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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사례] 건축업 관련 상표(서비스표) 사용금지가처분 사건

이두철변호사 2019. 6. 27. 22:54

1. 기초사실

 

. 채권자는 “XXX” 표장(이하 이 사건 서비스표라고 한다)에 대하여 서비스표등록을 받은 서비스표권자이다.

1) 출원일/ 등록일/ 등록번호: 2006. 00. 00./ 2007. 00. 00./ 000000

2) 구성: XXX

3) 지정서비스업: 37류 사무용 건물건축업, 상업용 건물건축업, 아파트건축업, 연립주택건축업, 오피스텔건축업, 주택건축업 등

 

. 채권자는 2017. 4. 1. D건설 주식회사(이하 ‘D건설이라 한다)Y토지 지상 968세대 1개동의 공동주택(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을 건설하는 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과 관련하여, 채권자는 사업관리 자문, 품질 관리업무 등에 관한 용역을 제공하고 D건설에게 이 사건 서비스표의 사용을 허락하며, D건설은 이에 대한 대가를 채권자에게 아래와 같이 나누어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개발사업관리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 이 사건 사업의 시행자인 채무자는 2017. 4. 14. D건설에게 계약금액 11,000,000,000, 공사기간 2017. 4. 17.부터 2018. 7. 31.까지로 정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공사를 도급하였다(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 위 도급계약 당시 D건설과 채무자는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에 ‘XXX’ 브랜드를 사용하기로 합의하였다.

 

. 이후 이 사건 아파트의 공사가 진행되던 중 D건설은 대표이사의 횡령 등으로 하도급업체들에게 공사대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 채권자는 2018. 8. 30. D건설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공정률이 40%에 도달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비 80,000,000원의 지급을 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D건설이 이를 계속하여 지급하지 않자, 2018. 10. 23. D건설에게 이 사건 용역계약의 해지를 통보하였다.

 

. 채무자는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이름을 ‘ XXX아파트라 정하고, 그 분양모집안내문, 선전광고물 등에 ‘XXX’ 표장(이하 이 사건 표장이라 한다)을 사용하고 있다.

 

2. 채권자의 주장

 

채권자는 D건설이 용역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D건설과의 이 사건 용역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였으므로, 이로 인하여 채무자 또한 더 이상 이 사건 상표를 계속 사용할 권원이 없게 되었다.

 

채무자는 채권자의 허락 없이 이 사건 서비스표와 동일유사한 이 사건 표장을 이 사건 서비스표의 지정서비스와 동일유사한 서비스에 사용하여 채권자의 서비스표권을 침해하고 있고, 이는 또한 채권자의 상품 또는 영업표지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이 사건 서비스표와 동일유사한 표장을 사용하여 출처의 혼동을 일으킨 부정경쟁행위에도 해당한다.

 

따라서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을 구한다.

 

3. 채무자의 주장(답변)

 

. 상표권 침해 주장에 관하여

 

1) 계약 해지권 발생 주장 부인

 

채권자는 D건설과의 용역계약을 해지하였다고 주장하는바, 계약 해지권 발생의 소명책임은 채권자에게 있고, 이것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는다면 계약 해지의 효력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채권자는 D건설이 계약금을 포함한 용역대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 소명자료로 채권자가 D건설에게 발송한 내용증명 우편(소갑 제5,6호증)을 제시하고 있는바, 이는 채권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적은 것에 불과하므로, 내용증명만으로 D건설이 대금지급의무를 위반하였음이 소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채권자는 2017. 4. 1. D건설과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한 이후, 2018. 8. 30. D건설에게 기성금을 청구하였으며, 2018. 10. 23.D건설에게 용역계약 해지의 통지를 하였다. 채권자는 그 사이 D건설과의 용역계약을 이행하면서 K군 소재 건설현장까지 출장 나와 홍보관 건립, 분양 마케팅, 인테리어, 마감자재 선정 등의 자문을 하였고 ‘XXX’이라는 브랜드 사용을 승인하다.

 

일반 개인사업자도 계약금조차 받지 않고 1년 넘게 용역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채권자와 같은 회사가 그렇게 오랜 기간 계약금도 받지 않고 용역을 제공하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채권자가 계약금조차 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는 점을 확대해 보면, 기성금을 받지 못하였다는 주장까지도 믿을 수 없다.

