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정보/5. 기계

기계소송 사례 – 방독면 하자

이두철변호사 2019. 4. 26. 10:44

1. 사건개요

 

A회사는 2002년경 대한민국에게 화재대피용 방독면을 납품했습니다. 납품당시 당연히 규격서상의 성능시험검사에서 합격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납품 이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 대한민국은 2006년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성능검사를 실시하여 불량 판정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은 A회사에게 제품의 하자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2. 방독면공급계약의 법적 성질

 

A회사는 방독면공급계약은 제조물공급계약으로서 그 목적물인 이 사건 국민방독면이 대한민국 이외의 일반인에게는 판매가 불가능한 부대체물이어서 도급계약에 해당하여 민법 제670조에 의하여 그 하자담보기간은 1년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계약에 의하여 제작 공급하여야 할 물건이 대체물인 경우에는 매매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만, 물건이 특정의 주문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부대체물인 경우에는 당해 물건의 공급과 함께 그 제작이 계약의 주목적이 되어 도급의 성질을 띠게 된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21862 판결)”고 하면서 A회사의 주장을 배척하였고, 매매계약의 법리에 따라 판단하였습니다.

 

 

3. A회사의 항변

 

A회사의 항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대한민국의 성능검사에 합격한 제품을 납품한 이상 그 후 검사결과에 의하여 성능상의 결함이 발생하였다고 하여 제품의 하자라고 할 수 없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성능검사는 극히 일부의 시료에 대하여 실시하고 그 시료에 해당하는 로트 전체를 불량 판정한 것이므로 이 사건하자방독면 전체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항변이었습니다.

 

 

4. 법원의 판단(=대한민국의 주장)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대한민국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공급한 기계가 통상의 품질이나 성능을 갖추고 있는 경우, 그 기계에 작업환경이나 상황이 요구하는 품질이나 성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하여 하자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기 위하여는,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제품이 사용될 작업환경이나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 환경이나 상황에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제품의 공급을 요구한 데 대하여, 매도인이 그러한 품질과 성능을 갖춘 제품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보증하고 공급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만 할 것임은 물론이나,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기계를 공급하면서 당해 기계의 카탈로그와 검사성적서를 제시하였다면, 매도인은 그 기계가 카탈로그와 검사성적서에 기재된 바와 같은 정도의 품질과 성능을 갖춘 제품이라는 점을 보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매도인이 공급한 기계가 매도인이 카탈로그와 검사성적서에 의하여 보증한 일정한 품질과 성능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그 기계에 하자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법원 2000. 10. 27., 선고, 200030554)”라는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행정자치부(현재 행정안전부)는 화재대피겸용 방독면을 일반 국민에게 보급할 사업계획을 세우고 1998. 4.경부터 방독면 생산업체인 A회사 등에게 그 개발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한편, A회사 및 전문가 등과의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하여 수렴된 의견을 반영하여 방독면의 최종 규격을 확정된 사실, 화재대피용 정화통의 성능은 일산화탄소 농도 2,500±250ppm의 함유 공기에 백연(목재 연기농도0.7±0.1/m) 함유공기를 혼합하여 정화통에 유량 30±1L/min3분간 통과시킨 경우일산화탄소 농도가 350ppm 이하, 백연, 흑연이 각각 0.1/m 이하라는 성능시험에 합격하여야 하며, 사용설명서에는 주의사항, 저장수명(5), 정화통의 사용방법, 화재정화통일산화탄소 시험결과 등을 표시하여야 하는 사실, A회사는 1998. 4.경부터 행정자치부의위 사업에 생산업체로서 긴밀하게 참여하여 온 관계로 이 사건 국민방독면의 사용용도, 보급처, 규격서의 제정 경위 및 내용 등을 잘 알고 있었던 사실, 1, 2차 계약에 따라 납품한 방독면의 포장면 사용설명서 및 제품보증서에는 본 제품은 오염지역 및 화재현장에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 위한비상용 방독면이고, 밀폐 포장된 상태로 서늘하고 건조하며 통풍이 잘되는 상온장소에 저장하였을 때 제조일로부터 저장수명이 5년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방독면 납품 이후 2006. 5. 2.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실시한 성능검사 결과 1, 2차 계약에 의하여 납품된 것으로 2001. 12.경부터 2002. 9.경까지 생산된 방독면이 규격서상의 성능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불량으로 판정받은 사실, 방독면에 관한 규격서에는 방독면의 한 로트는 한 제조자가 동일한 공정, 재질, 제조조건하에서 생산된 방독면으로 구성된다. 방독면은 검사를 하여야 하며 필요조건에 미달되면 그 로트는 불합격 처리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A회사도 그 직원을 위 성능검사 조사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시켜 시료의 채취, 검사 및 판정 방법 등에 관한 위 위원회의 결정에 관여한 사실 등을 인정하면서,

