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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변호사 대전]기계 성능시험 합격은 법률행위 효력발생 "조건"이 아닌 보수지급시기에 관한 "불확정기한", 검사합격시 또는 검사합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된때 보수지급청구 가능

이두철변호사 2020. 8. 6. 15:00

1. 기초사실

 

가.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보조참가인’이라 한다)은 피고를 통해 원고로부터 식각 장비 시스템(Glass Slimming System, 이하 ‘이 사건 장비’라 한다)을 공급받기로 하였고, 피고는 2013. 4.경 원고에게 구매의향서를 교부하였다.

 

장비 공급 순서 : 원고 → 피고 → 보조참가인

대금 지급 순서 : 보조참가인 → 피고 → 원고

 

이후 원고, 피고와 보조참가인은 여러 차례 이 사건 장비의 설계, 제조와 설치에 관해 회의를 하였고, 원고는 2013. 5. 29. 피고에게 이 사건 장비를 구성할 품목, 수량, 단가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한 견적서를 제출하였다. 피고는 2013. 5. 30. 원고에게 이 사건 장비 제조·설치에 관한 선급금으로 1,056,000,000원을 지급하였다.

 

나. 이 사건 장비의 제조·설치에 관하여, 보조참가인은 2013. 6. 20. 피고에게 대금 35억 원(부가가치세 별도)에 도급하였고, 피고는 2013. 6. 24. 원고에게 대금 32억 원(부가가치세 별도)에 하도급하였다(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도급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급 계약 순서 : 보조참가인(도급인) → 피고(수급인) → 원고(하수급인)

 

(1) 제품은 견적서 등에 따라 제작한다. 중도금은 계약금액의 50%로 제품 입고 완료 후 14일 이내에, 잔금은 계약금액의 20%로 최종 검수 완료·승인 후 다음 달 말 지급한다. 납기일은 2013. 7. 30.로 정한다.

 

(2) 원고는 피고가 지정하는 장소에 제품을 인도한 후 즉시 설치작업에 착수하고 피고의 입회하에 시운전을 실시하여 피고에게 최종 검수를 요청해야 한다. 피고는 제품에 대하여 견적서, 그 밖에 합의된 평가 기준에 따라 최종 검사를 실시하고 합격 여부를 서면으로 통지한다.

 

(3) 원고는 제품이 견적서, 그 밖에 합의한 기준에 일치하고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보증한다. 원고는 피고의 최종 검수 합격일부터 1년간 제품의 제작·설치와 관련하여 발생한 일체의 하자를 무상으로 보수할 책임이 있다. 하자보증기간 동안 피고의 귀책사유 없이 발생한 하자로서 보수가 불가능한 하자가 존재할 경우 원고는 피고가 요구하는 기간까지 동일 제품을 무상으로 제작하여 교체해야 한다.

 

(4) 원고와 피고는,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거나, 제품의 사양, 성능이 견적서 등 합의한 기준에 미달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그러한 우려가 있는 경우(이하 ‘2호 사유’라 한다), 계약서 내용의 이행 거부를 직·간접으로 표시한 경우(이하 ‘5호 사유’라 한다)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다. 피고와 보조참가인은 2013. 6. 21.부터 2013. 8. 5.까지 여러 차례 원고의 공장에서 제작 중인 이 사건 장비를 검수하고 세부적인 요청사항에 관해 수시로 원고와 협의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장비 제작을 마치고 설치 일정 합의에 따라 2013. 8. 12. 보조참가인의 공장에 이 사건 장비를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피고가 원고의 중도금 지급 요청에 응하지 않자, 원고는 2013. 9. 13. 피고에게 중도금 미지급을 이유로 이 사건 장비 설치작업을 중단한다고 통보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견적서에서 정한 것과 다른 부품·수량으로 이 사건 장비가 제작되었다면서 견적서에서 정한 대로 완전한 장비를 납품할 것을 요구한다고 통지하였다. 원고는 이러한 통지를 받고 이 사건 장비 설치작업을 중단하였고 피고에게 그동안 작성된 회의록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첨부하여 보내면서 중도금을 지급할 것과 남은 업무를 마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이후에도 원고가 수차례 이 사건 장비 설치작업의 협조를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원고의 요청을 거부하고 2013. 11. 20. 원고에게 2호, 5호 사유를 들어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하였다.

 

 

2. 원고의 물품대금 청구에 대한 법원의 판단

 

가. 도급계약에서 목적물의 주요구조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었고 당초 예정된 최후의 공정까지 마쳤다면 일이 완성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목적물이 완성되었다면 목적물의 하자는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민법 규정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와 법률의 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개별 사건에서 예정된 최후의 공정을 마쳤는지는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계약의 구체적 내용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4다29217 판결, 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21862 판결 등 참조).

