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정보/5. 기계

기술지원 계약을 체결하면서 설치 및 시운전까지 책임지기로 약속함으로써 계약금액 이상의 손해배상을 한 사례, 계약해석이 대법원에서 뒤집힌 사례

이두철변호사 2022. 7. 27. 18:58

서 울 고 등 법 원

1 민 사 부

판  결

 

사건 20162606 대금반환

원고, 항소인    상담영구캐스터 유한회사

피고, 피항소인    A

1심 판결 수원지방법원 2013. 10. 8. 선고 2013가합5513 판결

환송전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6. 19. 선고 201369370 판결

환송판결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44205 판결

변론종결 2016. 12. 7.

판결선고 2017. 1. 13.

 

주 문

 

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돈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45,444,368원과 이에 대하여 2012. 4. 11.부터 2017. 1. 13.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 중 1/2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1항 중 돈 지급을 명하는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80,878,655원과 이에 대하여 2012. 4. 1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1. 기초 사실

 

. 중국회사인 원고는 2011. 6. 23. 피고와 사이에 캐스터(caster) 자동조립설비(이하 이 사건 설비라 한다)의 제작에 관한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조(목적)
본 계약은 이 시건 설비를 제작함에 있어 원고와 피고가 상호간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하고 신의성실 원칙에 의하여 위 설비를 성공적으로 제작함을 목적으로 한다. 단, 설비 제작 금액 문제로 단가를 줄이기 위해 피고는 기술부분(설계부분)욜 책임지고, 완제품 출장 조립과 시운전 부분은 피고 쪽에서 기술자를 파견하여 완료 시까지 책임 하에 처리한다. 예상금액 외 금액은 주식회사 케이시시와이캐스터(원고의 국내법인)의 책임 하에 처리한다. 츨장비는 3회에 한하여 원고가 부담하고, 그 외 츌장 항공료는 피고가 부담한다.
 
제2조(계약내용)
가. 설비명 : 이 시건 설비의 설계부분과 중국 내 설비 제작 기술지원에 완료 시까지 협조함을 목적으로 한다.
나. 제작기간 : 2011. 7. 1. - 2011. 9. 20. (중국 사정에 따라 다소 변경될 수 있음)
다. 납품기일 : 2011. 7. 25. 설계도면 완료일
바. 제작내용 : 합의된 시방서, 도면 등의 기술자료, 사용설명서
 
제3조(대금지급) 중국 제작을 원칙으로 한국은 기슐료에 해당되는 금액임
가. 계약금 : 5,000,000원을 현금으로 2011. 6. 23. 지급한다.
나. 잔금 : 5,000,000원을 현금으로 시운전 완료 후 2일 이내 지급한다.
 
제5조(중간검수 및 납품검수)
가. 원고는 필요에 따라 피고의 기술자 입회하에 중간 검사를 행하며 피고는 이에 응해야 한다.
나. 피고가 원고가 지정한 장소에 계약 물품의 설치 완료 후 원고가 지정한 검수인이 5일 이내에 검수를 실시하여 설치 시운전에 이상이 없을 시 피고에게 검수합격을 통보하며, 검수기간은 10일 이내로 한다.
 
제7조(하자보증)
가. 피고는 한국 내 제작 건에 대한 계약 물품의 검수완료일로부터 12개월 동안 하자보증의 책임을 진다.
나. 하자보증 기간 중 원고의 과실 없이 설비의 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시 피고는 조건 없이 즉시 조치한다.
 
제9조(해약)
가. 원고는 다음의 경우 본 계약을 해약할 수 있으며. 피고는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1) 피고가 본 계약을 이행할 능력 또는 의사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2) 피고의 물품 내역이 계약사항 또는 견본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
3) 기타 피고가 본 계약을 위반할 경우
나. 가항의 이유로 인하여 본 계약이 해약될 경우는 원고로부터 선급된 금액의 3배를 피고는 원고에게 해약과 동시에 환급하여야 한다. 단, 설비 제작이 계속 진행되는 상태에서는 모든 소요 비용도 포함된다.

 

. 원고와 피고가 2011. 8. 3. 작성한 약정서(이하 이 사건 약정서라 한다) 1항에는 피고는 원고의 자동화시스템 의뢰 요청에 따른 설계를 책임지고 설비 작동에 따른 전반 시스템 과정을 책임지며 그에 따른 설비의 작동 온전성을 책임진다. 따라서 원고는 의뢰품의 설계비용을 지불한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설계도면 납품기일인 2011. 7. 25. 이후에도 부품 가공, 조립, 전기 작업 등 이 사건 설비의 전체 작업계획 및 진행 상황에 관하여 원고와 수차례 회의를 하였고. 20118월 및 9월경 원고의 비용으로 원고의 중국 사업장을 두 차례 방문하였다.

