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22나2047651(본소) 물품대금, 2022나2047668(반소) 손해배상 등 청구의 소” 판결
(원고 : 물품공급자, 피고 : 발주자)
1.
계약에 특별히 해제권 관련 조항을 둔 경우 이는 법정해제권을 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이거나 약정해제권을 유보한 것 등 다양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약정해제권을 유보한 경우에도 계약 목적 등을 고려하여 특별한 해제사유를 정해 두고자 하는 경우가 있고, 해제절차에 관하여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경우 등도 있다. 당사자가 어떤 의사로 해제권 조항을 둔 것인지는 결국 의사해석의 문제로서, 계약체결의 목적, 해제권 조항을 둔 경위, 조항 자체의 문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다만 해제사유로서 계약당사자 일방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상대방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라 계약에 특유한 해제사유를 명시하여 정해 두고 있고, 더구나 해제사유가 당사자 쌍방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방의 채무이행에만 관련된 것이라거나 최고가 무의미한 해제사유가 포함되어 있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판단할 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4다14429, 14436 판결)
→ 사안에서, 이 사건 계약일반조건 제26조 제1항 제1호는 계약해제 사유로 “계약서상의 납품기한(또는 연장된 납품기한) 내에 계약상대자가 계약된 규격 등과 같은 물품납품을 거부하거나 완료하지 못한 때”를 정하고 있는바, ① 위 조항은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민법 제544조의 계약해제 사유와 유사한 측면이 있기는 하나, 계약상대자의 채무이행에만 관련된 것이어서 일반적인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③ 최고 절차만 면제한 것이어서 계약상대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이라고 볼 수 없는 점, ④ 위 조항을 제외한 나머지 이 사건 계약일반조건 제26조 제1항의 계약해제 사유도 채무불이행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어서 약정해제권을 유보한 조항으로 볼 수밖에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조항은 약정해제권을 유보한 조항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2.
도급계약에서 목적물의 주요구조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었고 당초 예정된 최후의 공정까지 마쳤다면 일이 완성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목적물이 완성되었다면 목적물의 하자는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민법 규정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와 법률의 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개별 사건에서 예정된 최후의 공정을 마쳤는지는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계약의 구체적 내용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272486, 272493 판결 참조).
→ 사안에서, 원고가 목적물을 완성하였는지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장비가 표준사양에 미달할 뿐만 아니라, 핵심 구성요소인 PC 기반 제어 기술과 MES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원고가 목적물을 완성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위와 같은 하자를 부수적 의무 위반에 불과하다고도 볼 수 없다.
3.
민법 제548조 제2항에 따른 법정이자의 지급은 계약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의 범위에 속하므로 부당이득반환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지 반환의무의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이 아니므로, 그 금전 반환의무와 목적물 반환 의무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지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 (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6다17668 판결 등 참조)
→ 사안에서,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147,160,000원과 이에 대한 그 받은 날부터 민법 제548조 제2항에 따른 법정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건축공사도급계약이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해제될 당시 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이를 원상회복하는 것이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완성된 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된다면, 해당 도급계약은 미완성 부분에 대하여만 실효되어 수급인은 해제한 상태 그대로 건물을 도급인에게 인도하고 도급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도받은 미완성 건물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여야 하는 권리의무관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19. 12. 19. 선고 2016다24284 전원합의체 판결)
그러나 제작ㆍ설치에 관한 도급계약이 체결된 기계가 공장 내에 설치하는 통상의 기계로서 쉽게 분해하여 재조립할 수 있다면, 토지에 고정적으로 부착하여 용이하게 이동할 수 없는 토지의 정착물이라고 볼 수 없고, 계약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을 인정한다고 하여 사회ㆍ경제적으로 중대한 손실을 초래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그 도급계약에는 민법 제668조 단서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4. 12. 22. 선고 93다60632, 93다60649 판결 등 참조)
→ 사안에서, 이 사건 장비는 공장 내 설치하는 통상의 기계로 쉽게 분해하여 재조립할 수 있는 것으로 보여, 계약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을 인정하더라도 중대한 사회적ㆍ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장비는 PC 기반 제어 기술을 구현하지 못하고, MES가 탑재되어 있지 않는 등 표준사양서의 사양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스마트팩토리 운용 실습에 사용할 수 없으므로, 피고에게 이익이 된다고 할 수도 없다. 달리 이 사건의 경우 민법 제668조 단서를 적용 내지 유추적용을 하여 계약해제의 소급효를 제한하여야 할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다.
5.
계약이 해제되면 계약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무와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는데, 이 때 계약당사자가 부담하는 원상회복의무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의무도 함께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 (대법원 1996. 7. 26. 선고 95다25138,25145 판결)
→ 사안에서, 피고는 지체상금과 관련하여 2019. 9. 18.부터의 지연손해금 지급을 구한다. 그러나 위 법리에 따르면, 손해배상의무인 원고의 지체상금 지급의무는 원상회복의무인 피고의 이 사건 장비 반환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고, 피고가 이 사건 장비 반환의무에 관하여 이행제공을 하지 않은 이상, 원고의 선급금 반환의무가 이행지체에 빠졌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로 인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없다.
- 이두철 변호사 -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였고,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설비를 관리하며 기계엔지니어로 14년간 근무하였으며, 지금은 변호사로서 기계와 법률을 조화롭게 접목시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