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초사실
원고 : 도급인(어업인)
피고 : 수급인(시공회사)
가. 홍성군은 1994.경 원고의 액젓 제조 및 판매업을 지역특화산업 육성사업으로 지정하고, 그 세부사업으로 부지 마련과 발효탱크 축조, 기계ㆍ저장용기 등 비품 구입과 홍보자료 제작 등을 설정하면서 총 사업비로 3억 2,000만원(보조금 2억원+원고의 부담금 1억 2,000만원)을 책정하였는데, 그 중 1억 7,000만원이 발효탱크축조 사업에, 6,000만원이 부지확보 및 기반조성 사업에 배정되었다.
나. 원고는 5,400만원을 들여 발효탱크를 설치할 부지로 충남 홍성군 ○○읍 ○○리 ○○-○ 잡종지 3,244㎡(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구입한 다음, 1994. 9.경 피고회사와 장차 위 발효탱크의 설치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기로 하고, 이 사건 토지의 형질변경과 공작물 설치 및 이에 필요한 제반 행정절차를 의논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원고는 당시 피고회사의 대표사원이던 원○○으로부터 향토토목측량설계공사라는 이름으로 토지의 형질변경, 농지전용, 산림훼손 등의 인ㆍ허가 업무를 대행하던 원○○(원○○과 친형제지간이다)을 소개받고, 그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형질변경(순성토, 줄떼) 허가와 공작물(흄관, 맨홀, 유입ㆍ유출구, 줄떼 등) 설치허가의 신청에 필요한 설계를 대금 300만원에 도급하면서, 비용을 추가함이 없이 그 위에 설치할 발효탱크의 설계를 부탁하였다. 향토토목측량설계공사는 측량설계만을 할 수 있을 뿐 구조물설계(기초조사, 지질조사, 구조계산 등의 능력이 전제됨)를 할 능력이나 자격이 없다.
다. 원○○은 피고회사와 함께 4기의 발효탱크(크기 각 26.5m×10.75m=284.88㎡, 발효탱크 1기에는 10개의 작은 탱크가 설치되어 있다, 이하 ‘이 사건 발효탱크’라 한다)를 설계하면서, 콘크리트 두께를 약 40cm로 하고 철근을 2중으로 배근하며 공사비로 3억원 가량이 소요되는 내용의 설계도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시하였다가, 공사비를 낮추어 설계하라는 원고의 요구에 따라 공사비를 2억 2,000만원 가량으로 낮추어 설계도를 작성ㆍ제시하였다. 그런데도 원고가 공사비를 더 낮추어 설계할 것을 요구하자, 원○○과 피고회사는 원고의 동의하에 피고회사가 타인으로부터 도급 받아 완성하였던 농산물 절임탱크와 유사하게 콘크리트 두께는 25cm로 하고 철근은 단배근하며, 공사비는 135,442,000원이 소요되는 내용으로 설계도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교부하였다.
위 설계도에 의하면, 원고의 요청에 따라 방수공사는 시멘트에 방수액을 섞어 내부미장을 하고 2차로 시멘트에 모래를 섞어 다시 바르는 방법으로 시공하게 되어 있다.
라. 원고는 1994. 9. 26. 위 다.항 기재 설계도면을 기초로 하여 피고회사와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형질변경 및 공작물설치공사와 이 사건 발효탱크의 설치공사에 관하여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대금은 통틀어 1억 7,000만원(이중 발효탱크 그 자체의 설치비용은 1억, 2,000만원이고, 나머지 5,000만원은 토목공사 등 기초공사 비용이다), 공사기간은 그 때부터 1994. 12. 20.까지로 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 당시 원고와 피고회사 사이에 작성된 공사비예산내역서(갑 6)에는 방수공사비로 금 8,148,000원이 책정되어 있다.
마. 그 후 피고회사는 위 다.항 기재 설계도면을 기초로 위 공사를 시행하여 1994. 12. 26. 홍성군의 준공검사관으로부터 준공검사를 받기에 이르렀고, 원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 무렵부터 1995. 10.경까지 사이에 피고회사에게 공사대금 1억 7,000만원을 모두 지급하였다.
