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정보/5. 기계

★기계공학 전공 변호사★ 기계 하자를 인정하여 기계 공급자의 물품대금 청구를 기각하고 발주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한 사례

이두철변호사 2020. 7. 4. 16:10

1. 기초사실

 

피고는 유기합성수지제조 및 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회사

 

원고는 화학 산업용기계의 제작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회사

 

피고는 1988. 2. 3. 원고와 고체성분과 액체성분이 섞인 혼탁용액(slurry)을 여과액과 고형분(cake)으로 자동분리하여 주는 기계인 압력여과기(filter press) 4셋트를 피고의 부산공장에 설치하기로 하는 기계 제작 및 설치 계약 체결하였다.

 

위 기계 제작 및 설치 계약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원고가 위 압력여과기 4셋트를 제작하여 피고의 공장에 설치한 후 시험가동까지 함.

-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그 대금으로 금229,900,000원을 지불하기로 하되, 위 대금의 15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원을 계약 당일에 계약금으로, 위 기계가 피고의 공장에 반입되는 시점에 대금의 40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원을 중간기성금으로, 위 기계의 성능검사가 끝난 후 3개월 이내에 나머지 대금을 어음으로 각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함.

 

원고가 위 계약에 따라 압력여과기 4셋트를 일단 피고의 공장에 반입, 설치하였으나 몇차례에 걸친 시운전이 계속 실패하게 되고 그에 대한 해결도 신속히 이루어지지 아니하게 되자, 더 이상 위 기계의 정상적인 작동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본 피고가 1988. 10. 19.경부터 원고의 기술진들의 출입을 막음으로써 원고는 더 이상 위 기계의 시운전 시도를 계속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 후에도 위와 같은 상태가 계속됨으로써 현재 위 기계는 일부 부속장치만이 분리된 채 그 나머지 부품들이 피고의 위 공장 안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2. 원고의 기계대금 청구(본소)

 

가. 원고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며 기계대금을 청구

 

원고가 위 기계를 설치한 후 몇차례 시운전에 실패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후 곧바로 보완조치를 취하여 그 정상적인 가동을 목전에 두고 있었는데도, 피고가 일방적으로 원고 직원들의 출입을 봉쇄하여 원고의 위 계약상의 채무인 위 기계의 시운전성공을 불가능하게 하였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계약이 완전히 이행된 것과 동일하게 기계제작설치대금 229,900,000원 전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위 기계를 피고의 공장에 반입까지 한 이상 원고는 위 계약에서 약정한대로 위 대금 229,900,000원의 15퍼센트 상당의 계약금 34,485,000원과 그 40퍼센트 상당의 중간기성금 91,960,000을 합한 금126,445,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원고의 위 주장에 대한 피고의 항변

 

위 기계가 본래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됨으로 말미암아 위 계약 역시 그 본래의 목적달성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따라서 피고가 이를 이유로 하여 1990. 3. 12. 원고에게 위 계약을 해제한다는 통고를 함으로써 위 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

 

다. 법원의 판단

 

원, 피고는 당초 위 계약체결시에, 원고가 위 기계를 제작하여 피고의 공장에 반입하여야 할 기간을 제1, 2호기는 계약일로부터 80일 이내로, 3, 4호기는 계약일로부터 100일 이내로 하고, 그 반입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피고가 필요한 부속장치를 조립, 설치하여 원고의 시운전에 지장이 없도록 하여야 하며 원고는 그로부터 15일 이내에 무부하시험 및 부하시험을 완료하기로 약정하고, 위 기계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설계도나 시방서에 정해진 제반 성능 및 기능에 근본적으로 위배되거나 원고의 귀책사유로 공기내에 납품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될 때에 피고는 위 계약을 해약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계약해제에 관한 조항을 둔 사실,

 

그런데 피고의 공장통로가 비좁아 위 여과기셋트가 조립된 상태로 반입될 수 없어 부득이 위 기계는 부품으로 분리된 상태로 반입된 후 조립, 설치되게 되었는데, 피고가 수입하여 제공하기로 한 핵심부품인 여판(recessed filter plates) 중 제1호기에 부착할 여판이 1988. 4. 20.경에, 제2호기에 부착할 여판이 같은 해 5. 11.경에야 도착하는 바람에 제1, 2호기는 당초 약정 보다 늦은 같은 해 5. 21.경에 피고의 공장에 반입되었고, 제3, 4호기는 그에 필요한 여판의 도착을 기다리다가 일단 여판을 부착하지 아니한 채 당초 약정보다 늦은 같은 해 6. 9.에 피고의 공장에 반입된 후 같은 해 7. 13.에야 피고가 수입한 여판이 도착하게 됨으로써 비로소 그때부터 원고가 위 압력여과기 4셋트의 설치 및 시운전에 착수하게 된 사실,

