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입
기계 공급 계약에는 크게 시장에서 기성품으로 나와 있는 기계를 곧바로 돈을 주고 사는 방식과 발주자의 필요에 따라 제작되고 성능시험까지 완료하여 납품받는 방식이 있습니다. 기성품을 사는 것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매매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복잡한 기계일수록 발주자가 요구하는 사양(스펙)에 맞추어 제작되어야하고 나아가 까다로운 성능시험까지 마쳐져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 단순히 매매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기계공급계약은 ‘제작물공급계약’의 범주에 있습니다.
2. 제작물공급계약의 법적성격
제작물공급계약이란,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의 주문에 따라 오직 또는 주로 자기의 재료를 사용하여 제작한 물건을 공급하기로 하고, 상대방은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쌍무·유상계약을 말합니다.
제작물공급계약의 경우에도, 제작물이 대체물이면 매매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고 부대체물이면 도급에 관한 규정이 적용됩니다(예, 노트북 컴퓨터 구매계약 → 매매, 냉동기 제작설치 계약 → 도급)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의 주문에 따라 자기 소유의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물건을 공급할 것을 약정하고 이에 대하여 상대방이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이른바 제작물공급계약은, 그 제작의 측면에서는 도급의 성질이 있고 공급의 측면에서는 매매의 성질이 있어 이러한 계약은 대체로 매매와 도급의 성질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그 적용 법률은 계약에 의하여 제작 공급하여야 할 물건이 대체물인 경우에는 매매로 보아서 매매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나, 물건이 특정의 주문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부대체물인 경우에는 당해 물건의 공급과 함께 그 제작이 계약의 주목적이 되어 도급의 성질을 띠는 것이다(대법원 1996. 6. 28. 선고 94다42976 판결).
3. 보수지급청구
공급자(민법상 수급인)는 기계를 제작하여 납품하고 발주자(민법상 도급인)로부터 돈을 받게 됩니다. 공급자가 발주자로부터 약속된 돈을 받기 위하여는 두 가지 의무를 다하여야 합니다.
가. 일을 완성할 의무
공급자는 스펙에 맞추어 일을 완성해야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제작물공급계약에서 일의 완성이란 최후 공정을 종료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목적물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도급계약에 있어 일의 완성에 관한 주장·입증책임은 일의 결과에 대한 보수의 지급을 청구하는 수급인에게 있고, 제작물공급계약에서 일이 완성되었다고 하려면 당초 예정된 최후의 공정까지 일단 종료하였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목적물의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고 있어야 하므로, 제작물공급에 대한 보수의 지급을 청구하는 수급인으로서는 그 목적물 제작에 관하여 계약에서 정해진 최후 공정을 일단 종료하였다는 점뿐만 아니라 그 목적물의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까지 주장·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10.13. 선고 2004다21862 판결).
나. 목적물 인도의무
공급자의 완성된 물건의 인도와 발주자의 보수의 지급은 원칙적으로 동시이행관계(민법 제665조)에 있습니다.
제작물공급계약에서 목적물의 인도는 단순히 목적물을 넘겨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발주자가 목적물을 충분히 검수한 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승인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합니다.
제작물공급계약에서 보수의 지급시기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의 특약이나 관습이 없으면 도급인은 완성된 목적물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수급인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때 목적물의 인도는 완성된 목적물에 대한 단순한 점유의 이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도급인이 목적물을 검사한 후 그 목적물이 계약내용대로 완성되었음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시인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의미한다(대법원 2006.10.13. 선고 2004다21862 판결).
4. 하자담보책임
완성된 목적물 또는 완성전의 성취된 부분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발주자는 공급자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하자의 보수를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667조 제1항), 발주나는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여 또는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667조 제2항). 통상 공급자가 발주자에게 (미지급) 기계대금를 청구하면, 발주자는 공급자에게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주장하는데, 양자는 동시이행관계에 있습니다(민법 제667조 제3항, 제536조). 하자보수에 필요한 금액이 산출된 경우(소송의 경우 통상 법원에서 하자감정을 실시합니다), 발주자는 공급자에게 그 금액만큼만 기계대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머지는 지급해야 합니다.
하자담보책임은 민법이 정한 무과실책임이므로 행사기간(=제척기간)이 짧습니다. 기계의 경우 1년 안에 하자보수청구 또는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여야 합니다. 다만, 제척기간 1년의 기산점은 통상 기계의 시운전 및 성능검사까지 끝난 날입니다.
수급인이 기계를 제작하여 도급인의 공장 내에 설치한 후 일정기간 동안의 시운전을 하여 성능검사가 끝난 때에 공사잔금을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기계제작설치공사도급계약에 있어서는 민법 제670조 제1항이 규정한 제척기간 1년의 기산점은 기계를 도급인의 공장에 설치한 날이 아니라 그 시운전까지 하여 성능검사가 끝난 날이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4. 12. 22. 선고 93다60632 / 93다60649 판결).
그러나 1년이 지났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판례상 단기의 제척기간이 지나 하자담보책임을 주장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10년 소멸시효의 채무불이행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차이점은, 첫째, 채무불이행은 과실책임(cf. 하자담보책임은 무과실책임)이므로 주장하는 자(발주자)가 상대방(공급자)의 과실이 있음을 입증하여야 합니다. 둘째,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의 경우 단순히 하자를 보수하는 비용을 넘은 확대손해까지 입증하면 그 손해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액젓 저장탱크의 제작·설치공사 도급계약에 의하여 완성된 저장탱크에 균열이 발생한 경우, 보수비용은 민법 제667조 제2항에 의한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 중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이고, 액젓 변질로 인한 손해배상은 위 하자담보책임을 넘어서 수급인이 도급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도급인의 신체·재산에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서 양자는 별개의 권원에 의하여 경합적으로 인정된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1다70337 판결).
- 이두철 변호사 -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였고,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엔지니어로 14년간 근무하였으며, 지금은 변호사(변리사)가 되어 기계와 법률을 조화롭게 접목시키고 있습니다.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호 홈페이지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소 - 홈]
법률상담 ☎042-485-3657
lawldc.modoo.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