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분석] 회사의 증거를 지웠는데 무죄? '양벌규정'과 증거인멸죄의 경계
이번 판결[대법원 2024도15728 판결] 은 회사의 하도급법 위반 증거를 삭제한 임직원이 '자신도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이를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전향적인 판단을 담고 있습니다.
1. 사건의 개요: 하도급법 위반 조사 대비 자료 삭제
공소외 1 회사의 임원이었던 피고인 1과 팀장이었던 피고인 3은 2018년경,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법 위반 직권조사에 대비하여 관련 자료를 삭제하거나 인멸하도록 지시하고 실행했습니다.
검찰은 이 행위가 회사의 형사사건, 즉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없앤 것이라며 증거인멸교사 및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들이 장차 형사사건이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회사의 이익을 위해 증거를 인멸했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2. 핵심 법리: '자기 사건'의 증거인멸은 처벌하지 않는다
우리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할 때만 성립합니다. 피고인이 본인이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자기 이익을 위해 증거를 없앴다면, 비록 그 행위가 동시에 공범의 증거를 없앤 결과가 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여기서 대법원은 중요한 기준을 하나 더 제시합니다.
- 양벌규정의 적용: 법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위반 행위를 한 임직원은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과 함께 직접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 자기 사건성: 만약 임직원이 양벌규정에 의해 자신도 행위자로서 직접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그 증거를 없앤 행위는 '타인의 사건'이 아닌 '자신의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3. 대법원의 판단: "자신도 처벌받을 지위였다면 무죄"
대법원은 피고인 1과 피고인 3의 실제 업무 내용에 주목했습니다.
- 포괄적 업무 수행: 피고인들은 협력사 지원 및 하도급 계약 관리를 총괄하는 임원과 팀장이었습니다.
- 양벌규정 가능성: 공정위가 조사하던 하도급법 위반 항목(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기술자료 요구 금지 등)들은 실제 업무 집행자인 임직원에게도 벌금형을 과하는 양벌규정 적용 대상이었습니다.
- 방어권 행사: 따라서 피고인들이 회사의 이익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처벌받을 가능성'**에 대비해 자료를 삭제했다면, 이는 헌법상 보장된 방어권 행사의 일환으로 보아야 하므로 증거인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4. 판결의 시사점: 기업 수사 대응의 새로운 지평
이번 판결은 기업 내에서 발생한 증거 삭제 행위를 무조건 '회사를 위한 증거인멸'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임직원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하여 직접 처벌받을 위험이 있는 지위였다면, 그 자료 삭제 행위는 자신의 형사사건에 대한 방어권 행사로 인정받을 여지가 커졌습니다.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두철 법률사무소 : 네이버 블로그
세종특별자치시 나성북로 30, 263호 (어반아트리움 퍼스트원 B동) / 전화 044-867-3659 / 팩스 070-4275-5527 / 이메일 doorul@daum.net * 지하주차시 B동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세요.
blo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