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고, 다만 상대방도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을 뿐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허용됩니다(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므1033 판결 등).
최근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인용된 사례가 있어 소개합니다. 부산가정법원 2020. 5. 29. 선고 2018드단11424 판결입니다.
1. 인정사실
가. 원고(부인)와 피고(남편)는 1998년 혼인신고, 사이에 성년자녀 1명과 미성년자녀 1명 있음
나. 2006.경 및 2007.경 원고가 피고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2차례 임신중절수술을 받음. 이일로 원고와 피고는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하였고, 2008.경에는 피고가 따로 집을 얻어 나가면서 주말부부로 생활하였음.
다. 원고는 2015.경부터 M과 문자메시지로 음란한 대화를 주고받고 서로의 신체사진을 전송하는 등 부정행위를 하였음. 피고는 2018. 9.경 원고와 M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후 원고와 다투었고 그 과정에서 원고를 폭행하여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음. 원고는 위 폭행사건 직후 잠시 집을 나왔다 돌아갔고, 2018. 11.경 다시 집을 나와 지금까지 피고와 별거 중.
라. 피고는 원고 명의 계좌에서, 2018. 9. 합계 15,470,000원을, 2018. 10. 합계 5,700,000원을 각 인출. 또한 피고는 2018. 10.말경 원고로 하여금 8,000만원을 대출받아 피고 명의 계좌로 이체.
2. 이혼 청구에 대한 판단
부부간 갈등의 내용 및 정도, 원고와 피고가 2018. 11.경부터 별거 중이고, 원고가 강력하게 이혼을 원하고 있는 점, 피고는 표면적으로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점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해 보면, 이 사건 혼인관계는 이미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혼청구는 민법 제840조 제6호가 정한 재판상 이혼사유가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부정행위를 하여 혼인파탄에 주된 원인을 제공한 유책배우자이므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의 중절수술로 빚어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따로 집을 얻어 나가는 방법으로 문제를 회피하였던 점, 그 결과 피고가 집을 얻어 나간 2008.경부터는 상호 진지한 대화와 소통이 없이 피상적인 관계만을 유지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가 혼인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이유 또한 원고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남아 있어서라기보다는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자녀들에 대한 부양과 재산분할 등 금전적인 문제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 때문으로 보이는 점, 실제로 피고는 원고가 집을 나가자마자 원고 명의 계좌에서 2,100만원 상당을 인출하였고, 그 이후에도 원고로 하여금 8,000만원을 대출받게 하여 피고가 이를 사용하였던 점(피고는 그 용처를 밝히지 않았다)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는 이혼 후 증가될 재정적인 부담이 두려워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이고, 실제로 원고와 재결합하여 혼인관계를 지속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허용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위자료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는 피고에게 위자료 청구를 하였는바, 이 사건 혼인관계는 배우자의 성적 성실의무에 위반하여 M과 부정행위를 한 원고에게 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위자료 청구는 이유 없다.
4. 결 어
이혼 사유에 있어 현행 판례는 유책주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파탄주의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고, 조만간 대법원 판례변경도 기대해 볼만 합니다. 위 하급심 판결은 역시 유책주의를 고수하면서도 예외를 조금 더 넓게 인정하였습니다. 오랜 기간 혼인관계의 실체가 없었고 주로 금전적인 이유로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 유책주의의 예외를 인정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유책주의가 파탄주의로 변경되고 있는 선진 외국의 경향을 따라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파탄주의로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그 과도기 상태에 있다고 보이므로, 유책배우자라도 과감히 이혼 청구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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