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분석] 기계 제작을 마쳤는데 대금을 못 받는다고? '제작물공급계약'의 법리적 쟁점
기성품이 아닌 주문자의 요구에 따라 특수한 기계를 제작해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을 때, 제작자는 "기계를 다 만들었으니 잔금을 달라"고 주장하고, 주문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계약을 해제하고 선급금을 돌려달라"고 맞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대구지방법원 판결을 통해 제작물공급계약에서 '일의 완성'을 판단하는 기준과 하자 있는 기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대구지방법원 2019나8472, 2021나1443 사건 판례입니다.
1. 사건의 개요: "반자동이라더니 사람이 5명이나 달라붙어야 하나요?"
자동차 장비 제작업체인 원고(A사)는 피고(B사)와 발전기 제조장비인 코일 와인더 등 기계 세트를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조건에는 '반자동 작업'이 가능해야 하며, 잔금은 입고 검수 후 지급하기로 명시되었습니다.
그러나 시운전 결과, 기계가 약속된 성능을 내지 못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코일 와인더로 작업을 하려면 무려 5명의 인원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피고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제작 중단을 요구했고, 기계는 결국 납품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잔금을 청구하는 본소를, 피고는 선급금 반환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며 법정 다툼이 시작되었습니다.
2. 법리적 쟁점: 제작물공급계약과 '일의 완성'
이 사건의 핵심은 원고가 '일을 완성했는가'입니다. 법원은 제작물공급계약의 성격에 따라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 계약의 성격: 특정 사양의 기계를 제작하는 것은 부대체물(대체하기 어려운 물건)에 관한 계약이므로, 민법상 '도급'의 규정이 적용됩니다.
- 일의 완성 기준: 단순히 마지막 공정을 마쳤다고 끝이 아닙니다. 목적물의 주요 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어야만 일이 완성된 것으로 봅니다.
3. 법원의 판단: 성능 미달은 '일의 미완성'이자 '채무불이행'
대구지방법원은 원고의 잔금 청구를 기각하고, 오히려 피고에게 선급금을 돌려주라고 판결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성능의 결여: '반자동'이란 기계가 대부분의 일을 하고 사람은 보조적 역할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 기계는 3~5명의 인력을 필요로 했으므로 실질적으로 '수동 방식'에 불과했습니다.
- 핵심 기능의 부재: 발전기용 코일 와인더임에도 불구하고 코일을 여러 층 감을 수 없는 치명적인 하자가 있었습니다.
- 보완 불가능: 감정 결과, 해당 기계는 설계 단계부터 여러 층을 감는 성능이 고려되지 않았으며, 추후 보완도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결국 법원은 원고가 일을 완성하지 못했으므로 잔금을 청구할 수 없으며, 기계의 하자로 인해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계약 해제는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4. 변호사의 조언: 계약서 작성부터 성능 검증까지 철저하게
이번 판결은 세금계산서가 발행되었거나 대금 지급 독촉에 대해 "기다려달라"는 답변을 했다 하더라도, 기계 자체의 성능이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미달한다면 '일의 완성'을 인정받을 수 없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제작물공급계약 분쟁에서는 상세한 사양(Spec) 명시와 시운전 시 성능 확인 절차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만약 공급받은 기계의 성능이 약정된 조건에 미치지 못한다면, 지체 없이 이의를 제기하고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계약 해제 및 원상회복의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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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철 변호사**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14년 동안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설비를 관리하며 기계엔지니어로 근무했습니다. 현재 기계 소송 전문 변호사로서 기계와 법률을 접목시켜 여러분의 문제를 해결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