 

최근 채무자가 확인해본 바에 따르면, 채권자는 D건설로부터 1억 원 이상의 용역대금을 받았습니다. 또한 채권자는 D건설과 이 사건 건설현장 외에 제주도 건설현장에서도 이 사건 용역계약과 같은 방식의 용역계약을 체결하였음을 확인하였다(소을 제12호증). 제주도 건설현장은 원만히 용역계약이 이행되고 있다고 한다. 채권자가 D건설로부터 용역대금을 받았으면서도 그 돈을 다른 용역계약(, 제주도 건축현장) 대금으로 임의 충당하고, 이 사건 용역계약의 용역대금은 전혀 지급되지 아니한 것처럼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요컨대, D건설이 채권자에게 용역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므로, 채무자는 채권자의 계약 해지권 발생 주장을 전면 부인한다.

 

2) 이미 만들어진 상품(아파트)을 분양하는 행위가 채권자의 서비스표권 침해인가?

 

채권자는 ‘XXX’이라는 서비스표를 등록한 자이고 지정서비스업은 제37건축업, 공사업 등이다(소갑 제1호증). , 건축을 하는 행위, 공사를 하는 행위를 지정서비스업으로 한다.

 

"상표"란 자기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식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표장을 말하고, 서비스표란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자가 자기의 서비스업을 타인과 식별되도록 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장을 말한다(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

 

상표법은 타인의 등록서비스표와 동일·유사한 서비스표를 그 지정서비스와 동일·유사한 서비스에 사용하는 행위서비스표 침해라고 보고 있다(상표법 제108조 제1).

 

채무자는 채권자의 자문을 받은 D건설에 의해 이미 건축된 아파트라는 물건(상품)을 일반에게 분양하려고 하고 있다. 채권자는 건축업, 공사업을 지정서비스로 하는 등록서비스표의 권리자이다. 채권자의 ‘XXX’이라는 서비스표권의 효력이 서비스 자체가 아니고 서비스 제공의 결과 생산된 상품(이미 건축된 아파트)에까지 미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XXX’이라는 표장이 부착되어 건축된 아파트라는 상품을 타인에게 분양한다고 하여 그것이 건축업, 공사업 등을 지정서비스업으로 하는 채권자의 서비스표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예를 들면, 커피숍을 지정서비스업으로 하는 푸르미라는 서비스표권를 가진 자 A가 이것을 B에게 사용하도록 허락 B푸르미라는 서비스표를 사용하면서 커피숍을 운영 B가 고객 C에게 커피 판매 AB 사이 계약이 해지된 경우, 고객 CA의 서비스표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커피숍을 지정서비스업으로 하는 서비스표권의 효력은 그 서비스 제공의 결과 만들어진 물건(커피)에 미친다고 할 수 없다.]

 

3) 침해 문제가 아닌 계약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의 문제

 

사용계약의 내용 중 이용태양·방법을 달리하는 등 상표권의 본질을 훼손하는 경우 그러한 행위를 침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대금지급 약정 등 상표권의 행사와 관련하여 부가된 채권·채무관계에 불과한 사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단순한 채무불이행 책임만이 성립할 뿐이다.

 

D건설 또는 채무자는 채권자가 자문하고 지정하고 승인한 그대로 ‘XXX’ 상표를 사용하였다. D건설이 용역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결국 채권자가 D건설과의 용역계약을 해지하기에 이르렀지만, 이는 채무불이행 문제에 그칠 뿐 상표권 침해라고 볼 수는 없다.

 

4) 상표권(서비스표권) 소진

 