바. 그런데, 피고회사가 시공한 이 사건 발효탱크에 저장된 액젓 원료가 변질 내지 누출되자, 원고와 피고회사 사이에 그 책임의 소재와 배상문제를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하였다. 이에 원고와 피고회사는 1995. 10. 18. 김○○의 중재로 위와 같은 변질 내지 누출이 방수공사의 시공상 하자에 기인하는 것으로 전제하고(당시는 이 사건 발효탱크에 균열이 발생하지 아니한 상태였다), ‘원고는 그 때까지의 액젓 손상에 대한 배상청구를 포기하고, 대신 피고회사는 방수공사의 재시공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4,000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하며, 추후 이에 관한 민ㆍ형사상의 문제는 제기하지 아니한다’라는 내용으로 합의하고 위 4,000만원을 주고받았다.
원고는 그 무렵부터 1995. 11.경까지 홍○○에게 도급주어 이 사건 발효탱크에 우레탄 에폭시 공법으로 방수공사를 하였고, 이로써 누출현상이 일시 멈추었으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이 사건 발효탱크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물이 새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사. 현재 이 사건 발효탱크는 4기 모두 내부의 옹벽에 1.0㎜ 내지 1.2㎜의 균열(허용균열치는 0.33㎜ 내지 0.4㎜임)이 부분적으로 발생한 상태이고, 위 균열 사이로 흘러 들어간 소금기 강한 내용물이 거푸집을 잡아 주는 철선을 부식시켜 녹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아. 이 사건 발효탱크는 구조부재의 위치와 두께 등은 대부분 설계도와 일치되고, 철근 또한 설계도대로 배근되어 있으나, 부재의 단면의 두께에 비하여 철근비가 다소 부족하고, 철근의 내력이 하중에 비하여 부족한 부분이 있으며, 여기에 구조체에 응력이 작용하면서 단배근으로 인한 철근 부족과 콘크리트 강도 저하로 인하여 내력이 감소함에 따라 균열이 발생하였다. 또 탱크 내에 저장된 액젓 속 염분의 화학작용으로 인하여 콘크리트가 산화되어 내력이 저하됨과 동시에 미세한 균열 사이로 염분이 새어 들어가 철근 및 거푸집을 고정시켰던 결속선이 부식됨에 따라 위와 같이 녹 성분이 흘러내리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발효탱크와 같은 구조물이 장기적으로 존치 유지되려면 기초지반의 지내력이 최소 7t/㎡, 콘크리트 강도가 210kg/㎠ 이상이 되어야 하나, 위 발효탱크가 설치된 기초지반의 지내력은 약 1t/㎡, 콘크리트 강도는 180kg/㎠에 불과하다.
또한, 통상적으로 액젓과 같이 수분과 강한 염분이 포함된 내용물을 저장하는 탱크를 설치하는 경우 시멘트액체방수로는 부족하고, frp공법 혹은 두께가 5㎜ 정도 되는 에폭시공법에 의한 특수 표면방수공사를 하여야 한다.
자. 당초 이 사건 발효탱크의 규모와 같은 정도의 발효탱크를 하자 없이 설치하는데는 485,191,523원(재축시의 공사비 525,772,000원 - 철거비 40,580,477원, 감정인 이○○ 작성의 감정서 제129쪽과 제135쪽 참조) 가량이 소요되고, 에폭시라이닝 등 표면특수방수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293,991,363원(485,191,523원 - 에폭시라이닝 시공비 191,200,160원, 위 감정서 134쪽 참조)이 소요된다. 또, 내용물을 포함한 이 사건 발효탱크의 철거비는 463,505,000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차. 한편, 원고는 이 사건 발효탱크가 완성되자마자 액젓 원료 약 3,000드럼을 넣었다가 위 바.항의 방수공사가 완성된 다음에 액젓 원료를 추가로 집어넣어 현재는 약 8,650드럼을 저장하고 있는데, 그 중 6,050드럼이 변질되었다.
