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사업자(=수급인)인에게 파산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수급사업자(=하수급인)가 발주자(=도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 발주자는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직접 지급 의무의 범위는 어떻게 될까요?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998. 11. 21.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아파트 건설공사를 도급함
1999. 2. 1. 수급인은 하수급인에게 위 도급공사 중 건축토공사 부분을 공사금액 236,620,000원에 하도급 주었음. 동 하도급계약 당시 작성된 설계내역서에 의하면, 하도급공사 중 암석굴삭(연암)공사는 46,285,200원(수량 6,708㎥ × ㎥당 6,900원)으로 예정되어 있었음.
2000. 8. 1. 하수급인은 하도급공사 중 암석굴삭 공사를 마침.
2000. 10.경 도급인과 수급인은 암석굴삭 공사를 흙파기 공사로 설계변경 합의.
2000. 11. 18.경 수급인에 대한 파산신청이 있음. 이 즈음 하수급인은 하도급공사를 중단함.
2001. 1. 8. 수급인 파산선고. 하수급인은 도급인에게 직접 하도급대금의 지급을 요구.
도급인은 수급인과 사이에 암석굴삭 공사를 흙파기 공사로 설계변경하였다는 이유로 암석굴삭 수량으로 예정되어 있던 6,708㎥에 흙파기 단가인 ㎥당 350원을 적용하여 산출한 2,347,800원(수량 6,708㎥ × ㎥당 350원)을 하수급인에게 지급함.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서, 하수급인은 암석굴삭 공사를 완료하였으므로 도급인으로부터 46,285,200원(수량 6,708㎥ × ㎥당 6,900원) 전액을 받을 수 있는지, 아니면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서 흙파기 공사로 설계변경 합의가 있었으므로 흙파기 공사 대금에 해당하는 2,347,800원(수량 6,708㎥ × ㎥당 350원)만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구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2004. 1. 20. 법률 제710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1항과 동법시행령(2004. 4. 19. 대통령령 제18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원사업자의 파산으로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된 경우로서 수급사업자가 발주자에게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요청한 때에는 발주자는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발주자는 원사업자에 대한 대금지급의무의 범위 안에서만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의무를 부담할 뿐이라고 할 것이다(2004다64050).
수급인과 도급인은 2000. 10.경 암석굴삭 공사를 흙파기 공사로 설계변경한 사실이 있으므로, 발주자인 도급인은 수급인에 대하여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대금만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그에 따라 하수급인에 대하여도 위 공사대금 지급의무의 범위 안에서만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인데, 도급인이 설계변경에 따라 암석굴삭 수량으로 예정되어 있던 6,708㎥에 흙파기 단가인 ㎥당 350원을 적용하여 산출한 2,347,800원(수량 6,708㎥ × ㎥당 350원)을 지급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부분 공사와 관련된 도급인의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의무는 이미 정산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하수급인은 나머지 돈을 수급인에게 청구할 수 있겠지만, 수급인이 이미 파산상태여서 실제로 돈을 받기는 곤란할 것입니다. 하수급인만 안타까운 처지가 된 것이지요. 하수급인은 위와 같은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 의무의 범위를 항상 유념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