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개요
당해 사건은 피고인이 어떤 사람(이하 피해자)에게 명예훼손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건입니다. 피해자는 두 명이었고, 각각 상해, 모욕, 명예훼손에 대해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특히 명예훼손 부분이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업무상 보관하던 자금을 횡령하여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렸습니다. 즉,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횡령 유죄 사실을 알리기 위해 횡령 사건 판결문의 사본을 배포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2017년 9월 5일, 전주시의 한 식당 출입구에서 임시총회에 참석하러 들어오는 조합원 60여 명에게 "피해자가 공소외 3 사장이랑 같이 회삿돈을 다 해먹었다"라는 말과 함께 해당 판결문 사본을 배포하며 피해자의 횡령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임시총회에 참석하여 이사장인 공소외 3에게도 이 사건과 관련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습니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에 대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인정되어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에 이견을 제시하며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했습니다.
2. 명예훼손의 성립 요건과 형법 제310조
명예훼손죄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을 공연히 적시하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그러나 형법 제310조는 그 사실이 진실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때는 처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당해 판결에서 "진실한 사실"과 "공공의 이익"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정의했습니다.
- 진실한 사실: 전체적인 맥락에서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인 사실과 일치하면 세부 사항에 다소 차이가 있거나 과장된 표현이 있어도 진실로 인정됩니다.
- 공공의 이익: 단순히 다수의 이익뿐만 아니라 특정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도 포함됩니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피고인의 행동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그 표현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3. 주요 판결 내용
대법원은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에서 유사한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1997년과 1998년의 판례에서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 형법 제31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이 경우 개인의 명예보다 공공의 이익이 더 중요하게 고려되었습니다.
또한 당해 판결에서 대법원은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이 진실이며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자세히 검토했습니다.
1)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배포한 자료에는 피해자가 실제로 횡령하여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객관적으로 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또한, 피고인의 행위가 조합원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조합의 운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한 판단:
이 경우, 피해자가 공소외 1의 횡령 범행에 가담했다는 취지의 사실을 피고인이 적시한 부분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그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적시했는지에 대한 검찰의 증명책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4. 대법원의 최종 판단과 의의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해 적시한 사실은 진실하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선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또한,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한 허위 사실 적시 부분은 피고인이 그 사실을 허위라고 인식했다고 보기 어려워 유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당해 판결은 명예훼손과 공공의 이익에 대한 판단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둘러싼 판단 기준을 재확인하며,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는 개인의 명예보다는 공공의 이익이 더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5. 결론
당해 대법원 판결은 명예훼손의 경계와 형법 제310조의 적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항상 명예훼손이 되는 것은 아니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하고, 그 행위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충분히 입증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