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지방법원은 대한민국(국방부 산하기관)이 A 주식회사와 체결한 항공장비 납품계약과 관련하여 계약 해제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선금 및 잔금의 반환을 명한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계약법, 특히 도급계약에 있어서 하자담보책임과 계약 해제의 법리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사건 개요
- 계약 당사자: 원고 – 대한민국(국군재정관리단), 피고 – A 주식회사
- 계약 내용: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전산기용 시험장비(CADC 테스트 장비)를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하여 납품
- 계약 금액: 약 2억 4천 8백만원 (선금 1억 8천 3백만원 + 잔금 6천 5백만원)
- 납품일: 2018. 2. 6.
- 하자 발생: 납품 후 약 4개월부터 8건 이상 하자 발생
- 해제 통지: 2020. 6. 1.
주요 쟁점 및 법리
1. 이 사건 계약은 어떤 성격인가?
법원은 본 계약을 "제작물공급계약"으로 보았습니다. 다시 말해, 단순한 물품 매매가 아니라 도급의 성격이 강한 계약이므로, 매매계약에 적용되는 하자담보책임의 제척기간(예: 민법 제582조)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계약 목적물이 ‘부대체물’인 경우, 제작이 계약의 주목적이 되어 도급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 – 판결문 중
2. 계약 해제의 요건을 충족했는가?
법원은 원고(국가)의 계약 해제를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하자가 중대하고 반복적으로 발생했으며, 보수 불가능
- 피고가 납품 후 1년간 품질보증을 하기로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함
- 하자 발생 후 8차례에 걸쳐 보수 요청에도 불구, 해결되지 않음
- 결국 장비는 항공기 안전 운용에 사용 불가능한 수준
이에 따라,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특별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및 ‘피고가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거나 이행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계약 해제가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특수조건 제14조 제1항 제4호 및 제5호).
3. ‘검수 합격’은 책임 면제 사유인가?
피고는 원고가 납품 당시 "합격 판정"을 하였으므로 하자 책임이 면제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다음과 같이 보았습니다.
- 검수는 단지 인도 완료를 의미할 뿐, 향후 하자에 대한 담보책임까지 면제하지는 않음
- 계약상 납품 후 1년간의 품질보증 책임이 별도로 존재
- 실제 하자는 납품 4개월 후 발생한 것으로, 검수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큼
4. 피고의 주장 – ‘계약 자체가 원시적 불능’이라는 반격
피고는 애초에 "40년 된 장비의 100% 복제가 불가능했으므로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배척했습니다.
- 계약서에는 “100% 복제”가 아닌, “기능과 성능에 부합하는 장비”를 요구했음
- 실제로 피고도 이를 알고 계약을 체결했으며, 제작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음
- 장비는 납품 후 약 4개월간 정상 사용됨 → 계약 이행이 사실상 가능했다는 방증
판결 요지
- 피고는 원고에게 선금 183,700,000원 및 잔금 65,047,180원 반환 의무
- 이자율: 계약금 지급일 이후로 2023. 9. 21.까지는 연 6%, 이후는 연 12%
- 다만, 이미 공제한 지체상금(13,782,820원)은 반환 대상 아님
마무리
이번 판결은 군수품 납품계약 등 고도 기술과 정밀성이 요구되는 계약에서 하자의 중대성, 계약 해제 요건, 품질보증의 중요성을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검수 완료 = 하자 책임 면제가 아니라는 점, 도급계약에서의 하자보수 불이행은 계약 해제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실무상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