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합60139)은 손해배상 청구 사건으로, 주식회사 A가 피고 B를 상대로 제기한 것입니다. 사건의 쟁점은 피고가 회사의 권한을 남용하여 무단으로 회사 자산에 손해를 입혔고, 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1. 사건의 개요
주식회사 A(이하 '원고')는 다양한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회사입니다. 피고는 원고 회사에 소속된 대만 국적으로, 원고의 게임 서비스 운영을 담당하던 직원이었습니다. 피고는 원고의 퍼블리싱 운영실에 소속되어 게임 운영 툴을 활용해 게임 내 문제 해결 및 고객 서비스를 담당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2022년 6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원고의 게임 운영 툴을 악용하여 다이아(게임 내 화폐)를 무단으로 자신의 계정으로 이전하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저질렀습니다. 피고는 이후 원고의 내부 조사에 의해 이러한 사실이 밝혀졌고, 징계 해고를 당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행위로 인해 회사에 상당한 재산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837,846,24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2. 법원의 판단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고의 행위가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로 구성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는 게임 운영 툴에 대한 접근 권한을 업무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남용하여 다이아를 무단으로 이전함으로써 사적인 이익을 취했습니다. 법원은 이 점을 들어 피고의 행위가 원고에 대한 업무상 배임과 컴퓨터 사용사기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원고가 청구한 금액 전액을 인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원고가 주장한 손해액의 일부만을 인정했습니다.
3. 손해배상액의 산정 과정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피고가 다이아를 무단으로 이전하여 현금화한 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구체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어려운 점을 고려했습니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 따라 증거조사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바탕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통해 손해액을 산정했습니다.
피고의 다이아 이전 및 현금화 내역: 피고는 다이아를 무단으로 이전한 후 대만과 국내 은행 계좌를 이용해 판매 대금을 입금받았습니다. 피고의 진술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에 따르면, 피고는 대만의 H은행을 통해 약 4억 5천만 원에서 5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국내 여러 은행 계좌를 통해 추가로 수익을 얻은 점도 확인되었습니다.
구체적 증거의 부족: 피고는 원고의 내부 조사 과정에서 실제로 취득한 이익을 자백했으나, 법원은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상황임을 인식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가 무단으로 취득한 이익에 기반하여 손해배상액을 488,701,603원으로 산정했습니다.
4. 법리적 근거와 판례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구체적인 손해액 증명이 어려운 경우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를 적용하여, 손해의 발생 사실은 인정되지만 구체적인 액수 증명이 어려울 때는 모든 간접 사실을 종합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대법원 2018다301336 판결을 인용한 것입니다. 해당 판결에서는 법원이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며, 이번 사건의 손해배상액 산정에도 유사하게 적용되었습니다.
5. 피고의 주장과 법원의 반박
피고는 여러 이유로 원고가 주장한 손해액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다이아를 무단 취득한 것은 사실이지만, 원고에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피고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다이아의 유통량 증거 부족: 피고는 원고가 다이아 유통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다이아를 구매한 이용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고자 한 이들로, 피고의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도 원고로부터 정상 가격에 구매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이아의 소유권 문제: 피고는 다이아가 이미 해당 이용자들이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무단으로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게임 운영 툴의 사용 목적 위반: 피고가 게임 운영 툴의 권한을 남용하여 다이아를 이전한 행위 자체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며, 이는 원고에게 재산적 손해를 발생시킨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이아의 게임 내 재화로서의 가치 인정: 법원은 다이아가 게임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재화이며, 원고가 이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불법적으로 취득한 다이아를 판매함으로써 원고가 정상적으로 판매할 기회를 상실했으므로, 원고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았습니다.
6. 결론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488,701,603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피고는 판결 선고일인 2024년 7월 5일부터 해당 금액을 연 5%의 이율로 지급하며, 이후에는 연 12%의 이율로 계산된 지연손해금을 포함해 지급해야 합니다.
이번 판결은 기업이 내부 직원의 권한 남용으로 인해 입을 수 있는 손해를 보호하는 중요한 판례가 될 것입니다. 특히 게임 운영과 관련된 권한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불법행위가 발생했을 때 법원이 어떻게 손해액을 산정하고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또한, 구체적인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법원이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태도를 보여주었으며, 이를 통해 피해를 입은 원고가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