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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재재 공급계약 관련 물품대금 청구 소송 : HPLC 장비 성능 부족 하자 주장 기각

이두철변호사 2025. 2. 19. 17:16

사건 개요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0가단122268 사건 입니다.

A 주식회사(원고)는 과학기자재를 판매하는 회사이고, B 주식회사(피고)는 측정대행업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는 회사입니다.

양측은 2018년 10월 10일, Chromatec GCMSD 1SET와 ECOM HPLC 1SET 등의 분석기기를 공급하는 계약(이하 ‘제1물품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또한, 같은 날 UPS10KW 2SET, 수소제네레이터 1SET 등의 기기를 공급하는 추가 계약(이하 ‘제2물품공급계약’)도 체결했습니다.

원고는 계약에 따라 모든 물품을 제작·설치하고 시운전까지 마쳤다고 주장했으나, 피고는 납품된 ECOM HPLC 1SET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잔금 3,3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미지급 물품대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1. 계약상 원고의 의무 이행 여부

원고가 계약을 이행했는가? 법원이 가장 먼저 판단한 것은 원고가 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였습니다. 피고는 “납품된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금 지급을 거부했지만, 법원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어 원고가 계약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보았습니다.

가. 사용자 교육 및 시운전 진행

  • 원고는 2018년 12월 12일부터 2019년 3월까지 피고의 직원들에게 기기 사용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 또한, 2019년 12월 13일, 12월 26일에도 추가 교육과 시험 가동을 실시하였습니다.
  • 법원은 이러한 점을 종합하여, 원고가 설치 및 사용자 교육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나. 감정 결과에 따른 기기의 정상 작동

  • 피고는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감정 결과는 달랐습니다.
  • 감정인 C의 감정 결과에 따르면, 기기는 정성·정량 분석이 모두 가능했고, 물질별 특정 및 검량선 작성을 통해 분석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 따라서 피고가 주장하는 기기의 성능 부족은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다. 설치확인서 미작성만으로 계약이행을 부정할 수 없음

  • 계약서상 설치가 완료된 것으로 보기 위해서는 쌍방이 설치확인서에 서명·날인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 하지만, 법원은 피고가 설치확인서 작성을 거부한 것만으로 계약 이행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제2물품공급계약에서도 설치확인서 없이 대금이 지급된 점을 근거로, 단순히 확인서가 없다고 해서 계약이행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논리를 적용했습니다.\

✅ 결론: 원고는 계약상 물품을 정상적으로 제작·납품하였고, 교육과 시운전을 마쳤으며, 감정 결과상 기기는 정상 작동되었으므로 계약을 이행했다고 인정되었습니다.

 

2. 피고의 대금 지급 거부 사유 인정 여부

피고는 "기기 성능 부족", 즉 HPLC 기기가 정상적으로 성분을 검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의 주장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가. 기기의 정량·정성 분석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함

  • 감정 결과, 기기는 분석이 가능하였으며 피고가 주장하는 성능 문제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했습니다.
  • 피고는 기기의 성능을 입증할 실험 결과나 객관적인 데이터(재현성 부족, 검량선 불완전성 등)를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나. 계약서상 성능 보장 범위 초과 주장

  • 계약서에는 기기의 납품, 설치, 시운전, 교육 등의 의무가 기재되어 있었지만, 특정 분석 성능을 보장하는 조항이 없었음.
  • 피고의 주장은 기기가 자신들의 기대만큼의 성능을 발휘하지 않았다는 것에 불과하며, 이는 계약에서 보장된 의무 사항이 아니었음.
  • 따라서 피고가 이를 근거로 대금 지급을 거부할 사유가 되지 않음.

✅ 결론: 피고가 주장하는 "기기 성능 부족"은 법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며, 계약상 보장된 의무 사항도 아니었으므로 대금 지급 거부 사유로 인정될 수 없었습니다.


판결의 시사점

1. 계약서 작성과 증거 확보의 중요성

이번 사건에서 원고가 승소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은 계약 내용과 이행 과정을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계약 체결 후, 납품 내역과 사용자 교육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특히, 설치확인서 작성을 거부당할 경우, 시운전 과정 및 교육 이력을 문서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 단순한 성능 불만으로 계약 불이행을 주장하는 것은 어려움

법원은 납품된 기기의 성능이 계약 조건에 부합하는 한, 설치확인서 미작성만으로 대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따라서, 계약 후 기기 성능에 문제가 있다면 명확한 증거(시험 결과, 감정서 등)를 확보해야 합니다.


결론

이 사건은 기업 간 계약에서 계약 이행의 증거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계약이 체결된 후에는 단순히 물품을 납품하는 것만이 아니라, 설치, 시운전, 교육 과정까지 증거로 남겨 두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계약서를 면밀히 검토하고 지급 조건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향후 분쟁을 방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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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철 변호사**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14년 동안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설비를 관리하며 기계엔지니어로 근무했습니다. 이제는 변호사로서 기계와 법률을 접목시키며, 두 분야의 전문가로서 여러분의 문제를 해결해 드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