 

. 피고는 2011. 8. 18.C(B 대표자)한테서 이 사건 설비의 전기 작업에 관한 견적서를 교부받고, C에게 이 사건 설비에 관한 전기 작업을 의뢰하였다.

 

.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직접 가공·공급하기로 한 이 사건 설비 부품들이 중국에서 생산되어 예정보다 한 달 정도 늦어진 2011. 11. 17.경 국내에 도착하였는데, 2011. 12. 15.경에는 기계 부분 전반의 조립이 완료되어 그 무렵 C이 이 사건 설비에 관한 전기 작업을 시작하였다.

 

. C은 이 사건 설비의 전기 작업에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기간을 넘겨 수차례 작업 완료 기한을 유예 받았음에도 전기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2. 4. 10. 원고의 국내 법인인 주식회사 케이시시와이캐스터를 통해 피고에게 피고의 이행지체를 이유로 이 사건 계약 제9조 가항에 따라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고, 같은 조 나항 에 따른 비용 환급을 요청한다는 취지의 계약해지 및 계약금 반환 통지서(이하 이 사 건 통지서라 한다)’를 보냈고. 같은 날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2. 당사자들의 주장

 

. 원고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이 사건 설비의 설계, 조립 등 전체 제작 과정을 책임지고 완료하여 이 사건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피고한테서 이 사건 설비에 관한 전기 작업을 의뢰받은 C은 약정기한을 수차례 넘기고도 해당 작업을 완료하지 못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이행지체 등 계악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 제9조 나항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설비 제작과정에서 지출한 전체 비용의 3배 상당액인 180,878,655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 피고

 

원고의 이 사건 계약 해제는 효력이 없다. 이 사건 계약에 따른 피고의 의무는 이 사건 설비의 설계 및 기술지원일 뿐이다. 피고는 각종 부품의 제작, 조립 등 전체 제작 과정을 책임지고 이 사건 설비의 정상적인 작동까지 책임지기로 약정한 사실이 없고, 이 사건 설비의 설계 및 기술지원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 이 사건 설비 제작이 완성되지 못한 것은 원고의 부품·가공품 공급이 지연된 데다 원고가 제작·공급한 부품과 가공품에 하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 해제에 피고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이 사건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 제9조 나.항의 선급된 금액계약금 500만원을 의미하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손해배상액은 1,500만 원(= 500만 원 × 3)에 불과히다.

 

 

 

3. 판단

 

.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이 사건 계약에 따른 피고의 이행의무의 범위

 

) 관련 법리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특히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해석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46531 판결,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26769 판결 등 참조).

 

) 이 사건의 경우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채택한 증거에 갑 제1, 5호증의 각 기재를 종합하면 인정되는 다음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계약상 피고의 의무에는 이 사건 설비에 관한 설계의무뿐만 아니라, ’원고한테서 공급받은 부품들로 이 사건 설비를 조립하여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치하고 그 시운전을 마칠 의무까지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1) 이 사건 계약 제1조는 이 사건 설비의 완제품 조립과 시운전 부분까지 피 고의 책임에 포함된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고, 3조 및 제5조는 피고가 이 사건 설비의 설치를 완료한 다음 시운전에 관한 원고의 검수를 받도록 하는 한편, 원고가 시운전 완료 후 2일 내에 피고에게 잔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7조에서 피고는 이 사건 설비의 검수완료일부터 12개월 동안 하자보증책임까지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이 사건 계약 조항들의 문언은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

 