판례는, 상표권의 소진과 소진의 제한범위 및 그 판단 기준에 대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표권자 등이 국내에서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양도한 경우에는 당해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고, 그로써 상표권의 효력은 당해 상품을 사용, 양도 또는 대여한 행위 등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할 것이나, 원래의 상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을 하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생산행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상표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으로서 생산행위에 해당하는가의 여부는 당해 상품의 객관적인 성질, 이용형태 및 상표법의 규정취지와 상표의 기능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3445 판결)”고 판시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채권자는 이 사건 용역계약에 근거하여 D건설에게 ‘XXX’ 상표를 사용하도록 승인하였고, D건설은 이 사건 아파트 신축공사 도급계약에 근거하여 채무자에게 동일 상표를 사용하도록 승인하였다. D건설 또는 채무자는 ‘XXX’ 상표를 채권자가 자문하고 지정하고 승인하는 그대로 아무런 변형 없이 사용하였다. 채무자는 D건설에게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하였다. 채무자는 각 계약이 예정하고 있는 정상적인 유통경로를 통하여 정당한 대가를 주고 최종적인 단계에서 ‘XXX’ 상표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아파트에 사용하고 있는 표장에 대한 상표권의 소진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상표권자 등이 국내에서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양도한 경우에는 당해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된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3445 판결 참조). 위 판례의 문장에서 상품서비스로 대체하여 다시 기술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서비스표권자가 국내에서 등록서비스표가 표시된 서비스표를 양도한 경우에는 당해 서비스에 대한 서비스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된다.

 

이 사건을 위 판례에 비추어 보면, 채권자(서비스표권자)‘XXX’이라는 등록서비스표를 D건설에게 양도한 경우이므로, 용역계약에 근거하여 D건설이 채무자에게 실시한 건축업 또는 공사업(지정서비스업)에 대하여 채권자의 서비스표권은 이미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가사 채권자와 D건설 사이 용역계약이 해지되었다고 하더라도, 계약해지는 소급효가 없으므로 최소한 해지일자 이전까지 이루어진 서비스표권 소진의 효력은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대법원은,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을 포함한 방법의 발명에 대한 특허권자 등이 우리나라에서 그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한 경우, 방법발명의 특허권은 이미 목적을 달성하여 소진되었으므로, 구현된 물건의 양수인 등이 그 물건을 이용하는 것에 대하여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7289903 판결 참조)(소을 제13호증의 1).

[위 판례의 사실관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원고는 마찰교반용접이라는 용접방법발명의 특허권자 원고와 참가인은 참가인이 마찰교반용접방법을 실시하는데 적합한 장비(용접기)를 제조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실시권설정계약 체결 참가인이 용접기를 제작하여 피고에게 판매 피고는 용접기를 사용하여 마찰교반용접방법 실시 원고는 피고에게 마찰교반용접방법을 허락없이 실시한 행위가 특허권 침해라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청구 대법원은 특허권이 소진되었으므로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특허법원 2017. 11. 10. 선고 20171001 판결 참조)(소을 제13호증의 2)]

 

이 사건을 위 판례에 비추어 보면, 아파트건축업에 대한 서비스표권자(채권자)D건설에게 서비스표 사용을 허락하였고, D건설은 그 서비스표를 사용하여 아파트를 건축하였다. 건축업이라는 서비스 제공에 의해 아파트라는 물건이 생산되었고, 그 아파트라는 물건은 채무자에게 적법하게 귀속되었습니다(채무자는 D건설에게 건축공사대금 지급채무를 모두 이행하였다). 그렇다면 채권자의 서비스표권은 이미 소진되었다고 볼 수 있고, 채무자가 ‘XXX’ 서비스표가 부착된 채 생산된 아파트라는 물건을 그대로 분양한다고 하여 여기에 채권자의 서비스표권의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없다. 가사 채권자와 D건설 사이 용역계약이 해지되었다고 하더라도, 용역계약이 해지되기 전에 D건설에 의해 건축된 아파트는 채무자에게 적법하게 귀속되었으므로, 역시 채권자의 서비스표권을 소진되었다고 볼 수 있다.

 

5) 계약해지, 장래효

 

해지권은 해제권과 마찬가지로 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발생하는바(민법 제543조 제1), 전자는 약정해지권이고 후자는 법정해지권이다. 계약이 해지되면 그 계약은 장래에 향하여 효력을 잃습니다(민법 제550).

 

채권자와 D건설은 이 사건 용역계약서(소갑 제3호증)를 작성하면서 일반약관 제7[위약/계약의 해지]D건설이 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하였고(1), 계약이 해지된 경우 미지급보수와 준공금전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여야 하고 채권자가 제공한 브랜드의 사용을 즉시 중단하여야 한다(2)고 정하였다.

 

채권자는 2018. 10. 23.D건설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위약금을 청구하였는바, 계약금 80백만원을 반환하지 않으면서 기성금 80백만원과 준공금 “120백만원을 위약금으로 제시하였다(소갑 제6호증 [별표1.]위약금 청구내역).

