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24

사라진 담보 : 부동산 이중저당권 설정과 배임죄

이두철변호사 2024. 9. 24. 17:09

김철수는 평범한 부동산 중개인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고객들과 전화 통화를 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운명적인 날, 그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박상민의 등장으로 그의 인생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김 선생님, 이번에 아주 좋은 투자 기회가 있습니다.”

 

박상민은 사업가로 유명한 인물이었고, 부동산 매매로 상당한 이익을 챙겨왔다. 김철수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박상민은 서울 중심부에 있는 한 고급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는 상황이었다. 철수는 그 아파트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고, 상민의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그를 도와주기로 결심했다.

 

“연 20%로 18억을 빌려 드리겠습니다. 대신 아파트를 담보로 저당권을 설정해 주셔야 합니다.”

 

상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론입니다. 저도 약속을 지키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둘은 계약을 맺었고, 철수는 돈을 빌려 주었다.

 

하지만 며칠 후, 철수에게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상민이 그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도 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는 것이었다. 상민은 이미 12억을 다른 투자자에게 빌리고 그에게도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했다. 철수는 깜짝 놀랐지만, 상황을 확인하고자 곧바로 상민에게 연락했다.

 

“박 사장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우리 계약을 잊으신 겁니까?”

 

상민은 잠시 당황하는 듯했지만 곧 차분하게 대답했다. “김 선생님, 급한 자금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중 저당권 설정에 대해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곧 해결할 테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민의 말은 점점 신뢰를 잃어갔다. 철수는 이제 고민에 빠졌다. 그의 18억 원이 날아갈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결국, 철수는 변호사를 통해 상민을 배임죄로 고소하기로 결정했다.

 

상민은 1심에서 배임죄가 인정되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결은 달랐다. 법정에서, 철수는 자신이 당한 손해에 대해 증언했지만, 상민의 변호사는 새로운 판례*1를 제시하며 말했다. “박 사장님은 자신의 사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뿐입니다.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해야 하는데, 이번 판결에서는 이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판사는 새로운 판례에 따라 결론을 내렸다. “저당권 설정 의무를 위반한 채무자의 행위는 채무자의 사무에 해당하며, 배임죄로 볼 수 없습니다.”

 

철수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그가 믿고 빌려준 18억 원은 이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수많은 세월 동안 모은 돈과 믿음은 단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박상민은 가벼운 미소를 띠며 법정을 나섰고, 철수는 빈손으로 법정에 홀로 남았다.

 

그의 눈에 맺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내가 틀렸던 건가? 아니면, 세상이 바뀐 걸 내가 몰랐던 건가….“

 

*1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는 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의무이다. 채무자가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담보물에 관한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담보물을 양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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