(2) 이 사건 계약 체결 후에 작성된 이 사건 약정서에도 이 사건 계약의 문언과 동일하게 피고가 설계를 포함한 이 사건 설비의 완전한 작동까지 책임진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원고가 보낸 이 사건 통지서의 기재 내용도 피고가 설계의무뿐 아니라 이 사건 설비의 작동을 위한 전반적인 시스템 과정 및 그 정상적인 작동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이 사건 계약의 내용을 재확인하는 취지로 보이고, 오히려 이 사건 계약의 문언에 부합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3) 이 사건 계약 체결 전인 2011. 6. 7.경 원고가 피고한테서 받은 견적서(갑 제1호증, 이하 최초 견적서라 한다)상 견적금액은 총 83,896,000원이었고, 이는 제작비 70,604,000, 조립비 540만 원, 설치 시운전비 108만 원, 설계비 450만 원, 일반관리비 및 잡자재비 2,312,000원을 합한 금액이다. 그런데 제작비 절감을 위해 원고가 이 사건 설비의 부품과 가공품을 직접 제작·공급하기로 함에 따라, 최초 견적서상 견적 금액에서 제작비를 제외한 조립비·설치 시운전비, 설계비, 일반관리비 및 잡자재비를 합쳐서 이 사건 계약상 대금을 1,000만 원으로 최종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초 견적서 금액보다 대폭 감액된 금액에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된 것은 원고가 이 사건 설비의 부품 내지 가공품 제작·공급을 책임지기로 한 데에 따른 결과에 불과하다.

 

(4) 이 사건 설비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부품의 조립, 전기 작업 및 시운전 등의 작업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는데 원고는 이리한 기술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이 사건 설비의 부품 및 가공품 제작·공급이 사건 설비 전체의 제작 내지 설치·가동은 성질이 전혀 다른 것으로서 이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

 

(5) 피고는 20118월 및 9월경 원고의 중국 사업장을 방문하여 부품 제작 상황 등을 확인하였다. 이후 이 사건 설비의 전기 작업이 지연되는 등의 문제로 원고와 갈등이 생기자, 피고는 원고에게 저한테 책임지고 전기를 맡아 달라 한 것 같은데’, ’제가 이번 기계는 잘 돌아가게끔 끝까지 할 것입니다‘, ’전기 사장님도 저와 같이 갈 것이고요피고에게 이 사건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전체 제작을 완료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하였다.

 

2) 피고의 계약상 의무 불이행 및 귀책사유

 

피고가 2011. 8. 18.C에게 이 사건 설비의 전기 작업을 의뢰한 사실, 2011. 12. 15.경 기계 부분 전반의 조립이 완료되어 그 무렵 C이 이 사건 설비에 관한 전기 작업을 시작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또한, 환송 전 당심감정인 D의 감정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설비의 전기 작업에 통상적으로 소요 되는 기간은 약 6일 정도인데, C은 수차례 작업 완료 기한이 유예되었는데도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 해제를 통보할 때까지 전기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한 사실, 이 사건 설비는 현재 전기 배선의 일부가 연결되지 않았거나 단락되어 있는 상태이고, 제어프로그램의 완성도도 미흡하여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설비 제작이 약정기한 내에 완료되지 못한 이유는 'C의 전기 작업의 하자 내지 지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C의 전기 작업은 피고가 이 사건 설비의 작동에 관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C을 통해 제공한 것으로서, 그 전기 작업의 하자 등 불이행에 관하여는 피고에게 귀첵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이 사건 계약 제9조 가항 각 호에서 정한 해제사유에 해당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설비의 부풍과 가공품을 예정된 시기보다 늦게 제작·공급한 관계로 C의 작업 일정이 달라진 데다, 뒤늦게 제작·공급한 가공품에 하자가 다수 존재하여 후속 작업에 차질이 생긴 것이므로, 피고에게 귀책사유가 없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 제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소결론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한다는 원고의 의사표시가 담긴 이 사건 통지서가 2012. 4. 10. 피고에게 송달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이 사건 계약은 2012. 4. 10. 적법하게 해제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 해제에 따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참 고>

환송 전 판결(서울고등법원 2015. 6. 19. 선고 2013나69370 판결)은 같은 사실관계를 기초로 아래와 같이 설시하며 달리 판단하였었습니다. 즉,

