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2024다285725 손해배상금)은 집합건물 대지사용권이 반드시 소유권과 같은 물권에 한정되지 않으며, 채권적 토지사용권도 포함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피고들이 제출한 약정서에 따라 소외인이 부족한 대지 지분에 대해 무상사용권을 확보했음을 인정하고, 이는 집합건물의 전유부분 소유에 필요한 대지사용권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원심이 이를 부정한 것은 대지사용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으로 보아,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였다. 이번 판결은 약정에 따른 사용권도 대지사용권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여 관련 분쟁에서 중요한 법적 기준을 제시한 사례로 의미가 있다.
1. 사실관계
서울 서초구 소재의 연립주택과 관련된 이 사건은 원고가 임의경매절차에서 대지의 일부 지분을 매수하면서 시작되었다. 해당 연립주택의 한 소유자인 소외인은 연립주택 전유부분의 소유권을 이전받았으나, 소유한 대지 지분이 전유부분 면적에 상응하는 비율에 미치지 못했다. 이후 소외인의 상속인인 피고들이 해당 연립주택과 대지 지분을 상속받게 되었다. 원고는 소외인이 필요한 대지 지분보다 적은 지분만 소유하고 있었으므로 부족한 지분에 해당하는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2. 당사자 주장
- 원고는 소외인이 소유한 대지 지분이 부족하므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피고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 피고들은 소외인이 피고 2와의 약정에 따라 부족한 대지 지분에 대한 무상사용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부당이득반환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피고들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약정서를 제출했다.
3. 법원의 판단
대지사용권의 법적 해석
- 대법원은 집합건물법 제2조 제6호에 따라 대지사용권이 반드시 소유권과 같은 물권에 한정되지 않고, 등기되지 않은 채권적 토지사용권도 포함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집합건물이 존재하는 한,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을 소유하고 그에 따른 대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함으로써 대지사용권이 성립한다는 기존 판례(대법원 2023다254816 판결)를 재확인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들이 주장한 약정에 따른 무상사용권도 대지사용권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약정서의 유효성 판단
- 피고들은 소외인과 피고 2가 2015년 11월 15일에 작성한 약정서를 제출하며, 해당 약정에 따라 소외인이 부족한 대지 지분을 무상으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약정서에 명시된 내용(“소외인은 부족한 대지 지분 범위 내에서 위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 수익하고, 피고 2는 이를 승낙한다”)을 근거로, 소외인이 실제로 부족한 대지 지분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은 해당 약정이 원고와 같은 제3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는 권리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 약정 당시 피고 2 역시 연립주택의 구분소유자로서 대지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피고 2가 자신의 지분에 대해 무상사용권을 부여한 것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4. 판결의 의의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집합건물법에서 규정하는 대지사용권의 범위를 확장하여, 채권적 권리도 대지사용권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기존에는 소유권과 같은 물권을 중심으로 대지사용권이 인정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번 판결은 약정에 의한 무상사용권도 집합건물의 전유부분 소유에 필요한 권리로 인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이는 집합건물 소유자 간의 다양한 합의에 따른 사용권을 보호함으로써, 실제 사용관계에 부합하는 권리 구조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대지사용권 관련 분쟁에서 보다 유연하고 현실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유사한 소송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