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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경감조치의무 불이행과 손해의 확대 사이 상당인과관계

이두철변호사 2024. 9. 19. 17:38

1. 서론

 

사고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으면 우리는 자연스레 손해배상을 요구하게 됩니다. 하지만 손해배상의 범위나 액수를 정할 때, 단순히 사고로 발생한 피해만을 고려하지는 않습니다. 사고 이후 피해자가 취한 조치, 즉 손해경감조치에 대한 여부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손해경감조치의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불이행될 경우 손해와 불법행위 사이에 어떻게 상당인과관계가 형성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2. 손해경감조치의무란?

 

손해경감조치의무는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사고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를 말합니다. 이는 단순히 피해를 보고 가만히 있지 말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차 사고로 차량이 파손되었을 때 피해자가 자동차 수리를 빨리 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그로 인해 손해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법원은 피해자가 손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손해배상액을 줄일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사고 이후 손해를 줄일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손해경감조치의무 불이행’이라고 부릅니다.

 

왜 이런 의무가 존재할까요?

 

손해경감조치의무는 신의성실의 원칙, 즉 상대방에게 성실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법의 기본 원칙에 기반을 둡니다. 손해를 줄이기 위해 피해자도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는 손해배상 제도에 있어서 공평한 부담을 지게 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피해자가 일부러 손해를 키운다면 가해자가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3. 손해경감조치의무와 손해 확대

 

손해경감조치의무가 중요한 이유는 손해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손해 확대란 사고나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최초의 손해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커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피해자가 손해경감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지연하면 그로 인해 손해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법원은 피해자가 손해를 키우는 데 기여한 점을 고려해, 배상액을 결정할 때 그만큼 감액할 수 있습니다.

 

4. 손해경감조치의무와 상당인과관계

 

상당인과관계라는 개념을 알아보겠습니다. 손해경감조치의무가 불이행된 경우에도,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그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적으로는 그 불이행과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성립해야만, 피해자의 책임이 인정됩니다.

 

상당인과관계란?

 

상당인과관계란 피해자의 행위(또는 불행위)와 손해 사이의 연결고리입니다. 피해자의 행동(또는 무행동)이 손해를 키웠다면, 그 행동(또는 무행동)과 손해 사이에 상당한 연결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즉, 피해자가 만약 손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면 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예를 들어, 차량 사고로 번호인식기가 파손되었을 때, 피해자가 빠르게 수리하지 않고 방치하여 추가적인 손상이 발생했다면, 법원은 피해자가 손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그 책임을 일부 인정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조치를 취하지 않아 손해가 더 커졌다면, 손해와 피해자의 불이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5. 실제 사례로 본 손해경감조치의무

 

손해경감조치의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사례를 하나 소개합니다(청주지방법원 2016가단105053).

 

이 사건에서는 냉동탑차량이 청주시의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차량번호인식기를 파손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때, 피해자인 청주시시설관리공단은 파손된 번호인식기를 신속히 교체해야 했고, 실제로 교체비용을 지불하고 원상복구를 했습니다.

 

원고(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는 손해사정사를 통해, 번호인식기를 완전히 교체할 필요는 없고 일부 부품만 교체하면 충분하다는 보고서를 받았습니다. 따라서 3,862,000원만 지불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청주시시설관리공단은 이미 17,850,000원을 들여 번호인식기를 교체한 상태였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청주시시설관리공단이 번호인식기를 신속하게 교체한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었으며, 그 비용 또한 과도하게 청구된 것이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법원은 특히, 피해자가 손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원고의 주장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피고(청주시시설관리공단)가 번호인식기를 빠르게 원상복구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많은 차량이 매일 이용하는 주차장에서 차량번호인식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히 교체한 것이 타당하다고 본 것입니다. 또한 법원은 피고가 일부 부품만 교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전부 교체한 것이 비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6. 손해경감조치의무와 법적 책임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손해경감조치의무는 피해자가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따지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손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거나 불필요하게 손해를 키운 경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가해자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피해자의 손해경감조치의무 불이행이 실제로 손해를 확대했는지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상당인과관계가 성립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서 바로 손해가 커지는 것은 아니며, 그 사이에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어야 합니다.

 

7. 결론

 

손해경감조치의무는 피해자가 사고 이후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취해야 하는 의무를 의미합니다. 피해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손해가 확대되었을 때 그에 대한 책임을 일부 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손해와 손해경감조치 불이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해야만 그 책임이 인정됩니다.

 

이 개념을 통해 우리는 사고 이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법적 기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사고로 발생한 손해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 피해자가 어떻게 대처했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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