 

민법 제665조 제1항은 도급계약에서 보수는 완성된 목적물의 인도와 동시에 지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때 목적물의 인도는 단순한 점유의 이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도급인이 목적물을 검사한 후 목적물이 계약 내용대로 완성되었음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시인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의미이다. 도급계약의 당사자들이 ‘수급인이 공급한 목적물을 도급인이 검사하여 합격하면,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그 보수를 지급한다.’고 정한 경우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보수지급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수급인의 목적물 인도의무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고 ‘검사 합격’은 법률행위의 효력 발생을 좌우하는 조건이 아니라 보수지급시기에 관한 불확정기한이다. 따라서 수급인이 도급계약에서 정한 일을 완성한 다음 검사에 합격한 때 또는 검사 합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된 때 보수지급청구권의 기한이 도래한다(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다24215 판결, 위 대법원 2004다21862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장비 제작 과정에서 피고와 보조참가인의 검수, 당사자들의 협의 경과, 원고가 이 사건 장비 제작을 마치고 설치 일정 합의에 따라 보조참가인의 공장에 설치를 시작한 이후 피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 해제를 통보하기까지의 경과, 이 사건 장비의 성능이나 안전성 하자 유무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장비는 주요구조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었고 이 사건 장비를 완성하여 설치를 시작하였으나 피고의 비협조로 설치를 마치지 못한 것으로서 원고로서는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예정한 최후 공정을 마쳤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하자는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민법 규정에 따라 처리하면 되고, 원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이 정한 대로 일을 완성하였으므로 잔금을 청구할 수 있다.

 

다.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최종 검수 완료·승인 후’ 잔금을 지급하기로 정하였는데 최종 검수의 완료·승인은 잔금 지급의 조건이 아니라 불확정기한이다. 위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예정한 최후 공정을 마쳤는데도 피고가 최종 검수를 거부하고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제를 통보함으로써 ‘최종 검수 완료·승인’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되었으므로 잔금청구권의 이행기도 도래하였다. 따라서 피고가 채권자지체에 빠졌는지 여부나 민법 제538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원고는 잔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이 사건 도급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항변은 다음과 같다.

 

(1) 원고가 피고에게 인도한 이 사건 장비는, ① PVC PLATE, NOZZLE, SHAFT 등 이 사건 견적서와 다른 부품이 사용되어 성능, 내구성 및 안전성 등에 의심이 가고, ② PVC PLATE에 CRACK이 있어 불산 누출의 위험이 있어, 이 사건 도급계약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는 이 사건 도급계약 제22조 제2항 제2호의 해제사유에 해당한다.

 

(2) 원고는 피고의 2013. 9. 14.을 비롯하여 수차례에 걸친 이 사건 견적서에 따른 이 사건 도급계약의 이행을 청구하였음에도 이를 거절하였으므로, 이는 이 사건 도급계약 제22조 제1항 제5호의 해제사유에 해당한다.

 

(3) 따라서 이 사건 도급계약은 원고가 피고의 2013. 11. 20.자 해제의 의사표시가 담긴 내용증명 통지서를 수령한 2013. 11. 20. 또는 이 사건 반소장이 원고에게 송달됨으로써 적법하게 해제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도급계약 제1조 제3항에 따른 중도금 및 잔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나. 위 피고의 항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장비는 견적서에 기재된 제조사·수량과 다른 PVC 플레이트(plate)와 노즐로 제작된 하자가 있다(이하 ‘이 사건 하자’라 한다). 피고는 샤프트(shaft) 역시 견적서와 달리 설치되었다고 주장하나, 여러 사정에 비추어 원고가 피고의 승인 없이 견적서와 달리 설치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장비의 PVC 플레이트 용접부분에 2014. 2. 10. 발견된 균열(crack)이 있으나, 피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제할 당시 이러한 균열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이는 보조참가인의 공장에 공조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서 원고의 설계·제작 잘못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2) 피고는 이 사건 장비 입고 전 검수 과정에서 이 사건 하자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이의를 하지 않았다. 견적서에 부품의 사양이 변경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고 원고가 견적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25개 항목을 추가하였으며 피고와 수차례 협의하여 견적서와 다른 사양의 부품으로 변경하기도 하는 등 견적서 사양과의 불일치를 두고 원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하자는 이 사건 장비의 성능이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하자는 원고가 부수적 채무를 불이행한 것에 불과하고, 이 사건 하자로 인해 이 사건 도급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그러한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 2호 사유는 적법한 해제사유가 될 수 없다.

 

(3) 이 사건 하자를 보수하려면 이 사건 장비를 다시 제작해야 할 정도의 과다한 비용이 드는 반면, 이 사건 하자는 성능이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하자가 아니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하자에 대한 보수를 청구할 수 없고, 원고가 보수청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하여 5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5호 사유도 적법한 해제사유가 될 수 없다.

 

 

4. 결론

 

원고의 물품대금 청구 모두 인용

피고의 계약해제 항변 및 계약해제를 전제로 한 선급금 반환 반소 청구 기각

 

<참고판례>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272486, 272493 판결 [물품대금·선급금]

<변호사 이두철>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였고, 졸업 후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엔지니어로 14년간 근무하였고, 지금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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