 

위와 같은 계약서 기재 내용, 채권자의 위약금 청구 태도 등으로 보아, 채권자와 D건설은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해지권을 약정하였고, D건설이 용역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자 채권자가 계약을 해지하였다고 볼 수 있다.

 

계약이 해지된 경우 그 계약은 장래에 향하여 효력을 잃는다. 그렇다면 채권자는 계약이 해지되기 전에 이미 상표가 부착된 물건을 폐기하라거나 사용하지 말라고 청구할 수 없다.

 

6) 권리남용

 

권리의 행사가 주관적으로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으면, 그 권리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하는바(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40422 판결), 상표권 행사 역시 권리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

 

채권자는 D건설의 대표이사가 구속되고 D건설로부터 용역대금채권(또는 손해배상채권)을 추심할 수 없게 되자, 상표권에 근거하여 채무자의 상표사용을 금지함으로써 채무자를 곤궁한 상태로 몰아넣은 후 궁극적으로 채무자로부터 돈을 받아내려고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채무자는 D건설에 대하여 모든 의무를 이행하였으며 공사대금도 모두 지급하였다. 채무자는 D건설과 채권자의 승인 하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채권자의 상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채무자는 이 사건 아파트 신축사업 초기부터 ‘XXX’ 상표를 사용하여 이 사건 아파트를 홍보하였다. 만약 채무자가 이제 와서 ‘XXX’ 상표를 제거한다면, 분양예정자들은 채무자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다. 분양 미달로 인한 채무자의 손해는 너무나도 막대할 것이다.

 

채권자는 이미 D건설으로부터 계약금 8천만 원을 받은 사실이 있고, 그외에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다. 손해배상채권을 채권자의 적극재산으로 본다면 실질적으로 채권자는 아무런 손해가 없다.

 

채권자는 채무자가 ‘XXX’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채권자의 신용이 훼손되고 구축된 이미지가 희석되어 금전으로도 배상이 어려운 손해 발생이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습니다. 이 사건 아파트 신축공사 초기부터 채무자는 채권자가 자문하고 승인하는 대로 건축자재(타일, 씽크대, 벽지 등)를 사용하였고, 일반 잠재 수요자들에게도 ‘XXX’ 상표를 사용하며 이 사건 신축아파트를 홍보하였다. 이 사건 아파트는 처음부터 채권자의 요구에 부합하도록 시공되었으므로, 채무자가 이 사건 아파트에 ‘XXX’ 상표를 사용하여 분양한다고 하더라도 채권자의 업무상 신용을 훼손한다거너 이미지를 희석시킨다고 볼 수 없고, 일반 수요자의 이익 보호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위와 같은 점들을 감안할 때, 채권자의 상표권 행사는 공정한 경쟁질서와 상거래 질서를 어지럽히고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이어서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 비록 채권자의 상표권 행사가 권리행사라는 외형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이는 상표권 남용행위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7) 금반언(모순행위금지)

 

권리자의 권리행사가 그의 종전의 행동과 모순되는 경우 그러한 권리행사는 허용되지 않는바, 판례는 다음과 같이 판단기준을 제기하고 있다.

 

신의성실 원칙이나 금반언(모순행위금지)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사람의 행위가 그의 선행하는 행위에 모순되는 것이어서 그러한 후행행위에 원래대로의 법적 효과를 부여하면 그 선행행위로 말미암아 야기된 다른 사람의 신뢰를 부당하게 침해하게 되는 경우이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모순되는 선행행위와 후행행위가 있고 그에 대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고, 선행행위로 인하여 야기된 상대방의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신뢰가 존재하여야 할 것이다(특허법원 2005. 10. 13. 선고 20055631 판결).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며,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64552 판결).