 

위 압력여과기는, 외부에 있는 작동단추(start button)을 누르면, ① 실린더 프레임과 픽스트헤드(fixed head) 사이에 평행으로 늘어서 있는 수십개의 여판이 컨베이어체인에 의하여 실리더 프레임쪽으로 밀착되면서 여과실을 형성하고 이때 여판의 구멍을 통하여 그 여과실 안으로 공급된 원액(slurry)이 여과실안에 부착되어 있는 여포(filter cloth)를 통과하면서 그중 여포를 통하여 여과된 여액만이 여포이면으로 배출되고 여포를 통과하지 못한 고형분(cake, 다음부터 케이크라고 한다)은 밀착된 여포 사이에 달라붙어 점점 두꺼워지다가, ② 케이크의 두께가 일정치(케이크의 두께는 여판의 규격에 의하여 결정되는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15밀리미터임, 을제3호증의 1 참조)에 도달하면 원액을 이송하는 피드펌프(feed pump)가 위 여과실 안으로의 원액이송을 중단하게 되고, ③ 이때 여과실내에 고압의 공기가 불어 넣어져 케이크내의 잔류수분을 제거함으로써 다음의 케이크박리작업이 용이하게 하여지도록 하며, ④ 위 ③의 작업이 끝나면 여과실을 형성하였던 수십개의 여판이 밀착되기 전의 원래의 위치로 하나씩 이동되고 이때 여판내부에 밀착되어 있던 여포가 여포장착장치에 의하여 하나씩 벌어지게 되면서 여포 사이에 형성되어 있던 케이크가 자신의 무게로 저절로 컨베이어 위로 떨어져 분리되게 되는데(이를 케이크박리라고 한다), 이때 바이브레이터(vibrator)가 작동하여 여포를 상하로 진동시킴으로써 위와 같이 자신의 무게로 분리되고 남은 잔류 케이크를 여포로부터 더욱 완전히 분리하게 되고, ⑤ 그후 여포세척액이 여포를 세척함으로써 1회의 공정이 끝나게 되며, 위와 같은 공정이 작동단추(start botton)만 누르면 자동으로 계속하여 반복되고 그 과정에서 여과된 여액은 각 여판의 귀로 구성된 연통관을 통하여 기계 외부로 배출되는 사실,

 

따라서 여판의 밀착과 분리, 케이크 박리, 여포세척 등의 공정은 위 기계의 핵심적인 공정이어서 위 공정이 제대로 되지 아니하고서는 위 기계 본래의 설치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것인데, 원고가 위 압력여과기 4셋트에 대한 설치 및 시험가동을 착수한 위 1988. 7. 12.4.경부터 계속하여 위 여과기 4셋트 모두에 여판의 밀착과 분리, 케이크박리, 여포세척등이 불완전하거나 전혀 작동되지 아니하는 문제점이 발생하였고 그밖에도 위 기계작동과 관련되는 감속기, 유압 유니트 모터와 세정기 구동 모터, 공기 레률레이터 및 위 공정을 자동으로 처리하여 주는 컨트롤 판넬(control panel)등 여러 가지 보조기계도 불완전작동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아니하여 위 여과기 4셋트 모두가 무부하시 운전이나 원액을 투입한 시운전이 되지 아니하였는 바, 그중 케이크박리 불완전현상은 원고가 위 여과기에 투입될 여액의 성분에 대한 조사를 사전에 철저히 하지 아니한 잘못 및 원고가 이 사건 여판과 같이 얇은 케이크를 생성하여 내는 기계의 설치경험이 적었던 것도 그 한 원인이 되었던 사실,

 

