의 개념
계약 당시에 이미 당사자 간 의무를 이행하더라도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해당 계약은 원시적 이행불능으로 무효입니다.
나. 이 사건 계약에서 원시적 이행불능을 인정한 주요 근거
(1) 계약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함
- 계약의 목적: 로봇 자동화 설비를 통해 생산량을 시간당 600개로 증대시키고, 수작업 공정을 대체하는 것.
- 법원의 판단: 계약 체결 당시, 원고와 피고가 계약상 의무를 모두 이행하더라도 이 목표는 달성이 불가능하였음.
- 이유: 로봇과 기존 피고 설비 간의 제어 연동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
- 기존 피고 설비의 위치 정밀도 부족 및 금형 설계 문제로 로봇 작동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큼.
(2) 로봇 자동화 설비의 기술적 결함
- 제어신호 연동 문제: 로봇과 기존 설비 간 제어신호가 연결되지 않음. 기존 설비에는 연동을 위한 제어 기능이 없음. 법원은 제어 연동 문제를 피고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았음.
- 위치 정밀도 문제: 샌딩기, 도장기 등 기존 설비의 위치 정밀도가 로봇 허용 오차(±5mm)를 초과함. 기존 설비의 오차로 인해 로봇이 제품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발생.
- 금형 문제: 프레스 설비에서 금형 틈에 제품이 끼이는 현상이 발생하여 로봇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상태.
(3) 책임 분담에 대한 명확한 합의 부족
- 원고와 피고는 계약 체결 당시 제어신호 연동 문제와 위치 정밀도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히 합의하지 않음.
- 법원은 이러한 문제를 계약의 기초적 조건으로 해결해야 하는 전제임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았으므로 계약 목적 자체가 이행 불가능하다고 판단.
다. 소결: 계약 체결 당시부터 불가능한 상태
- 원고가 로봇 설비를 정상적으로 공급·설치하더라도, 피고 설비와의 연동 및 생산성 개선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상태였음.
- 법원은 이 사건 계약이 처음부터 계약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였으므로 원시적 이행불능으로 무효라고 판결.
3. 법원이, 원고와 피고가 계약 체결 당시 제어신호 연동 문제와 위치 정밀도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히 합의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이유
가. 제어신호 연동 문제에 관한 판단
(1) 계약 문서와 증거의 내용
- 계약서와 시방서: 계약서와 시방서에는 기존 설비와 로봇 간의 연동에 필요한 제어신호 문제를 명확히 기술하지 않음. 시방서에 "PLC Program 제어(기존 설비 제외)"라고만 기재되어 있어, 기존 설비와 로봇의 제어 연동 작업이 누구의 책임인지 모호함.
- 회의록 및 견적서: 2017년 7월 26일 작성된 회의록에서 “기존 장비에서 로봇과의 신호 넘겨주고 받는 기존 장비 전기 작업은 피고의 영역”이라는 내용이 있었음. 견적서에는 “기존 또는 신규 도입 장비: 레이아웃 도면 제공(원고), 도면 위치대로 안착, 신호 배출(피고)”라고 기재되어 있음.
(2) 법원의 판단
- 제어신호 연동 문제는 피고의 책임으로 합의된 것으로 볼 수 있음. 견적서와 회의록의 내용에서 제어신호 연동 문제는 피고가 책임을 지기로 한 것으로 판단됨. 하지만, 해당 내용만으로 피고가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음.
나. 위치 정밀도 문제에 관한 판단
(1) 계약 문서와 증거의 내용
- 원고의 주장: 지원사업계획서에 “기반시설 준비, 공정 운영 조건 확립, 설비 운영 및 검증”이 피고의 담당으로 명시되어 있음. 견적서에서 피고는 로봇 오차 범위 내에서 기존 설비를 설치할 책임이 있음.
- 피고의 주장: 원고가 공급한 로봇이 기존 설비의 위치 정밀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의무가 있음.
(2) 법원의 판단
- 명확한 합의 부재: 계약 문서에는 위치 정밀도 문제를 누구의 책임으로 할지 명시하지 않았음. 지원사업계획서와 견적서의 문구는 모호하며, 양측 모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함.
- 법원이 인정한 사실: 위치 정밀도 문제는 샌딩기, 도장기 등 기존 설비의 문제로 인해 발생했으나, 이를 원고나 피고 중 누가 해결해야 하는지 계약에서 합의되지 않았음.
다. 소결
- 법원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근거로 합의 부재를 인정하였다:
- 계약 문서 및 관련 증거에서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음.
- 양측이 각각 주장하는 증거(계약서, 견적서, 회의록, 지원사업계획서 등)는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반박은 가능했으나, 책임 소재를 확정하기에는 부족했음.
- 계약 체결 당시 기존 설비의 상태(제어 연동 및 위치 정밀도 문제)에 대한 명확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지 않았음.
4. 결론
이 사건은 계약 체결 당시부터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던 경우, 즉 원시적 이행불능으로 인한 계약 무효를 다룬 중요한 판결이다. 법원은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 조건과 당사자 간 책임 분담이 명확히 이행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계약의 무효를 인정하였다.
이를 통해, 계약 체결 시 목표 달성 가능성과 기술적·실질적 조건의 충족 여부가 법적 효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계약 실행 과정에서의 역할 분담과 세부 조항의 명확화는 향후 법적 분쟁을 예방하는 데 있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이 판결은 기술 기반 계약에서 당사자들이 책임 소재와 기술적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며, 계약 과정에서의 세밀한 준비와 사전 검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례이다.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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