2.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인정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위 액젓의 변질은 이 사건 발효탱크의 구조상의 문제에 따른 구조물 자체의 균열과 방수처리의 잘못에 따른 누수 등 2가지 하자가 경합되어 발생한 것이고(어느 한 가지 하자를 바로잡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그중 ‘균열’이라는 하자는 기초 지반의 지내력과 구조물의 하중 및 그에 적합한 콘크리트 강도ㆍ두께ㆍ철근 배근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그에 맞게 설계ㆍ시공하지 않은 점에 기인한 것이며, ‘누수’라는 하자는 위 발효탱크가 염분이 다량 함유된 액젓을 보관할 용도로 설치되는 것을 고려하여 염분과 수분에도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 특수한 방수공사를 하였어야 함에도 극히 기초적인 시멘트 액체방수공사로 설계ㆍ시공하고 만 점에 기인한 것이다(위와 같은 특수 방수공사는, 내용물의 변질을 막기 위한 것 이전에 위 발효탱크의 벽면에 사람이 먹을 액젓이 직접 닿는다는 점만을 생각해 보더라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보인다).
그러므로, 위 설계과정에 사실상 깊이 관여하였고 나아가 그 시공을 담당한 피고로서는 위와 같은 하자가 생기지 않도록 위에서 설시한 기초지반의 지내력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구조물에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설계ㆍ시공하였어야 하고, 또한 특수방수처리로 설계ㆍ시공하였어야 함에도 이러한 의무를 무시하거나 간과한 고의 내지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에 따른 이 사건 발효탱크의 균열 및 누수로 인하여 원고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이러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위 손해배상책임 발생에 대한 피고의 항변, 피고의 항변에 대한 법원 판단
(1) 피고는, 이 사건 발효탱크의 설계와 시공은 도급인인 원고의 지시를 그대로 따른 것이어서 피고에게는 그 하자로 인한 책임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판단 : 원고는 이 사건 발효탱크의 설치비용을 원래 책정된 비용에 맞추어 줄이려는 생각으로 당초 설계된 구조를 변경하고 방수처리도 위 인정과 같이 하도록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위 발효탱크가 매우 약한 구조로 설계ㆍ시공되었으며 특수 방수처리도 생략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의 지시에 따랐다는 점만으로는 피고가 면책된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공사 시공자인 피고는 건축에 관하여 도급인에 비하여 현저히 우월한 전문가이므로 도급인의 요구와 상관없이 건축물의 안전성ㆍ견고성ㆍ적합성을 스스로 판단하여야 할 기본적인 의무가 있음에도 기초지반의 지내력 조차도 조사하지 않은 근본적인 잘못이 있는 데다가, 원고가 지나친 요구를 해왔더라도 이 사건 공사를 도급 받는 데 급급하여 이를 그대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그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여 만일 부당하다면 원고를 설득하여 이를 바로잡았어야 하며(최초의 설계에 따른 견적액이 3억원 정도였는데 최종 계약금액이 1억 7,000만원이었으므로, 이것만으로도 원고 요구의 부당성을 엿볼 수 있다), 만약 원고가 이를 강요한다면 이를 거절하였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건축시공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도급인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위 주장은 그 이유가 없다(다만, 이러한 사유는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책임의 제한에 참작할 사유가 될 뿐이다).
(2) 피고는, 1995. 10. 18. 원고와 피고는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발효탱크 공사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금조로 4,000만원을 지급하고, 원고가 위 금원으로 하자보수를 하되, 이후 피고는 원고에게 위 하자에 관하여 민ㆍ형사상의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는다’고 약정하였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더 이상 위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항변하였다.