원고의 여러 차례에 걸친 보수와 시운전시도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문제점이 개선되지 아니하자 피고는 위 자동압력여과기를 사용하지 못함으로 인한 작업능률과 생산량의 저하, 품질저하, 그동안 투입한 자재비와 기계구입비 및 인건비 등의 손실 등을 적시하면서 위와 같은 손해의 보상과 위 계약이행에 대한 대책 제시를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는 1988. 9. 22. 피고에게, 같은 해 9. 28.부터 30.까지 기계보완작업을 하고, 10. 5.부터 10. 10.까지 시운전 및 안전교육을 마치며, 10. 11.부터 그 다음날까지 시운전완료보고서를 제출하겠다는 내용의 시운전계획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통보한 후 다시 기계보수 및 시운전에 착수하였으나, 스스로 설정한 위 기일까지 아무런 효과도 얻지 못하고 만 사실,

 

이에 피고는 1988. 10. 19.경부터 원고 직원들의 피고 공장에의 출입을 막은 다음, 원고에게 그동안에 있었던 제반사항을 정산한 후 재계약을 하자고 요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에게 우선적으로 원고 직원들의 출입을 허용하고 시운전에 협조할 것을 촉구하면서, 그 동안에 발생된 문제에 대하여는 일반관례에 따라 상호 협의하여 해결하자고 제안한 사실,

 

문제해결에 대한 양측의 위와 같은 상반된 입장표명이 상호간의 양보 없이 계속되자, 피고는 마침내 1990. 3. 12. 원고에게 위 기계장치로 인하여 작업장의 협소 등으로 작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으니 기계장치를 조속히 철거하여 원상회복하도록 하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함으로써 위 계약을 해제하는 의사표시를 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음.

 

위 인정사실에 기초하여 볼 때,

 

위 계약당시 원고가 위 기계를 피고 공장에 반입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설치 및 무부하시험까지 끝마치기로 약정하였었기 때문에 원고는 피고가 3, 4호기에 대한 여판을 피고 공장에 들여온 1988. 7. 13.경부터 30일 후인 같은 해 8. 11.경까지는 위 계약에서 정한 대로 무부하시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원, 피고간의 위 도급계약에서 정한 일의 완성, 즉 위 압력여과기 4셋트를 설치하여 그 시운전까지 성공하는 것이 이루어지도록 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피고가 원고 직원들의 출입을 막을 때까지 2개월 이상의 기간이 지나도록 자신의 위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점,

 

그동안 위 압력여과기 셋트 시운전에 실패하게 된 원인이 위 기계의 가장 핵심적인 부품들이 제대로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였기 때문이고 더우기 이러한 중대한 문제점이 원고 스스로 설정한 기한인 위 10. 12. 이후까지도 전혀 개선되지 아니하였던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위와 같은 기계의 제작, 설치상의 중대한 하자는 가까운 시일 내에 개선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고 설령 하자가 보수된다고 하더라도 그 기계의 성능 및 기능이 정상적으로 설치된 기계와 같을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점,

 

피고는 위와 같은 예기치 못한 사태의 발생으로 인하여 생산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고 기존 생산라인도 작업장의 협소와 인력의 낭비로 그 생산력이 저하되는 손실을 입게 되었는데, 뚜렷한 대책도 없이 그러한 상태를 계속 방치하여 둘 수도 없었던 점,

 

따라서 자신의 과실로 인하여 피고에게 위와 같은 손실을 입게 한 원고로서는 피고가 요구하는 대로 그동안의 문제점들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정산을 하고 본래의 계약내용도 수정하는 등 피고의 요구에 성실하게 응하면서 기계가 정상가동 되도록 노력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선보수 후협상의 원칙만을 고집한 채 피고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점 및 원, 피고는 위 계약당시 원고의 귀책사유로 공기내에 기계의 반입이 불가능할 때에는 원고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약정함으로써 공기내에 위 계약이 이행되는 것도 위 계약의 중요한 내용으로 삼았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위 기계의 위와 같은 계속적이고도 장기간에 걸친 시운전실패로 인하여 위 계약체결시 기대하였던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위 계약은 피고의 위 해제의 의사표시로 위 1990. 3. 12.경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위 계약은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그 전부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위 계약이 일부라도 유효하게 존속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본소청구는 이유 없다.

