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2가합558004)은, 원고들이 상가 건물 분양 계약을 취소하고 분양대금 반환을 청구한 사례입니다. 원고들은 계약 체결 당시 피고가 상가 내부의 기둥 및 외부 방화문과 같은 구조물의 존재를 충분히 고지하지 않아 계약 체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 사건 개요
1. 당사자의 지위
피고 N 주식회사는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사로, 해당 상가 건물을 신축하고 분양했습니다.
피고 P 주식회사는 피고 N과의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을 통해 상가를 관리 및 분양하였습니다.
원고들은 이 상가를 분양받았거나, 최초 수분양자로부터 양도받은 사람들입니다.
2. 분양 계약 체결 및 기둥 등의 존재
원고들은 2018년 11월부터 12월 사이에 해당 상가 건물의 호실을 분양받기로 계약했습니다. 계약 당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분양 팸플릿, 평면도, 모델하우스를 통해 정보를 제공했지만, 내부 기둥이나 방화문 등의 존재에 대한 구체적인 고지가 없었습니다.
○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분양 계약을 취소하고, 분양대금을 반환받기를 청구했습니다.
- 고지 의무 위반: 상가 내부 기둥 및 방화문 등의 구조물이 점포 활용에 방해가 된다는 점을 계약 당시 고지받지 못했다는 주장입니다. 원고들은 피고가 이러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상가를 분양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기망에 의한 계약 취소: 고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피고의 행위가 부작위에 의한 기망 행위에 해당하며, 이에 따라 원고들은 계약을 취소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반환해야 할 금액에 대해서도 지연손해금을 포함하여 청구했습니다.
○ 피고들의 반박
- 설명의 충분성 주장: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분양 당시 도면과 모델하우스를 통해 상가 구조를 충분히 설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도면에는 기둥이 ‘■’로 표시되어 있었으며, 모델하우스에는 기둥과 방화문이 표현되어 있어 충분히 고지되었다는 것입니다.
- 계약서 조항: 피고들은 계약서에 기둥이나 구조물의 존재를 알리고,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었음을 강조했습니다. 피고들은 이를 통해 원고들이 해당 구조물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피고 P 주식회사의 책임 부인: 피고 P 주식회사는 분양 계약의 모든 의무가 피고 N 주식회사에게 승계되었기 때문에 자신들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법원의 판단
1. 고지 의무의 존재 및 위반
법원은 피고가 분양 당시 기둥 등의 존재를 명확히 고지하지 않은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도면에 기둥이 표시되어 있긴 했지만, 건축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이를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과 모델하우스에서 기둥과 방화문이 충분히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피고가 이러한 중요한 요소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것은 부작위에 의한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며, 이에 따라 원고들이 분양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 피고의 책임
피고 N 주식회사는 원고들에게 기둥과 방화문이 상가 가시성을 차단하고 공간 활용에 제한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고지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피고는 원고들에게 분양대금을 반환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P 주식회사에 대해서는 분양 계약의 책임이 피고 N으로 승계되었기 때문에 원고들이 피고 P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3. 대법원 판례 인용
법원은 대법원 판례(2006. 10. 12. 선고 2004다48515 판결)를 인용하여, 부동산 거래에서 거래 상대방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 판례는 고지 의무의 중요성과 그 위반 시 발생하는 법적 결과를 명확히 하는 근거로 사용되었습니다.
○ 결론 및 시사점
이번 판결은 부동산 거래에서 고지 의무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례입니다. 피고는 일반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으며, 이는 법적 책임으로 이어졌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계약 취소 및 분양대금 반환을 명령했습니다.
부동산 거래 시에는 반드시 계약서 조항과 도면, 모델하우스를 꼼꼼히 확인해야 하며, 만약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면 추가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판결은 특히 분양자들이 계약 과정에서 거래 상대방에게 충분히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향후 유사한 분쟁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입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부동산 거래 시 투명성과 정보 제공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으며, 계약자들은 신중한 검토와 확인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킬 수 있습니다.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