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분석] 기계 설비 하자, '카탈로그 수치' 미달만으로 계약 해제 가능할까?
오늘은 제조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물품대금 청구'와 '기계 성능 하자에 따른 계약 해제'에 관한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기계의 실제 생산 속도가 카탈로그상의 스펙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를 이유로 매매대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판결(2021가단4492)은 물품대금 청구 사건입니다.
1. 사건의 개요: 미지급 물품대금과 하자의 공방
원고(매도인)는 피고(매입인)에게 종이상자 제조기 및 표지상자 제조기 등을 약 3억 1,200만 원에 판매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는 기계 설치를 완료했으나, 피고는 대금 중 2억 원만을 지급하고 나머지 1억 4,320만 원(부가세 포함)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미지급 대금을 청구하는 본소를 제기했고, 피고는 "기계가 카탈로그에 기재된 생산 속도에 미달하고 기술 교육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계약 해제와 이미 지급한 돈의 반환을 구하는 반소로 맞섰습니다.
2. 법원의 판단: '하자'를 인정하기 위한 엄격한 증명 책임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피고의 계약 해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매도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판단의 핵심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카탈로그 수치의 성격: 법원은 카탈로그상 생산 속도가 '분당 30개 이하'로 기재된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는 상자의 크기나 작업 환경에 따라 속도가 변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특정 조건에서 속도가 미달했다는 사실만으로 기계 자체에 하자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감정 시점의 문제: 하자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 조사가 기계 설치 후 2년이 지난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점도 결정적이었습니다. 법원은 사용 기간 중 관리 소홀이나 성능 저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사전 이의 제기 여부: 피고가 소송 전까지 기계 성능에 대해 공식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피고 주장의 신빙성을 낮추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3. 지연손해금의 산정 기준일
이 판결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지점은 대금 지급 시기입니다. 매매계약서상 잔금 지급일이 '물품 반입일로부터 3개월이 되는 시점'으로 명시되어 있었으므로, 법원은 설치 완료일로부터 3개월이 경과한 다음 날부터 지연손해금을 계산하도록 판결했습니다.
4. 시사점: 계약서 작성과 증거 확보의 중요성
이번 판결은 기계 설비 계약 시 '성능의 정의'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해야 하는지, 그리고 하자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이의 제기와 자료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 매수인 입장: 기대했던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면 즉시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계약서에 보장된 기술 교육의 범위를 구체화해야 합니다.
- 매도인 입장: 카탈로그 수치가 가변적임을 명시하고, 설치 및 시운전 완료 확인서를 받아두는 것이 추후 대금 청구 시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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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철 변호사**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14년 동안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설비를 관리하며 기계엔지니어로 근무했습니다. 현재 기계 소송 전문 변호사로서 기계와 법률을 접목시켜 여러분의 문제를 해결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