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에서 매도인은 조금이라도 비싸게 팔려고 하고 매수인은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서로 여려 조건을 따져보아 가격이 일치하게 되면 매매가 성립합니다. 그런데 종종 매매계약 성립 후 매수인은 너무 싸게 샀다고 항의하면서(또는 매도인은 너무 비싸게 팔았다고 항의하면서) 결국 사기죄로 고소하거나 사기에 의한 매매계약이라며 계약취소를 주장합니다. 부동산 거래에서 가격을 기망한 경우에 대해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합니다.
사기죄 성립요건 중 기망행위의 판단기준을 판례는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사기죄는 다른 사람을 기망하여 그로 인한 하자 있는 의사에 터잡아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함으로써 성립되고,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적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녀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적극적, 소극적 행위를 말하며, 어떤 행위가 다른 사람을 착오에 빠지게 한 기망 행위에 해당하는가의 여부는 거래의 상황, 상대방의 지식, 경험, 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적, 객관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 3. 10 선고 91도2746 판결).
어떤 행위가 기망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위와 같이 막연한 기준이 제시되어 있을 뿐입니다. 다만, 통상 상거래에서 상품을 과장하고 가격을 부풀리는 것은 어느 정도 허용된다고 보기 때문에, “상대방이 너무했다”는 정도는 인정되어야 기망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기망행위의 구체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판례1)
부동산의 공동매수인 중 일방이 매도인과 공모하여 자신의 실제 매수가격을 숨긴 채, 타 매수인에게는 자신도 동인과 같은 값으로 매수하는 것인 양 말하여 비싼 값으로 매수하게 한 뒤 그 차액을 분배받은 행위가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가 있습니다.
피고인은 동일한 부동산을 피해자 황 모씨와 함께 매수하면서 매도인인 양 모씨(공동피고인)와 공모하여, 사실은 그 부동산의 평당 매수단가를 위 황 모씨보다 싸게 매수하면서도 위 황 모씨에게는 자신이 마치 황XX과 같은 값으로 매수하는 것처럼 말하며 위 피해자를 착오에 빠뜨려 그 부동산을 비싼 값에 매수케 하고, 그 매매차액을 분배, 교부 받았다는 것이므로 이는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위 피해자 황 모씨가 만일 동일한 부동산을 피고인과 함께 매수하면서 피고인의 평당 매수단가 보다 비싸게 매수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더라면 그 매매계약에 임하지 않았으리라는 점은 경험법칙상 쉽게 추측할 수 있다 하겠으므로, 피고인의 위 기망 행위와 피해자의 매수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2. 3. 10. 선고 91도2746 판결).
(판례2)
공유자가 토지 전부에 대하여 제3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도 전매차익을 취하려는 의도에서 다른 공유자에게는 그 사실을 숨긴 채 그 소유지분을 자신이 매도한 가격보다 현저히 저렴한 가격에 매수한 경우, 공유자간 소유지분 매매계약을 사기에 의한 계약이라고 보고 계약 취소를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토지의 공유자로서 그 토지를 현지에서 관리하기로 한 부동산 소개업자인 갑이 그 토지를 평당 금 1,000,000원에 매도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제3자와 체결하고서도 다른 공유자인 을의 소유 지분을 저렴한 가격에 취득하여 제3자에게 이전함으로써 그 전매차익을 취하려는 의도하에 을에게 위 계약 사실을 숨기고 오히려 그 시가가 평당 금 700,000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사실과 다른 말을 하여 자신이 매도한 가격보다 현저히 저렴한 가격에 이를 매수한 경우, 갑의 위와 같은 행위는 적극적으로 을을 기망한 것으로서 위법성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한편 위 가격의 차이가 평당 금 280,000원으로 매도단가에 비하여 적지 않은 금액이며 을의 소유 지분의 가격차액 총액이 금 279,720,000여 원에 이르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만약 그와 같은 사정을 을이 알았더라면 위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으므로, 갑의 사기를 이유로 을이 갑과 을 사이의 위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1997. 11. 14 선고 97다36118 판결).
(판례1)
아파트를 분양함에 있어 아파트 평형의 수치를 다소 과장하여 광고를 한 사실은 인정되나 분양가 결정방법, 분양계약 체결의 경위 및 최종대금의 절충과정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 과대광고가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결정방법 각 분양계약체결의 경위 및 그 최종대금의 절충과정 등 판시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때 피고인이 일반에게 한 판시광고는 그 거래당사자 사이에서 매매대금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이 되었다고 할 수 없고 단지 분양대상 아파트를 특정하고 나아가 위 아파트의 분양이 쉽게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위 아파트의 분양과정에서 그 평형의 수치를 다소 과장하였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과대광고 자체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를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다(대법원 1991. 6. 11. 선고 91도788 판결).