 

채무자와 D건설 사이 도급계약 및 D건설과 채권자 사이 용역계약에 근거하여, 채무자는 ‘XXX’ 상표를 이 사건 아파트 신축 및 분양 업무에 사용하여 왔습니다. 채권자는 이 사건 아파트 신축공사 초기부터 사업관리, 홍보관 건립, 분양 마케팅, 인테리어, 마감자재 선정 등의 자문을 하였고, D건설과 채무자는 채권자의 자문과 지시에 충실히 따랐습니다. 채무자는 D건설과의 약정에 따라 D건설에게 공사대금 지급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소갑 제4호증, 소을 제4호증). 그런데 채권자는 이제 와서 D건설이 용역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서 그동한 충실히 의무를 이행한 채무자에게 더 이상 상표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면서 이 사건 가처분을 신청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살펴볼 때, 채권자의 상표권 행사는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 부정경쟁행위 주장에 관하여

 

1)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사용

 

부정경쟁행위란 민법상 불법행위의 특칙으로서 영업주체가 사업활동을 함에 있어 경쟁상의 우위를 정당한 대가의 지불 없이 다른 사람의 경쟁력에 편승하여 확보하려는 행위를 뜻한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은 제2조 제1호 카목에서 보충적 일반조항으로서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에 포함하고 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내지 차목은 보충적 일반조항의 예시적 유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채무자는 D건설에게 정당한 대가를 이미 지급하였다. D건설이 채권자에게 용역대금을 일부 지급하지 아니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채무자의 지위가 정당한 사용자에서 무단 사용자로 바뀐다고 볼 수 없다. 만약 그렇게 본다면 D건설과 채권자 사이 사정에 의해 돌연 선의의 채무자가 불법행위자로 되는 것이다. 채무자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XXX’ 상표를 사용하고 있는바, 채무자의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라고 볼 수 없다.

 

2) 주지성에 대한 입증책임, 입증부족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및 나목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품등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는 행위가 있어야 하므로, “주지성을 요건으로 한다. 주지성 획득 여부에 관한 입증책임은 마땅히 부정경쟁행위 금지 및 예방을 청구하고 있는 채권자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채권자는 ‘XXX’ 상표의 주지성에 관한 어떠한 입증도 없이 곧바로 채무자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및 나목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고 있다.

 

3) 영업상 이익 침해 없음

 

부정경쟁행위 금지청구의 근거규정인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 제1항은 영업상 이익 침해를 요건으로 하고 있다.

 

채권자는 이미 D건설으로부터 계약금 8천만 원을 받은 사실이 있고, 그외에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다. 채권자는 D건설과의 관계에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다. 손해배상채권을 채권자의 적극재산으로 본다면 실질적으로 채권자는 아무런 손해가 없다. 그렇다면 채무자의 ‘XXX’ 상표 사용으로 인해 채권자의 영업상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는 없다고 할 수 있다.

 

. 소 결

 

채무자는 정당한 대가를 이미 지불하였고, 채권자가 자문하고 지시하고 승인한 대로 ‘XXX’ 상표를 사용하고 있다. 채무자의 귀책사유 없이 D건설이 채권자에게 용역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이는 채무불이행 문제로서, 채권자가 D건설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여 해결하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는 선의의 채무자로부터 돈을 용이하게 받아 낼 목적으로 상표권 침해, 부정경쟁행위 등을 주장하며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을 하고 있다. 채권자가 주장하는 피보전권리는 인정될 수 없다.

 

4. 피보전권리에 관한 법원의 판단

 

. 서비스표권 침해행위에의 해당 여부

 

이 사건 표장은 이 사건 서비스표와 그 외관, 호칭, 관념이 매우 유사하고, 채무자는 이를 이 사건 아파트의 분양 홍보를 위한 분양모집안내문, 선전광고물에 표시하여 이 사건 서비스표의 지정서비스업과 동일한 업종인 아파트건축업에 사용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의 이 사건 표장 사용행위는 이 사건 서비스표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채무자는 이 사건 서비스표권의 효력이 그 서비스의 제공 결과 생산된 상품, 즉 이 사건 아파트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서비스표의 사용에는 서비스업에 관한 광고·정가표·거래서류·간판 또는 표찰에 서비스표를 표시하고 이를 전시 또는 반포하는 행위는 물론, 서비스의 제공시 수요자의 이용에 공여되는 물건 또는 당해 서비스의 제공에 관한 수요자의 물건에 서비스표를 표시하는 행위, 서비스의 제공시 수요자의 이용에 공여되는 물건에 서비스표를 표시한 것을 이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 또는 서비스의 제공에 이용하는 물건에 서비스표를 표시한 것을 서비스의 제공을 위하여 전시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3080 판결 등 참조), 또한 금지를 구하는 행위는 채무자의 이 사건 서비스표 사용행위이고 이 사건 아파트 자체의 분양 등 행위는 아니므로 채무자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 채무자의 기타 주장에 대한 판단