판단 : 원ㆍ피고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위 인정과 같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위 합의는 이 사건 발효탱크의 하자가 방수공사의 잘못에 있음을 전제로 원고가 피고에게 방수에 관한 하자보수공사 비용을 지급하기로 한 것에 불과하며, 추후 이 사건 발효탱크에 구조적 결함이 있어 사용불능의 상태가 되는 것까지 예상하여 이루어진 합의는 아니라고 인정된다(이 합의 당시 원고와 피고는 발효탱크의 구조적 문제에 대하여는 생각조차 해 보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므로 위 합의가 이 사건 발효탱크의 모든 하자에 관한 손해배상 합의임을 전제로 하는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고는, 이 사건 청구는 이 사건 발효탱크에 관한 기존의 설계를 기준으로 이와 달리 시공되거나 하자 있는 시공으로 인한 손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발효탱크의 강도 및 견고성의 보강에 소요될 비용을 구하는 것이라는 점, 이 사건 발효탱크가 설계도에 따라 시공되었다는 점, 1995. 10. 18.자 합의 이후에 원고 스스로 시공한 부분에 대한 시공비까지 청구에 포함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공평하지 아니하므로 면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판단 :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이 사건 발효탱크의 설계에 관여하였고, 또한 기초공사의 부실 등의 책임이 있으며, 원고가 위 합의 이후 스스로 시공하였던 방수부분에 대한 하자보수비용은 구조상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하게 된 손해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4) 피고는, 이 사건 발효탱크에 발생한 하자의 경우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정한 하자보수기간은 1년 내지 2년인데, 이는 각 제척기간으로서 원고가 위 하자보수기간 내에 이에 대한 하자보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아 위 하자보수기간이 경과됨에 따라 원고의 피고에 대한 하자보수청구권은 이미 소멸하였다고 주장한다.
판단 : 건설산업기본법 및 동법 시행령에 의하면, 목적물이 벽돌쌓기식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철골구조, 철골철근콘크리트구조 기타 이와 유사한 구조로 된 것인 경우에는 건설공사의 완공일로부터 1년 내지 10년 내에 하자보수를 요구할 수 있는 하자보수책임기간을 정하고 있으나, ① 위 기간은 그 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를 보수해준다는 하자의 발생기간을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② 가사 이를 민법상의 담보책임기간과 같이 제척기간으로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출소기간이 아니라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권리행사기간이라 할 것인데, 이 사건 발효탱크에는 그 준공일로부터 채 몇 개월이 지나지 아니하여 앞서 인정한 누출 등의 하자가 발견되어 원고가 그때부터 피고에게 방수공사를 포함한 전반적인 하자의 보수를 요구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비록 원고가 위 인정의 구조상의 하자 및 그 원인을 특정하여 피고에게 보수요구를 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위 건설산업기본법 및 동법 시행령 등에서 정한 각 하자보수기간 내에 이미 하자보수청구권을 행사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3. 책임의 제한
저장탱크 보수비용은 민법 제667조 제2항에 의한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 중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이고, 액젓 변질로 인한 손해배상은 위 하자담보책임을 넘어서 수급인이 도급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도급인의 신체·재산에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서 양자는 별개의 권원에 의하여 경합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
그리고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은 법이 특별히 인정한 무과실책임으로서 여기에 민법 제396조의 과실상계 규정이 준용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담보책임이 민법의 지도이념인 공평의 원칙에 입각한 것인 이상 하자발생 및 그 확대에 가공한 도급인의 잘못을 참작할 수 있다(대법원 1980. 11. 11. 선고 80다923, 924 판결 등 참조).
다음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의 책임은 제한됨이 마땅하고, 피고 책임의 한도는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볼 때, 원고가 입은 손해 중 아래에서 인정하는 하자보수 비용의 20%와 액젓 손상으로 인한 손해의 10%로 각 제한함이 상당하다.]
첫째, 원고가 이 사건 공사비를 낮게 책정하려고 피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였고 이에 따라 값싼 발효탱크의 건조가 이미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이는 원고가 스스로 자초한 손해라고 볼 여지가 많다.[감정인 이○○의 감정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 공사를 제대로 시공할 경우, 방수공사를 에폭시로 하더라도 총 공사금액으로 약 5억원(방수공사비만 약 1억 9,000만원)이 소요되고, 하자보수 공사비로 4억 8,055만원이 소요된다는 것이고, 감정인 송○○의 감정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 발효탱크와 같은 경우에는 마땅히 frp 방수공사를 하여야 하고 그 방수공사비만도 3억 5,000만원 상당이 소요된다는 것이니, 이 사건 총 공사금액인 1억 7천만원과 방수공사비 약 814만원(실제지급 금액은 920만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금액인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건조물의 도급계약에 있어서 구조의 안전성과 설계 내용의 용도 적합성을 검토할 의무가 전적으로 수급인에게 있다고는 볼 수 없으며, 도급인에게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둘째, 이 사건 공사비가 1억 7,000만원에 불과한 데 비하여, 아래에서 인정되는 손해 액수는 이를 훨씬 초과하는 거액이므로, 이를 지방의 영세한 건축업자인 피고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게다가, 이 사건 발효탱크의 설계 자체와 관련하여서는 아무런 대가도 지급되지 않았다.) 특히, 피고는 이미 4,000만원을 이 사건 발효탱크의 하자보수 공사비로 지출하였다.