 

대한민국은 방독면 납품계약을 체결하면서 A회사에게 위 규격서에 정한 화재대피용으로서의 최소한의 성능을 갖추고 있는 제품의 공급을 요구하였고, A회사도 이와 같은 사정을 잘 알면서 대한민국에게 위 규격서에 정한 방연 성능을 갖추고 특별히 보관상의 문제가 없는 한 그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국민방독면을 납품할 것을 보증하였다고 할 것인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하자방독면이 위와 같은 성능검사 결과 위 규격서에 정한 방연 성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여 화재방독면으로서의 효용을 상실한 것이라면, 대한민국이 사용설명서상의 보관방법을 어기고 제대로 보관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 이 사건 하자방독면은 매도인인A회사가 보증한 방연 성능을 충족하지 못하는 성능상의 하자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5. 검 토

 

위 판결로 인해 A회사는 43억원을 대한민국에게 배상해야 합니다. A회사 입장에서 볼 때 억울할 수 있습니다. 2002년 납품당시에서 성능검사 합격 판정을 받았는데, 4년이 지나 다시 검사하고 불합격이라면서 손해배상을 하라고 하니 억울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객관적으로 볼 때 실제로 하자가 있었는지를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실제로 하자가 있었던 이상 하자담보책임이 있다는 단순한 논리인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법원의 판단이 옳다고 봅니다.

 

제 경험상 덧붙일 말은 소송 제기 전 하자가 있는지 입증할 때 매우 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소송이 제기되기 전에 당사자들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하자유무를 입증하고자 합니다. 좀 안다는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자신 또는 소속직원들의 지식을 동원하여 스스로 사진을 찍고 측정을 하는 등의 방법입니다. 나름대로 검사하고 판단해서 자기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니 결국 소송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소송이 제기되면 법원을 통하여 감정을 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지만, 소송을 할 때 이미 하자물품이 없거나 상태가 변화된 경우가 잦습니다. 그럴 경우 과거 당사자들이 수집·검사했던 자료들이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이때 법원은 그 검사 자료가 얼마나 객관적인지 보게 됩니다. 따라서 당사자들은 소송 제기 전 검사시 공정성,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검사할 때 상대방을 참여시키고, 상대방과 검사방법·기준 등을 사전에 협의하고, 그대로 따르는 것입니다(tip. 하자없다고 주장하는 당사자는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겠네요^^). 이러한 검사자료라면 법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대한민국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이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A회사도 참여하게 하였습니다. 만약 A회사가 참여하지 않았고 대한민국이 일방적으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의뢰하여 성능검사를 했다면 검사의 공정성, 객관성을 다투어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다만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가지는 공공기관으로서의 가치, 대한민국이 공정하게 했겠지라는 판사님들의 막연한 신뢰 등이 작용하여, 대한민국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이두철 변호사 -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였고,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엔지니어로 14년간 근무하였으며, 지금은 변호사(변리사)가 되어 기계와 법률을 조화롭게 접목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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