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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기계설비 매매 계약 분쟁 : 계약 조건에 따라 설비를 정상적으로 작동 가능한 상태로 납품하지 못하여 계약이 해제된 사건

이두철변호사 2025. 1. 24. 08:52

장소: 한적한 카페, 오후 늦은 시간. 테이블 위에는 커피와 노트북, 계약서 복사본이 놓여 있다.

등장인물:

  • A 대표: 원고인 A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40대 후반, 차분하지만 단호한 성격.
  • B: 피고. 개인 사업자, 50대 초반. 방어적이고 다소 감정적.

(카페 내부. A 대표가 먼저 도착해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계약서 복사본을 읽고 있다. 잠시 후 B가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A 대표: (고개를 들며) 오셨군요. 시간이 많지 않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이번 사건에 대해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B: (차가운 웃음) 본론이라... 계약서만 들이밀면서 제 잘못만 강조하실 건가요? 통관 문제 때문에 설비가 손상된 건 원고 측 책임 아닌가요?

A 대표: (단호히) 통관 문제는 애초에 귀하가 제공한 설비의 품질과 적법성 문제에서 시작된 겁니다. 제작 연도 조작과 명판 변경, 이 부분은 명백히 귀하의 잘못 아닌가요?

B: (어깨를 으쓱하며) 그건 어쩔 수 없는 사정이었죠. 베트남에서 요구 사항이 까다로웠던 것도 알고 계셨을 텐데요. 그 상황에서 어떻게든 설비를 납품하려고 한 노력은 인정해 주셔야죠.

A 대표: (한숨) 노력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면 저희가 이 자리에 있을 이유도 없겠죠. 설비가 검수에 합격하지 못한 건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약속된 성능 보증은 어디로 갔나요?

B: (말을 끊으며) 그건 현지 환경 때문이었습니다! 고온 다습한 환경에 오래 노출됐으니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거지요. 통관 지연으로 녹이 생긴 건 귀측의 관리 소홀 아닌가요?

A 대표: (눈을 가늘게 뜨며) 녹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일부 인정하겠지만, 설비 자체가 기본적인 작동조차 못 했습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검수를 통과했어야 할 설비를 그 상태로 납품한 건 귀하의 책임입니다.

B: (목소리를 높이며) 저희도 모든 걸 다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원고 측에서 제대로 협조를 안 해놓고는 모든 책임을 저에게 뒤집어씌우는 건 부당합니다.

A 대표: (침착하게) 협조가 부족했다고요? 저희는 계약서대로 진행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귀하가 계약 의무를 완수하지 못한 사실은 법원에서도 이미 명확히 판결했습니다. 더 이상 변명은 듣고 싶지 않군요.

B: (약간 흔들리는 모습) 그래도... 그 비용을 다 물어내라고 하시면 저희 입장은 어쩌라는 겁니까? 저도 사업을 계속 해야 합니다!

A 대표: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저희도 이 사건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계약은 계약입니다. 귀하께서 이행하지 못한 의무에 대해 책임을 지셔야죠. 법적으로도 그렇고, 도의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B: (잠시 침묵 후) ...그럼 합의할 여지는 없는 겁니까? 계속 이렇게 다투는 것도 서로 피곤할 뿐인데요.

A 대표: (생각하며) 합의라... 귀하께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신다면 고려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입은 손해를 무시하는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B: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습니다. 제 변호사와 다시 논의해 보겠습니다.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로 하죠.

A 대표: (조용히 계약서를 정리하며) 좋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구체적인 해결책을 가지고 오시길 바랍니다.

(B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고, A 대표는 커피를 마저 마시며 서류를 정리한다. 카페에는 잔잔한 음악만 흐른다.)

사건 개요(수원지방법원 2019가단549414 판결)

A 주식회사와 B는 2019년 1월 14일, 중고 설비를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금액은 3억 3천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으로, B는 설비를 조달한 후 오버홀(overhaul, 분해 후 정비 및 수리) 작업을 통해 정상 작동 상태로 만들어 A에게 납품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오버홀 작업은 설비의 납품 조건 중 핵심적인 요소였으며, 이를 통해 최소한 생산 활동이 가능한 수준으로 설비를 복구해야 했습니다. 또한 계약서에는 납품된 설비가 검수에 합격하고, 설치 및 시운전에 문제가 없어야만 납품 완료로 간주된다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납품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B는 베트남 현지 공장으로 설비를 배송했으나, 설비가 최소한의 성능도 확보하지 못한 채 A의 검수에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B는 베트남 통관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설비가 손상되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후 양측은 설비 반납에 합의했으나, 비용 문제 등 추가 논의가 지연되면서 결국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법원의 판단

1. 계약 이행 의무 불이행

  • 법원은 B가 계약 조건에 따라 설비를 정상적으로 작동 가능한 상태로 납품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B는 설비의 납품과 검수 합격이라는 주요 의무를 완수하지 않았기에, 계약의 해제를 원인으로 한 원상회복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검수 조건과 성능 보증 조항이 이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2. 손해배상 책임

  • A는 계약과 관련된 지출 비용(약 2,561만 원)을 B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비용에는 설비 운송비, 테스트 비용, 설치비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A 역시 국내에서 사전 테스트를 통해 문제를 확인하지 못한 점에서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보아 손해배상액을 50%로 제한했습니다. 이는 계약서에 명시된 의무 외에도 계약 당사자들이 상황에 따라 취해야 할 적정 조치를 다하지 않은 경우 책임이 제한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3. 동시이행 항변 기각

  • B는 A가 설비를 반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의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지만, 법원은 설비 반납이 가능한 상태였음을 확인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특히 A가 설비를 보관하며 언제든 반환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음을 지적하며, 동시이행 항변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4. 설비 손상에 대한 책임

  • B는 베트남 통관 과정에서 설비가 손상된 점을 들어 자신이 의무를 완수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려 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설비가 통관 과정에서 고온 다습한 환경에 노출되어 일부 부식이 발생했으나, 이는 정상 작동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중대한 결함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B의 설비 손상 주장 역시 기각되었습니다.

결 론

기업 간 거래에서 계약의 이행과 검수는 단순한 절차를 넘어 신뢰의 기반이 됩니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신뢰를 저버린 경우 어떤 법적 책임이 따르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특히 계약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단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계약 조건에 따라 의무를 철저히 수행하는 것이 분쟁 예방의 핵심임을 시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약 체결 시 명확한 조건 설정과 철저한 이행 확인을 통해 분쟁을 예방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피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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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철 변호사**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14년 동안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설비를 관리하며 기계엔지니어로 근무했습니다. 이제는 변호사로서 기계와 법률을 접목시키며, 두 분야의 전문가로서 여러분의 문제를 해결해 드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