원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가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첫째, 민법 제668조 단서(= 도급인이 완성된 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건물 기타 토지의 공작물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가 토지의 공작물에 대한 도급계약은 이를 해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도급계약의 경우라도 그 원상회복에는 중대한 사회, 경제적인 손실이 따르게 되므로 그 해제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둘째, 이 사건과 같이 기계설치와 그 시운전의 성공까지를 일의 완성으로 하는 도급계약에 있어서는 그 시운전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됨이 통상적이어서 설치기간 도과를 이유로 계약해제를 하기 위하여서는 상당한 최고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할 것인데, 피고는 원고에게 중간기성금을 지급하여야 할 자신의 채무는 전혀 이행하지 아니한 채 조금만 더 보완하면 기계가 곧 정상 작동될 단계에까지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기계설치 및 시운전을 시작한지 불과 2달 동안에 위 기계가 정상 작동되지 아니한다하여 갑자기 원고 직원의 출입을 봉쇄하고 원고에게 더 이상의 보수의 기회도 주지 아니한 채 위 계약을 해제하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므로, 위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는 무효이다.

 

셋째, 민법 제670조 제1항은 “하자의 보수, 손해배상의 청구 및 계약의 해제는 목적물의 인도를 받은 날로부터 1년 내에 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피고가 계약을 해제한 시점은 원고가 기계를 공장에 설치한 날로부터 1년이 넘은 때이므로, 피고는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넷째, 이 사건 기계제작 및 설치계약의 제7조에 피고의 해제권 발생요건을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의 해제사유는 계약서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다. 계약서에 해제권을 유보하여 두었으므로 그 해제사유가 아니면 해제할 수 없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첫 번째 주장에 대하여,

 

앞서 본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기계는 단지 피고의 공장 내에 설치하는 통상의 기계에 불과하지 토지에 고정적으로 부착하여 용이하게 이동할 수 없는 토지의 정착물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기성공사부분에 대하여는 계약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을 허용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위 민법 제668조 단서가 위 계약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고, 앞서 본 기계의 반입과 설치 및 보수 등의 과정을 살펴볼 때, 위 기계는 쉽게 분해하여 재조립을 할 수 있는 성질의 기계라고 할 것이어서 계약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을 인정한다고 하여 사회, 경제적으로나 원고에게 커다란 손실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

 

두 번째 주장에 대하여,

 

피고가 위 계약체결시 위 기계를 피고의 공장에 반입하는 때에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던 도급대금의 40퍼센트 상당의 중간기성금을 위 계약해제시까지도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은 원고가 이를 자인하고 있으나, 한편 앞서 본 사실관계 및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위 기계의 설치 및 시운전에 착수할 때까지도 피고에게 위 중간기성금의 지급을 요구하지 아니하다가 위와 같은 중대한 하자로 인하여 기계가 정상작동하지 아니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중간기성금의 지급문제는 당사자 사이에 전혀 문제시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는 바(원고가 위 중간기성금의 지급을 요구한 것은 피고가 계약을 해제한 후인 1990. 3. 21.이다), 위 기계가 피고의 공장에 반입되면서 바로 중간기성금이 지급되지 아니하여 피고의 중간기성금지급채무가 일시 이행지체의 상태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위 기계에 위와 같은 중대한 문제점이 발생하여 시운전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게 된 때로부터는 피고로서는 자신의 대금지급의무와 대가관계에 있는 원고의 채무인 위 기계설치 및 시운전의 성공시까지는 자신의 위 중간기성금지급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그러한 문제점이 상당한 기간 내에 해결될 가망이 없어서 계약의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정이 생긴 때에는 자신의 중간기성금채무의 이행을 제공하지 아니하고도 바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원고가 약정기간이 2개월 이상 경과하도록 기계의 정상가동을 실현시키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원인된 하자가 중대하고 또 그동안의 여러 차례의 보수도 무위로 돌아간 점 및 피고의 대책제시요구에 대하여 원고 스스로 시운전성공기한을 설정하고도 그 기한이 도과될 때까지 이를 이행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로서는 앞으로도 단시일 내에 위 기계의 정상작동을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에게 그동안 입은 손해에 대한 정산과 재계약을 요구하면서 그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될 때까지 더 이상의 보수를 허용하지 아니하였다가 그로부터 약5개월이 지나도록 원고가 자신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자 비로소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 신의칙에 어긋난다고도 보기 어렵다 할 것이어서, 피고의 위 계약해제가 그 해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거나 신의칙에 반한 것이어서 무효라거나, 적어도 원고가 이행한 기성부분에 대하여는 계약해제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원고의 위 주장은 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세 번째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수급인이 기계를 제작하여 도급인의 공장 내에 설치한 후 일정기간 동안의 시운전을 하여 성능검사가 끝난 때에 공사잔금을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기계제작설치공사도급계약에 있어서는 민법 제670조 제1항이 규정한 제척기간 1년의 기산점은 기계를 도급인의 공장에 설치한 날이 아니라 그 시운전까지 하여 성능검사가 끝난 날이다.

