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근로자의 안전, 누구의 책임인가?
근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책임과 윤리를 시험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다음 소개하는 손해배상 청구 사건(대구지방법원 2013나18682)은 근로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사용자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입니다. 이 사건은 근로자 안전에 대한 관리 소홀, 도급계약의 법적 책임, 그리고 기업의 안전의무를 다시 조명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2. 사고의 발생 배경
이 사건은 2010년 12월, 대구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발생했다. 원고(피해 근로자)는 피고 회사와 생산도급계약을 체결한 도급업체에 의해 야간 근무를 하게 되었다. 당시 원고는 프레스 기계를 이용하여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작업 중 프레스 기계가 오작동하여 오른손 검지가 눌리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원고는 이 사고로 인해 우측 제2수지(검지) 절단이라는 중상을 입었으며, 이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보험 혜택을 일부 받았다. 그러나 이로도 충분하지 않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3. 법원의 판단 근거
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며, 손해배상 책임을 피고 회사에 부과하였다. 주요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다.
가. 안전관리 의무의 소홀
- 법원은 피고가 프레스 기계와 관련된 안전장치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 사고 이전에도 동일한 기계에서 발생한 여러 차례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되었다.
- 또한, 원고를 포함한 근로자들에게 작업 안전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나. 노무도급에 따른 책임 인정
- 일반적으로 도급계약은 수급인이 독립적인 업무를 수행하므로 도급인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가 수급인에게 작업 지시를 내리고, 원고를 포함한 근로자들의 작업 내용에 직접 개입한 점을 들어 노무도급으로 판단되었다.
- 피고는 도급계약을 통해 간접적으로 원고의 노동을 지휘·감독하며 책임을 분담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인정받았다.
다. 원고의 과실 비율
- 법원은 원고 역시 프레스 작업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안전에 주의해야 했으나, 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보았다.
- 원고는 자신의 과실비율을 30%로 인정하는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서를 피고에게 전달한 적이 있었으며, 이는 법원에서 과실 비율 산정에 반영되었다.
라.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 배상
- 법원은 원고가 입은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각각 계산하였으며, 피고가 70%를 부담해야 한다고 결정하였다.
- 최종적으로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 금액은 23,442,911원으로 확정되었다.
4. 판결의 주요 의의
기업은 직접 고용한 근로자뿐만 아니라, 도급계약을 통해 근로를 제공받는 노동자들에게도 안전한 작업 환경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특히,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장비 점검과 안전교육은 필수적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도급계약은 독립적인 사업자 간의 관계로 여겨져 왔으나,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사실상 근로자들을 지휘·감독하며 실질적인 통제를 행사한 점을 들어 노무도급으로 해석되었다. 유사한 형태의 도급계약에서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