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건설공사에서 발주자(건축주)는 수급인(종합건설회사)과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합니다. 가설재업자가 수급인과 가설재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건축현장에 가설재를 설치하였는데, 수급인이 파산하여 발주자와 수급인 사이 계약이 해지되고 가설재업자는 수급인에게 가설재 임료를 받지 못하게 된 경우 가설재업자가 발주자에게 곧바로 가설재 임료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관련 판례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A(발주자)는 B(수급인, 종합건설회사)에게 건축공사 도급
(2) B는 1997년 4월 중순경 C(하수급인, 전문건설회사)에게 토공사와 가시설공사를 하도급
(3) C는 1998년 3월 말경 하도급공사를 완료한 후 공사에 투입된 자재인 복공판 21t, 주행보 31t, 아이빔 11t, 에이치빔 522t 등을 후속공사(=옹벽공사)가 속행되지 아니함으로써 회수하지 못함. 옹벽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가시설자재를 제거하면 지하 부분이 붕괴할 염려가 있었음.
(4) B 부도 발생. A는 B와의 도급계약 해제. A는 새로운 시공자를 찾지 못해 현장이 방치되고 있고, 위 가시설자재는 지하 부분 붕괴 염려 때문에 제거되지 못하고 있음.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서, C는 A에게 위 가시설자재 임료의 지급을 청구였고, 이에 대하여 A는 C에게 ‘A에게는 공사중단 및 자재의 현장방치에 대한 귀책사유가 없다. A가 위 자재들을 점유·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라고 항변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공사자재가 후속공사의 완료시까지 잠정적으로 공사현장의 붕괴를 막는 용도로 사용되지만, 후속공사가 완료되면 수급인이 이를 공사현장에서 회수해 갈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경우, 도급인이 도급계약 해지 후 후속공사를 속행하지 아니한 채 공사현장을 그대로 방치하여 수급인이 위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공사자재를 회수해 갈 수 없게 되었다면 도급인은 법률상 원인 없이 공사자재를 점유ㆍ사용하여 그 임료 상당의 이득을 얻고 있다(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다53806 판결)”라고 판단하며 C(하수급인)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PS : 위 사례에서, A와 B 사이 도급계약이 해제된 이후에야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이 되므로, 그 도급계약 해제 이후 발생하는 임료에 대하여만 A가 책임진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도급계약 해제 이전의 법률관계는 (전용물소권이 부정되는 우리나라 판례의 입장에 따라) A-B, B-C 각각의 계약 이행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인바, 즉, C는 B에게만 가시설자재 임료를 청구할 수 있고 B는 A에게 도급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소송요건이 충족된다면, C가 B를 대위하여 A에게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