 

원고가 제작한 이 사건 기계는 1988.6.9. 피고 공장에 반입, 설치되었지만 시운전결과 이 사건 기계가 계약에 정해진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여 같은 해 7.14.부터 계속하여 하자보수 및 시운전을 시도하였으나 끝내 그 문제점이 개선되지 아니하여 피고가 1990.3.12. 원고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였다는 것이므로, 원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한 시운전을 마치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 제척기간은 진행되지 아니하였다.

 

네 번째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기계제작 및 설치계약의 제7조에 피고의 해제권 발생요건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모두 수급인인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도급인인 피고에게 해제권이 있다는 규정으로서 실질에 있어서는 채무불이행 이외의 별도의 해제권을 유보하는 특약을 한 것이 아니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법정해제권이 발생할 중요한 경우를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고, 비록 피고가 이 사건 계약해제시에 원고에게 보낸 기계설치공사 해약 및 철거통보서에 위 계약 제7조를 근거로 들고 있기는 하지만 그 전체적인 의미는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계약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 계약을 해제한다는 취지로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계약해제는 이 사건 기계제작 및 설치계약에 별도로 특별히 유보된 약정해제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법정해제권의 행사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는 해제와 동시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3. 피고의 손해배상청구(반소)

 

피고는 이 사건 기계제작 및 설치계약시 그 핵심부품인 여판과 기타 배관용자재등을 자신이 구입하여 제공하기로 약정하였었는 바, 그 중 여판의 구입비로 합계 금96,177,311원(여판수입대금 87,596,451원+부가가치세 금8,580,860원), 배관 및 전기자재 구입비로 금26,177,134원(자재대금 23,797,396원+부가가치세 금2,379,738원), 위 기계부대장치의 설치를 위한 전기공사의 노임으로 금2,190,000원을 각 지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

 

원고가 위 여판을 위 압력여과시 셋트에 부착하면서 구멍을 뚫게 되어 현재 그 원형이 일부 훼손되어 있고 또 여판과 배관자재 등 원고가 제공한 위 자재를 위 압력여과기셋트로부터 분리할 경우에도 일부 훼손이 불가피하여, 그 교환가격이 당초 구입가격의 약75퍼센트 정도에 불과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

 

원고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자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피고가 그 비용으로 구입하여 제공한 위 여판등 기자재의 교환가격하락과 위 전기공사 노임을 헛되이 지출함으로써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피고가 유기합성수지의 제조 및 판매를 그 사업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위 유기합성수지 제조공정중의 일부를 자동화하기 위하여 위 압력여과기를 피고의 공장에 설치하려 하였던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위 기자재구입비중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금액은 이를 부가가치세법 제17조제1항 소정의 매입세액으로 환급받을 수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위 여판의 부가가치세 금8,580,860원과 기타 배관자재 등의 부가가치세 금2,379,738원은 이를 피고의 손해액에서 공제하여야 한다고 할 것으로,

 

결국 피고가 이 사건으로 인하여 입은 손해는 위 부가가치세를 공제한 나머지 기자재구입비 합계 금111,393,847원(=87,596,451원+23,797,396원)의 25퍼센트 상당인 금27,848,461원과 위 인력비 금2,190,000원을 합한 금30,038,461원이라고 할 것이고,

 

원고는 피고에게 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위 금3,038,461원 및 이에 대하여 피고가 구하는 이 사건 반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발생하는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원고의 기계대금 청구는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으므로 기각됨.

 

피고의 채무불이행 손해배상 청구는 자재구입비(부가가치세 제외)의 25% 및 전기공사 노임이 인정됨.

 

(참조판례)

서울고등법원 1993. 11. 18 선고 92나60088 판결 [물품대금,손해배상(기)]

대법원 1994. 12. 22 선고 93다60632 판결 [물품대금,손해배상(기)]

<변호사 이두철>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였고, 졸업 후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엔지니어로 14년간 근무하였고, 지금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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