(1) ① 원고가 이 사건 계약 체결 전인 2011. 6. 7.경 피고로부터 제출받은 견적서에 기재된 견적금액은 제작비, 조립비, 설치 시운전비, 설계비 등을 더한 83,896,000원임에도 이 사건 계약은 10,000,000원에 체결 되었고, ② 이와 같이 이 사건 계약 금액이 견적금액에서 대폭 감소한 이유는, 견적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제작비 부분의 단가를 낮추기 위하여 원고가 일부 가공품을 직접 생산하는 등 자신의 계산으로 이 사건 설비를 제작하기로 하였기 때문으로 보이며, ③ 이 사건 계약 체결 후에 작성된 이 사건 약정서에도 여전히 원고는 피고에게 의뢰품의 설계비용만을 지불한다고 정하고 있고, ④ 원고가 국내 법인을 통하여 2012. 4. 10.경 피고에게 보낸 이 사건 통지서에서 ’피고는 기계 설계와 기술지원, 기계 작동까지의 전반적인 책임을 지고, 원고는 가공품 제작과 전기설비, 물품 구매, 중국 시장에서의 영업을 책임지기로 약정하였다. 원고와 피고가 충분한 의사소통을 거쳐 8월 중순 가공품을 원고가 생산하여 한국으로 발송하기로 하고, 전기부분의 설계와 전기 및 기타 부품 구매 등은 피고에게 위임하여 피고가 업체를 지정하고 설계와 자동화 설비 제작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책임지기로 재결정하였다.’고 주장한 사정 등을 들어, (2)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설비의 설계의무를 부담하는 한편 설계 이후의 전반적인 제작 과정과 관련하여서는 기술적 조언, 업체 선정 등의 협조의무만을 부담하기로 하였을 뿐, 이 사건 설비의 전체 제작 과정을 책임지고 완료하며 이 사건 설비의 정상적인 작동까지 모두 책임지기로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다음, (3) 피고가 C으로부터 견적서를 교부받은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설비의 전체 제작 과정을 책임지는 수급인의 지위에서 C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C의 전기 작업에 하자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원고로서는 이에 관하여 피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인정하여, 피고의 귀책사유로 이 사건 계약이 해제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1) 이 사건 계약 제9조 나항의 의미

 

) 손해배상액의 예정

 

이 사건 계약 제9조 나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에서 피고의 귀책사유로 이 사건 계약이 해약될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로부터 선급된 금액의 3배를 해약과 동시에 환급한다. , 설비 제작이 계속 진행되는 상태에서는 모든 소요 비용도 포함된다.”라고 규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는 피고의 계약상 의무 위반 등으로 이 사건 계약이 이행되지 못하고 해제되는 경우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한 것으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

 

) 손해배상예정액의 범위

 

이 사건 조항 본문에서 손해배상액을 선급된 금액의 3로 정하고 있는데 그 중 선급된 금액이 의미하는 것은 문언의 일반적 뜻과 이 사건 조항 단서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설비 제작이 진행되기에 앞서 지급된 금액 즉 이 사건 계약 제3조 가항에 의한 계약금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이 사건 조항 단서의 의미와 관련하여 원고는 위 단서의 비용 역시 이 사건 조항 본문의 선급된 금액에 포함되므로, 피고는 단서의 비용에 대해서도 그 3배 상당의 금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계약에 따른 이행이 이루어진 후에 그 대가로 지급될 것으로 예정된 단서의 비용은 기본적으로 선급된 금액의 개념에 포섭하기 어려운 데다가, 이 사건 조항 단서를 두게 된 경위에 관하여 당사자들의 주장이 서로 대립되는 상황에서 원고의 위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히려 이 사건 조항 단서에서 정한 모든 소요비용 역시 환급(손해배상)의 대상에 포함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럴 경우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손해배상예정액의 범위는 계약금의 3’(이 사건 조항 본문)원고가 이 사건 설비의 제작을 위하여 지출한 모든 비용’(이 사건 조항 단서)을 합한 것이 된다.

 

) 피고의 무효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조항 단서의 비용까지 본문의 선급금에 포함하여 그 3배를 손해배상액으로 정한 것은 지나치게 과다하므로. 이 사건 조항은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주장의 전제와 달리 단서의 비용이 본문의 선급된 금액에 포함되지 않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관련 법리에 따르면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합리적인 범위 내로 제한하는 것이 가능한 이상, 이 사건 조항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2) 손해배상예정액의 범위에 대한 구체적 판단

 

) 계약금의 3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4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계약 체결일인 2011. 6. 23. 피고에게 계약금으로 5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 손해배상액은 1,500만 원(= 500만 원 × 3)이다.

 

) 원고가 이 사건 설비 제작과정에서 지출한 비용

 

