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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보증보험이 잔금 지급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 있지만, 그 계약상의 구체적인 조건과 상황에 따라 잔금 지급의 시점이나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이두철변호사 2024. 10. 16. 20:27

이번 판결은 전주지방법원에서 다룬 2020가단3675 물품대금 사건으로, 원고인 유한회사 A가 피고 B를 상대로 물품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례입니다. 이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원고가 피고에게 판매한 폐기물 재활용 설비 기계(WEIMA WKS2200/132KW/유압식)의 잔금 5,600만 원 지급 여부입니다.

 

1. 사건의 배경

 

원고는 2019년 3월 27일 피고에게 폐기물 재활용 설비 기계를 3억 9,000만 원에 판매하였고, 피고의 공장에 설치와 시운전을 완료했습니다. 피고는 계약에 따라 일부 대금을 지급했으나, 잔금 5,600만 원은 하자보증보험증권 미교부를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매매계약에 따르면, 기계의 하자보증기간은 무상 1년, 유상 1년으로 설정되었고, 피고는 잔금을 지급하기 전에 하자보증보험증권을 발급받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진행되던 중 2020년 5월 2일, 피고의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기계가 소실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기계가 소실된 후 더 이상 하자보증보험증권 발급의 필요가 없어졌다고 주장하며, 잔금을 지급할 의무가 피고에게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가 잔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잔금 지급의 기한: 피고가 기계의 잔금을 하자보증보험증권을 교부받은 후 지급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기계가 화재로 소실되었기 때문에 하자보증보험의 발급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2020년 5월 3일을 잔금 지급일로 보고, 피고는 5,600만 원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원고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피고의 주장: 피고는 기계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고, 이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로는 기계에 하자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피고의 하자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3. 매수인(도급인)의 잔금 지급과 매도인(수급인)의 하자보증보험증권 발급 사이 관계

 

일반적으로, 하자보증보험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제공한 물품이나 서비스가 일정 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을 보증하는 의미를 가지며, 잔금지급은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물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대금을 모두 지불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자보증보험이 잔금 지급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 있지만, 그 계약상의 구체적인 조건과 상황에 따라 잔금 지급의 시점이나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매수인(도급인)의 잔금 지급과 매도인(수급인)의 하자보증보험증권 발급 사이 관계는 다음의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가. 잔금지급의 조건으로 하자보증보험 요구

 

물품매매 계약에서는 종종 하자보증보험증권을 제공하는 것이 잔금 지급의 조건이 됩니다. 즉, 매수인은 매도인이 하자보증보험증권을 제공하지 않으면 잔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하자보증보험은 잔금지급의 선행 조건이 됩니다.

 

나. 하자보증보험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경우

 

법원 판결에 따르면, 물품이 이미 파손되었거나 사용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하자보증보험의 목적이 사라졌다면, 매도인은 더 이상 하자보증보험을 제공할 필요가 없고, 매수인은 잔금 지급을 회피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계약 중 기계가 소실되었을 때 하자보증보험의 의미가 없어지고, 잔금은 바로 지급되어야 할 의무가 생깁니다. 이번 판결과 같은 경우입니다.

 

다. 하자보증보험과 잔금지급의 독립성

 

하자보증보험의 발급과 잔금 지급은 원칙적으로 별개의 의무입니다. 매도인이 보증보험을 제공하더라도 매수인은 대금 지급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하자가 입증되지 않거나 보증보험과 관계없이 물품이 정상적으로 사용 가능할 경우, 매수인이 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입니다​

 

4. 결론

 

이번 판결은 기계가 화재로 소실된 상황에서, 피고가 잔금 지급 의무를 회피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기계의 하자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는 잔금과 지연손해금을 원고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한 판례적 의미를 가집니다.

 

따라서 이 판결을 통해 계약상의 하자보증 조건이 존재하더라도, 매수인은 그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없을 경우 대금 지급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물품이 소실된 경우에도 계약상의 대금 지급 시점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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