 

1) 서비스표권 소진 주장

 

채무자는 채권자가 D건설에게 이 사건 서비스표권의 사용을 허락한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채무자가 D건설에게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함으로써 서비스표권이 소진되었으므로, 이 사건 서비스표권의 효력은 더 이상 이 사건 아파트에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표권자 등이 국내에서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양도한 경우에는 당해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고, 그로써 상표권의 효력은 당해 상품을 사용, 양도 또는 대여한 행위 등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할 것이나(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3445 판결), 이는 상표가 부착된 상품이 양도됨으로써 종국적인 권리 이전이 있고 그 과정에서 상표권이 그 목적으로 모두 달성하였음을 근거로 하는바, 이 사건 사업과 같이 계속적으로 수행되는 서비스업에서 서비스표의 사용 허락이 있었다가 해지된 경우에는 서비스의 대상에 관한 종국적 권리이전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서비스표권이 소진된다고 볼 수 없다. 채무자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이 사건 용역계약의 해지 관련 주장

 

채무자는 이 사건 용역계약이 여전히 해지되지 않고 유효하여, D건설이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하여 이 사건 서비스표권을 사용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채권자는 D건설이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대금 지급의무의 이행을 지체하여 위 계약이 해지되었다고 주장한다. 소갑 제5, 6, 11호증의 각 기재에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D건설이 용역대금의 지급기일을 도과한 후 채권자가 그 지급의무의 이행을 최고하였음에도 D건설이 상당한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아 채권자가 2018. 10. 23. D건설에게 해지를 통보한 사실이 소명되므로, 결국 채무자의 주장은 이유 없다.

 

한편, 채무자는 위 계약 해지가 장래에 향하여만 효력이 있으므로, 그 해지 전에 사용된 이 사건 표장과 관련하여서는 침해금지를 구할 수 없다고도 주장하나, 채무자는 위 계약 해지 이후에도 계속하여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하여 이 사건 표장이 부착된 홍보물을 부착하는 등 이를 사용하고 있고 이는 채권자의 서비스표권 침해행위에 해당하며, 이에 따라 채권자가 그 사용금지를 구하는 것이므로 위 채무자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권리남용, 신의칙 위반 등 주장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이 채권자의 등록서비스표권에 기초한 정당한 권리행사인 이상, 이로 인해 채무자 주장과 같이 채권자의 이익에 비해 채무자가 입는 손해가 크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소명하는 자료가 없다.

 

또한, 채권자가 D건설과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여 이 사건 사업에 관하여 이 사건 서비스표의 사용을 허락하였다가 용역대금의 미지급을 이유로 위 계약을 해지하고 채무자에게 이 사건 표장의 사용금지를 구하는 것이 금반언 또는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 소결

 

따라서 채무자가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하여 이 사건 표장을 사용하는 행위는 채권자의 이 사건 서비스표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주장을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가처분신청은 그 피보전권리가 소명된다.

 

5.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일부 기각)

 

. 이 사건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 즉 채무자는 이 사건 표장의 사용이 채권자의 서비스표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계속 다투고 있는 점, 이와 같은 채무자의 침해행위를 방치할 경우 이 사건 서비스표에 대한 채권자의 신용이 실추될 우려가 있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은 그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 한편, 채권자는 이 사건 표장을 사용한 선전광고물 등에 대한 폐기를 구하고 있으나, 임시의 지위를 정함에 불과한 이 사건 가처분 절차에서 추후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폐기까지 채무자에게 명하여야 할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는 보기 어려우므로, 주문 제2항과 같이 집행관 보관만을 명하기로 한다.

 

. 또한 채권자는 주문 제1, 2항 기재 가처분결정 전체에 대한 집행관 공시명령을 신청하고 있으나, 이 사건의 성질상 위 가처분결정 전체에 대한 집행관 공시를 명하는 것이 가처분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방법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집행관 공시의 범위를 주문 제3항 기재 범위로 제한하기로 한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민사전문 변호사 이두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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