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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급계약에서 하자가 중대할 경우 계약 해제가 가능하나, 하자가 입증되지 않으면 대금 지급 의무가 유지된다. 계약 조건의 명확성도 중요하다.

이두철변호사 2024. 10. 16. 21:01

 

이번 사건은 수원지방법원 제12민사부에서 다루어진 2019가합1322(본소) 및 2021가합29743(반소) 사건입니다. 주식회사 A가 주식회사 B에게 공사잔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법적 분쟁이 벌어졌고, 이에 대해 B는 공사의 품질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대금 일부를 지급하지 않고, 반대로 A에게 이미 지급된 금액에 대한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해당 사건의 배경, 법원의 판단, 관련 판례 및 시사점에 대해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1. 사건 배경

 

주식회사 A는 기계 설계 및 제조를 주업으로 하는 회사이고, 주식회사 B는 식품 소분을 주업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두 회사는 2017년부터 여러 번의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주식회사 B의 공장에 기계 설비를 설치하는 일을 진행했습니다.

 

1.1. 체결된 계약의 내용

 

주식회사 A는 주식회사 B와 3차례에 걸쳐 총 세 가지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첫 번째 계약(제1차 계약): 오거충진기와 물류컨베이어 설치공사.

두 번째 계약(제2차 계약): 분말 자동포장 라인 설치공사.

세 번째 계약(제3차 계약): 병공급기, 캡핑기 및 오거 개조공사.

 

각 공사는 주식회사 B의 광주시 F 공장에서 진행되었으며, 이후 일부 장비는 창고로 이동하여 보관되었고, 최종적으로 새롭게 건설된 H 공장으로 옮겨졌습니다. 주식회사 A는 2017년 7월부터 12월 사이에 공사를 모두 완료했고, 총 공사대금 680,438,000원을 요구했습니다.

 

1.2. 지급된 금액과 남은 금액

 

주식회사 B는 공사대금으로 262,373,000원을 지급했지만, 나머지 금액인 401,565,000원은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A는 남은 공사대금의 지급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반면, 주식회사 B는 A가 제공한 장비에 하자가 있다며 대금 지급을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과지급된 대금 177,035,000원을 반환하라는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B는 특히 장비의 생산속도가 느리고 불량률이 높으며 중앙 콘트롤러도 설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2. 법원의 판단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양측의 주장과 증거를 면밀히 검토한 후, 주식회사 A의 본소 청구를 인용하고, 주식회사 B의 반소 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2.1. 도급계약의 성격

 

법원은 이 사건에서 주식회사 A와 B 사이의 계약이 도급계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도급계약이란 특정한 일을 완성하고 이에 대한 보수를 지급받는 계약을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 A는 B의 요구에 따라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계 설비를 제작하고 설치하였기 때문에 도급계약의 성격을 지닌다고 본 것입니다.

 

법원은 대법원 2010다56685 판결을 인용했습니다. 이 판례에서는 계약의 성격을 판단할 때, 계약의 주목적이 특정한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부대체물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도급계약으로 보아야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즉, A가 제공한 설비는 B의 특정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매매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2.2. 하자 주장에 대한 법원의 입장

 

주식회사 B는 A가 제공한 장비가 예상한 생산속도를 충족하지 못하고, 불량률이 높으며, 모든 기계를 하나의 중앙 콘트롤러로 조정할 수 없는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가 공급한 장비에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하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B의 주장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장비가 설치된 후 약 2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하자 문제를 제기한 점을 들어, B의 주장에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공사가 완료된 이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 하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설득력이 낮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2.3. 공사대금 미지급에 대한 판결

 

법원은 주식회사 A가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결하였습니다. 따라서 주식회사 B는 A에게 미지급된 공사대금 401,565,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지연손해금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연 12%의 비율로 계산됩니다.

 

2.4. 반소 청구에 대한 판단

 

주식회사 B는 A에게 과지급된 대금을 반환하라고 요구했으나, 법원은 B의 반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A가 B에게 제공한 설비와 그에 따른 공사대금이 적절히 산정되었기 때문에, B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3. 판결의 시사점

 

이번 판결은 공사 도급계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문제를 다룬 중요한 사례입니다. 특히 하자 문제와 관련된 법원의 판단은 앞으로 유사한 사례에서 참고할 만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아래에서는 이번 판결이 주는 시사점을 정리하였습니다.

 

3.1. 도급계약의 법적 성격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계약의 성격을 정확히 규명함으로써, 도급계약과 매매계약의 차이를 명확히 하였습니다. 이는 계약 당사자들이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의 성격을 미리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줍니다.

 

3.2. 하자 문제의 제기 시기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하자 주장이 제기된 시점을 매우 중요하게 고려했습니다. 공사가 완료된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하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설득력이 낮다는 판단은 공급업체와 발주자 모두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계약 당사자는 공사가 완료된 직후, 즉시 하자 여부를 점검하고, 문제가 발생한 경우 즉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3.3. 계약 조건의 명확성

 

계약에서 생산속도나 중앙 콘트롤러 같은 기술적 사양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중요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주식회사 B는 계약의 세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계약서에 기재된 내용이 명확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계약서 작성 시 세부 사항을 명확하게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4. ‘계약 조건의 명확성’ 부분에 관한 판결 내용 요약(보충)

 

이번 사건에서 주식회사 B는 주식회사 A가 제공한 설비가 계약 조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생산속도가 계약서에 명시된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불량률이 높으며, 모든 기계를 중앙 콘트롤러로 통합 관리할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B의 이러한 주장이 계약 조건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4.1. 생산속도 및 불량률

 

주식회사 B는 A가 설치한 장비가 계약서에서 정한 생산속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불량률이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계약서에 기재된 생산속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시운전 과정에서 일부 불량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불량이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하자라고 판단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 계약서에는 분말 자동포장 라인의 생산속도가 언급되어 있었지만, 그 속도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또는 불량률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B의 주장은 계약서의 불명확한 규정 때문에 설득력을 잃었습니다.

 

4.2. 중앙 콘트롤러 설치 여부

 

B는 또한 A가 모든 기계를 하나의 중앙 콘트롤러로 통합하여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A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계약서의 관련 조항을 분석한 결과, 중앙 콘트롤러 설치 의무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계약서에 기재된 내용: 계약서에는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제어 방식이 언급되어 있었으며, 개별 기계마다 터치 패널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중앙 콘트롤러로 모든 기계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계약서에서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각 기계는 개별적으로 터치 패널을 통해 조작할 수 있도록 설치된 것이 계약서에 나와 있었고, 이로 인해 A는 계약을 제대로 이행했다고 주장할 수 있었습니다.

 

4.3. 법원의 판단 근거

 

법원은 계약서에 중앙 콘트롤러 설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했습니다. A는 계약서에 따라 각 기계에 개별 조작이 가능한 터치 패널을 설치했으며, 이는 계약의 이행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또한, B가 주장한 생산속도 미달이나 불량률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기준이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은 A가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5. 결론

 

이번 사건은 공사 도급계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특히 하자 문제와 계약 성격의 규정에 대한 중요한 판례로 남을 것입니다. 주식회사 A는 최종적으로 공사대금을 지급받게 되었고, 법원은 B의 하자 주장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으로 유사한 계약을 체결하는 계약 당사자들은 계약 조건의 명확성과 하자 문제의 즉각적 제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판결을 통해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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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철 변호사**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14년 동안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설비를 관리하며 기계엔지니어로 근무했습니다. 이제는 변호사로서 기계와 법률을 접목시키며, 두 분야의 전문가로서 여러분의 문제를 해결해 드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