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원고 A 주식회사는 피보험자인 주식회사 D와 공장건물 및 기계에 대한 화재보험 계약을 체결한 보험사이다. 피고 C 주식회사는 공기압축기 제조업체이며, 피고 B 주식회사는 해당 공기압축기를 판매한 회사다.
주식회사 D는 2011년 피고 B로부터 피고 C가 제조한 공기압축기를 구입하여 공장에 설치했다. 2020년 2월 12일, 이 공기압축기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공장과 공기압축기, 인근 공장의 외벽이 불에 타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원고는 보험금을 지급한 후, 피고들에게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 당사자 주장
원고
원고는 화재 원인이 공기압축기의 제조 결함에 있다고 주장하며, 피고 C에게 제조물책임법 및 불법행위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을, 피고 B에게는 제조물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피고 B
피고 B는 자신이 제조업자가 아니므로 책임이 없으며, 공기압축기에는 제조 결함이 없고 화재는 공장 측의 관리 소홀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피고 C
피고 C는 화재 원인이 공기압축기의 설치 및 사용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3. 법원의 판단
가. 피고 B에 대한 청구 : 기각
법원은 제조물책임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제조업자가 아닌 자에게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피고 B는 공기압축기를 제조한 업체가 아니라 단순한 판매자이므로, 제조물책임법 제3조 제2항에 따른 예외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피고 B에 대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보았다.
나. 피고 C에 대한 청구 : 기각
법원은 피고 C가 제조한 공기압축기에 결함이 있었다는 점을 원고가 입증하지 못했다고 보았다. 이를 세부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 공기압축기의 내용연수 문제
화재가 발생한 공기압축기는 설치 후 약 9년간 사용되었으며, 이는 해당 공기압축기의 일반적인 내용연수(10년)에 근접한 시점이다. 그동안 별다른 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왔으므로, 단순히 화재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조 결함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② 단락흔의 발생 원인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전선의 단락흔에 대해 법원은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언급했다.
- 1차 단락흔 여부 불확실성:
- 경산소방서는 단락흔을 1차 단락흔으로 추정했으나, 이를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미세현미경검사나 조직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해당 단락흔이 화재 이전에 발생한 것인지, 화재로 인해 생긴 2차 단락흔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 설령 1차 단락흔이라 하더라도, 사용 과정에서 외부 충격이나 눌림, 서지 또는 고조파에 의해 절연이 약화되어 단락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③ 작업 환경과 관리 문제
- 해당 공장은 금속가공업체로서, 공기압축기가 위치한 공간에 금속 가공 작업으로 인한 분진과 윤활유에서 발생한 유증기가 다량으로 존재하는 환경이었다. 이러한 환경은 공기압축기 내부로 분진과 유증기가 유입될 수 있어 과열, 단락 등의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 공기압축기의 취급설명서와 관리 지침서에는 분진, 유증기, 인화성 가스가 많은 환경에서 사용하지 말 것과 정기적인 점검을 할 것을 명시하고 있으나, 공장은 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감정 결과와 현장조사에서도 새로 설치된 공기압축기에 분진과 유증기가 유입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④ 동력선 연결 문제
- 화재 직후 공기압축기의 동력선 입구 측 피복이 벗겨져 내부 구리 코일이 노출된 상태였으며, 이는 발화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동력선 연결 작업은 제조업체인 피고 C가 아닌, 공장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D가 직접 수행하고 관리해야 할 부분이었다.
- 동력선 연결부의 조임이 풀린 상태로 장기간 사용될 경우 접촉저항이 증가하여 열이 발생하고, 내부로 유입된 잔유물과 반응하여 발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⑤ 고조파 및 서지에 의한 가능성
- 공장은 용접기, 프레스기 등 전력 소모가 많은 기계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기기들이 고조파, 서지 등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 공기압축기에 고조파나 서지가 유입될 경우 내부 전선의 절연이 약화되어 단락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전력 계통의 이상전류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⑥ 공기압축기 관리 주체의 책임
- 공기압축기는 설치 이후 주식회사 D에 의해 관리되었으며, 피고 C는 공기압축기 본체를 제조해 공급한 이후 관리 주체가 아니었다.
- 공기압축기 내부 부품은 여러 차례 교체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전선에 압력이 가해져 절연 약화로 인한 단락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따라서 공기압축기의 관리 책임이 피고 C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4. 결어(사고 원인 분석의 중요성)
이 사건에서 소방서와 감정인의 화재 원인 분석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화재 원인이 1차 단락인지 2차 단락인지, 환경 요인에 따른 것인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고가 제조사 책임을 입증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기술적 사고 발생 시 철저한 원인 분석이 소송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사고 발생 시 기업은 자체적인 원인 조사를 철저히 하고, 필요시 전문 기관에 의뢰해 신뢰할 수 있는 분석 결과를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