셋째, 아래에서 인정하는 손해에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가 포함되어 있는데다가, 특히 액젓 손상으로 인한 손해 중에는 1995. 10. 18.자 합의 이전에 발생한 부분도 그 범위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일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발효탱크에 어떤 종류의 액젓 원료를 얼마만큼 투입할 것인가 하는 점은 전적으로 원고의 판단에 달려 있었던 것이므로, 피고로서는 액젓 손상으로 인한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하여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4.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원고의 청구
이 사건에서 원고는, 하자보수에 소요되는 비용 480,055,000원과 액젓 손상으로 인한 손해 847,000,000원을 합한 1,327,055,000원의 지급을 구한다.
나. 인정범위
(1) 앞서의 감정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발효탱크는, 위와 같은 구조적 결함으로 인하여 추후 다시 균열이 발생할 확률이 높으므로, 그 하자를 보수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초 구조에 대한 그라우팅(grouting) 공법 등의 방법으로 보수ㆍ보강을 하고, 저장탱크에서 균열이 있고 누수가 되는 부분은 인젝션 그라우팅(injecting grouting) 공법 등으로 보수ㆍ보강을 한 후에 보강철강과 조적쌓기를 하고 그 위에 방수몰탈 마감과 에폭시라이닝 마감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수를 하여야만 향후 안전한 사용이 가능한바, 이와 같은 구조의 보수ㆍ보강에 소요되는 총 공사비는 에폭시라이닝 마감 공사에 소요되는 131,867,996원(에폭시라이닝 방수비용 131,605,160원 + 에폭시그라우팅 비용 262,836원, 감정인 이○○ 작성의 감정서 제127쪽 참조)을 포함하여 480,055,499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당초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는 시멘트액체방수만 하기로 하였으므로, 에폭시라이닝 마감 공사비용을 제외한 금액만이 원고가 배상을 구할 수 있는 손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발효탱크의 하자로 인하여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금액은 69,637,500원{348,187,503원(480,055,499원 - 131,867,996원)×0.2, 원 미만 버림)이다.
(2) 한편,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피고는 그가 설치할 위 발효탱크에 새우젓 등의 액젓을 발효시킬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피고회사는 위 발효탱크의 하자보수비용뿐 아니라, 특별손해인 액젓 손상으로 인하여 원고가 통상 입게 되는 손해도 아울러 배상할 책임이 있는바, 당원 감정인 김○○의 감정결과에 의하면, 액젓 손상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는 847,000,000원 정도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액젓 손상으로 인하여 피고회사가 배상하여야 할 금액은 84,700,000원(847,000,000원×0.1)이다.
5. 결 어
법원은 액젓 저장탱크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책임 외에도 그 저장탱크의 하자로 인해 확대된 손해(일반채무불이행책임)를 모두 인정하면서 원고의 과실비율을 각 80%, 90%로 판단하였습니다.
위 하자 확대손해는 특별손해(민법 제393조 제2항)의 일종으로서 ‘채무자(피고)가 특별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됩니다. 법원은 왠만하면 이러한 하자 확대손해를 인정해 주지 않는데, 이 사건의 경우 피고가 원고의 사업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토지 형질변경 및 저장탱크 설계·시공을 도맡아 하였기 때문에 원고가 액젓을 얼마만큼 저장하여 생산하리라는 특별한 사정을 피고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한 것 같습니다. 이점에서 원고는 운이 좋았습니다. ^^
※ 에필로그
위 내용은 2심 판결이고, 대법원은 과실비율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면서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참조판례>
대전고등법원 2001. 9. 27 선고 99나2186 판결 [손해배상(기)]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1다70337 판결 [손해배상(기)]
<변호사 이두철>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였고, 졸업 후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엔지니어로 14년간 근무하였고, 지금은 대전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소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