프레임 제작비용600만 원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4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 제3조 나항에서 정한 대금 잔금(부가세 포함), 즉 피고의 이 사건 설비 제작에 필요한 기술 제공에 대한 대가로 2011. 7. 28. 150만 원, 2011. 10. 30. 150만 원, 2011. 11. 2. 100만 원, 2011. 12. 19. 100만 원, 2012. 1. 21. 100만 원 합계 6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피고가 원고한테서 부가세 명목으로 지급받은 100만 원은 이미 부가세로 납부하여 원고에게 환급되었으므로 제외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100만 원이 원고에게 환급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는 이상, 피고 주장 사정만으로 이를 제외할 것은 아니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마그네트 전자석 등 제작비용3,113,000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5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에 변론 전 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설비의 조립 단계에서 필요한 마그네트 전자석 등의 제작비용으로 2011. 7. 5. 1,415,000, 같은 달 28. 1,69,.000원 합계 3,113,000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자동조립기 제작 및 운반비용17,450,554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6호증의 2의 기재에 변론 전쳬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2011. 12. 25. 증국에서 자동조립기를 제작하는 비용으로 17,450,554 (= 9,587,412+ 7,863,142)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원고는 중국에서 제작한 자동조립기를 국내로 운반하는 비용으로 238만 원을 지출하였다라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의 중국 출장비용1,396,000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6호증의 1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피고의 중국 출장시 항공권비용으로 2011. 7. 30. 732,700. 2011. 9. 23. 663,300원 합계 1,396,000원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원고는 피고의 중국 출장시 현지 체류비용으로 3,370,451원을 지 출하였다라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주징은 이유 없다.

 

원트레이드의 부품 제작비용18,231,060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7호증, 갑 제17호증의 1, 2, 3, 5의 각 기재, 당심증인 E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원트레이드에 이 사건 설비의 부품(공압부품, 베어링, 모터) 제작비용으로 2011. 9. 23. 500만 원, 2011. 12. 30. 400만 원, 2012. 1. 21. 200만 원, 2012. 2. 28. 270만 원, 2012. 10. 10. 239만 원, 2012. 11. 2. 2,095,410, 2012. 11. 20. 45,650원 합계 18.231.060원을 지급한 사실을 알 수 있다.

한편, 나머지 516,460(= 18,747,52018,231,060)에 대해서는 이를 인 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그 지급일을 특정하고 있지도 아니하므로, 이 부분은 인정할 수 없다.

 

C의 자동화 설비프로그램 제작비용983만 원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8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C에게 이 사건 설비에 관한 전기 작업 비용(자동화 설비프로 그램 제작비용)으로 2011. 9. 21. 383만 원, 2012. 1. 10. 400만 원, 2012. 2. 15. 200만 원 합계 983만 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자동화 설비 조립을 위한 인력비용472만 원

 

갑 제19호증의 2, 3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예림 인력에 이 사건 설비의 조립, 수정 작업 등을 위한 인력비용으로 2012. 1. 19. 52만 원, 2012. 1. 28. 60만 원, 2012. 2. 6. 75만 원, 2012. 2. 15. 75만 원, 2012. 3. 13. 135만 원, 2012. 3. 27. 75만 원 합계 472만 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원고는 '2012. 1. 14. 60만 원. 2012. 4. 5. 45만 원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전혀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 소결론

 

결국, 이 사건 조항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것은, 75,740,614 (= 1,500만 원 + 600만 원 + 3,113,000+ 17,450,554+ 1,396,000+ 18,231,060+ 983만 원 + 472만 원)이다,

 

3)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

 

) 관련 법리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부당히 과다한 경우란 채권자와 채무자의 각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 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위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 그에 대한 적당한 감액의 범위를 판단할 때에는, 사실심의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위와 같은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236212 판결,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15371 판결 등 참조).

 

) 이 사건의 경우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계약에 따른 피고의 이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있었던 사정도 이 사건 계약의 해제로 이어지게 된 하나의 원인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 이 사건 설비에 필요한 각종 부품 및 가공품의 제작·공급은 원고의 책임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던 것인데, 이 사건 조항 단서에 따라 반환되어야 할 비용 중 상당 부분은 위 부품 등의 제작 비용에 해당하는 점, 피고의 귀책사유는 이 사건 계약의 이행 과정 중 마지막 단계 (조립·시운전)에서 있었던 것으로, 원고가 맡기로 하였던 설계 부분을 포함하여 그 이전의 이행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던 점, 피고의 마무리 작업(자동화 설비프로그램 설치 등) 하자로 인하여 완성 직전의 상태이기 하나 원고가 이 사건 설비의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고, 위 마무리 작업은 다른 사람에 의하여 대체가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점 및 위 법리에서 제시한 다른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앞서 본 손해배상예정액(75,740,614)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보이므로, 60%45,444,368원으로 감액하는 것이 타당하다.

 

4) 소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45,444,36S원과 이에 대하여 2012. 4. 11.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환송 후 당심판결 선고일인 2017. 1. 13.까지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윰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해야 하는데, 1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피고에 대하여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변호사 이두철>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였고,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엔지니어로 14년간 근무하였으며, 지금은 대전에서 기계소송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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