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에서 선고된 2025. 1. 23. 판결(2024다243172)은 계약서 내 중재조항의 해석과 그 효력에 대한 중요한 판단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부당이득금 반환을 둘러싼 분쟁에서 원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각하하는 결론을 내렸다.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자.
1. 사건의 개요
원고(피상고인)는 2012년 9월 19일, 소외 2 회사(이후 피고에 흡수합병됨)와 ‘강관 스레딩 설비(Steel Pipe Threading Machine) 2기’에 대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영문과 국문이 병기되었으며, 분쟁 해결 조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해당 조항은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한국법에 따라 해결하거나, 국제상사법의 상사중재위원회(Commercial Arbitration committee of International Commercial Law)에 의해 해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후 원고는 공급계약이 해제되었음을 이유로 피고에게 이미 지급한 물품대금 2,528,080유로 및 지연손해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이 사건 조항’에 따라 당사자들이 중재로 분쟁을 해결하기로 하는 전속적 중재합의를 했으므로, 법원이 이 사건을 심리할 수 없다는 본안 전 항변을 제기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서울고등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 계약서에 국문과 영문이 병기되어 있으므로 양 언어를 대등한 지위에서 해석해야 한다.
- ‘한국법률의 통제’라는 문구는 준거법을 한국법으로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며, 동시에 대한민국 법원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관할을 가진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은 선택적 중재조항(재판 또는 중재 중 선택 가능)으로 해석되며, 원고가 법원에 소를 제기한 이상 중재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다.
- 이에 따라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을 배척하고, 소송을 계속 심리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부정하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가. 계약 해석 원칙 적용
- 계약서 해석 시 형식적인 문구에만 의존하지 않고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
- 국문과 영문의 내용이 불일치하는 경우,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해석해야 하며, 단순히 특정 언어를 우선할 근거는 없다.
나. 중재합의의 성립 여부
- ‘이 사건 조항’에서 ‘국제상사법의 상사중재위원회’에 따른 중재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중재로 분쟁을 해결하려는 전속적 중재합의로 해석할 수 있다.
- ‘한국법률의 통제’라는 문구는 준거법을 의미할 뿐,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할 수 있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할 수 없다.
- 선택적 중재조항이 아니라 중재를 통한 해결만을 정한 전속적 중재합의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법원에 제기한 소는 각하되어야 한다.
다. 중재합의의 효력
- 중재법에 따르면, 중재합의가 존재할 경우 법원은 소를 각하해야 한다.
- 중재조항이 다소 불명확하거나 중재기관이 실재하지 않더라도, 당사자의 의사가 중재로 해결하는 것임이 인정되면 중재합의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4. 판결의 의미와 시사점
이번 판결은 계약서 내 중재조항 해석과 관련하여 중요한 법적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 계약서 내 다국어 병기의 해석: 특정 언어를 우선 적용하기보다는 당사자의 의사를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 전속적 중재합의의 인정 기준: 계약 조항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중재를 통한 해결 의사가 인정된다면 전속적 중재합의로 볼 수 있음을 강조했다.
- 중재합의의 강제성: 중재합의가 존재할 경우 법원이 이를 존중해야 하며, 중재법 제9조에 따라 소송을 각하해야 함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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