(판례1)
매도인과 중개업자가 “급매물이어서 시세보다 5천 만원 이상 싸다”, “옆에 있는 4차로 도로 확장공사로 땅값이 오를 것이다”, “황토로 전원주택을 건축할 수 있다” 등의 말로 권유하여 당시 부동산 시가 약 3억 2천만 원 보다 비싼 5억 4천만 원에 매매계약이 성립된 사례에서, 매도인과 중개업자의 사기죄를 인정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판례는 기망행위 해당여부 뿐만 아니라 손해액 산정 기준시점에 대한 중요한 의미가 있으므로 아래와 같이 전문을 올립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 산정의 기준시점은 불법행위시 - 기망에 의해 부동산을 비싸게 매수한 후 시간이 지나 재판이 끝난 시점 기준으로 부동산 가격이 사기에 의한 매수가격보다 높아짐, 결과적으로 매수인에게 이득이 됨 -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망행위가 있었던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불법행위 당시 시세와 기망에 의한 매수가격 사이 차액을 손해액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1828 판결 [손해배상(기)][공2010상,990]
(출처 :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1828 판결 [손해배상(기)] > 종합법률정보 판례)
【판시사항】
[1]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의 산정 방법 및 손해액 산정의 기준시점(=불법행위시)
[2] 매수인이 매도인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부동산을 고가에 매수하게 됨으로써 입게 된 손해(=부동산의 매수 당시 시가와 매수가격과의 차액) 및 그 후 부동산 시가가 상승하여 매수가격을 상회하게 되었다고 하여 매수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 불이익, 즉 그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며, 그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즉, 여기에서 ‘현재’는 ‘기준으로 삼은 그 시점’이란 의미에서 ‘불법행위시’를 뜻하는 것이지 ‘지금의 시간’이란 의미로부터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2] 매수인이 매도인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부동산을 고가에 매수하게 됨으로써 입게 된 손해는 부동산의 매수 당시 시가와 매수가격과의 차액이고, 그 후 매수인이 위 부동산 중 일부에 대하여 보상금을 수령하였다거나 부동산 시가가 상승하여 매수가격을 상회하게 되었다고 하여 매수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393조, 제763조 [2] 민법 제393조, 제76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33070 전원합의체 판결(공1992, 2235)
대법원 1997. 10. 28. 선고 97다26043 판결(공1997하, 3627)
대법원 2000. 11. 10. 선고 98다39633 판결(공2001상, 6)
대법원 2001. 4. 10. 선고 99다38705 판결(공2001상, 1081)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34426 판결(공2003상, 570)
[2] 대법원 1980. 2. 26. 선고 79다1746 판결(공1980, 12688)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백현기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양병현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9. 10. 22. 선고 2009나1797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 불이익, 즉 그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며( 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3307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0. 11. 10. 선고 98다39633 판결 등 참조), 그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7. 10. 28. 선고 97다26043 판결, 대법원 2001. 4. 10. 선고 99다38705 판결,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34426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들 및소외인(이하 ‘피고 등’이라 한다)은 화성시 서신면 용두리 (지번 생략) 답 7,090㎡(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사실은 자신들이 원소유자로부터 이를 매수하여 미등기 전매하는 것이지 원소유자가 급매물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거나 자신들에게 매도의뢰를 한 바 없었고, 이 사건 부동산에는 진입도로 및 배수로가 없어 전원주택 건축허가가 불가능하였으며, 그 옆으로 4차로 직선도로가 개설될 계획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황토로 전원주택을 건축하면 딸의 건강에 좋을 것이다”, “원소유자가 급매물로 저렴하게 내놓아 주변 토지 시세보다 평당 7만 원 이상 싼 것이다”, “원소유자로부터 매도를 의뢰받았는데 내가 애써서 저렴한 가격에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게 한 것이다”, “옆으로 4차로 직선도로가 개설될 예정이라 향후 땅값이 더 올라갈 것이다”라는 등의 거짓말을 하였고, 이에 속은 원고로 하여금 2005. 5. 20.경 이 사건 부동산을 매매대금 5억 4,000만 원에 매수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한 사실, 원고는 그 후 피고 등에게 매매대금을 전부 지급하였고, 2006. 1. 6.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실,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는 약 3억 2,000만 원 정도인 사실, 그 후 2006. 6. 14.경 궁평-상안간 도로 확포장공사의 실시설계용역이 시작되어 2006년 12월경 이 사건 부동산을 경유하는 궁평-상안간 도로노선이 확정되는 등의 사정으로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는 크게 상승한 사실,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 중 2,520㎡가 협의취득됨에 따라 화성시장으로부터 2009. 2. 5.경 보상금 4억 2,000만 원 상당을 지급받은 사실, 이 사건 부동산 중 위 협의취득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4,570㎡의 원심 변론종결일 현재 시가는 8억 3,631만 원인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원심은, 앞서 본 법리를 원용하면서도 피고 등의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원고가 입게 된 손해에 관하여, 원심 변론종결일 현재 원고는 피고 등의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고 ‘매매대금 5억 4,000만 원 및 그에 대한 시중금리 및 도매물가상승률’을 보유하고 있었을 터인데,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부동산 중 4,570㎡ 및 나머지 부분에 대한 보상금 4억 2,000만 원’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결국 후자의 가액이 전자의 가액을 상회하는 이상 원고에게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은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원고의 재산상태’를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지 않고 매매대금 상당액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제하였으나, 피고 등이 원고를 속여 얻고자 했던 것은 원고로 하여금 고가에 부동산을 매수하게끔 하려던 것이었던 데다가, 일반인의 통념 및 거래관행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 등의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을 제값을 치르고, 즉 시가 상당액으로 매수하였으리라고 봄이 상당하다.
원심은 ‘기망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를 원고가 원심 변론종결일 현재 이 사건 부동산 중 일부분에 대한 협의취득보상금 및 나머지 부분의 시가 상당액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제하였으나, 여기에서 ‘현재’는 ‘기준으로 삼은 그 시점’이란 의미에서 ‘불법행위시’를 뜻하는 것이지 ‘지금의 시간’이란 의미로부터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 등의 기망행위가 가해진 결과는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제값보다 비싸게 매수하게 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앞서 본 법리에 대한 올바른 해석과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 등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고가에 매수하게 됨으로써 입게 된 손해는 이 사건 부동산의 매수 당시 시가와 매수가격과의 차액이다( 대법원 1980. 2. 26. 선고 79다1746 판결 등 참조). 그 후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 중 일부에 대하여 보상금을 수령하였다거나 부동산 시가가 상승하여 매수가격을 상회하게 되었다고 하여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에게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 산정 및 그 기준시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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