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운영하다 보면 자금난으로 인해 특정 채권자에게만 담보를 제공하거나 우선 변제권을 주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의 이익을 해치는 ‘사해행위’가 된다면, 추후 법적 소송을 통해 해당 계약이 취소될 위험이 큽니다.
오늘은 최근 대법원에서 선고된 배당이의 사건(2025다214286)을 통해,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수익자의 ‘선의’를 판단하는 기준과 입증 책임에 대해 심도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1. 사건의 발단: 임금 채권자와 근저당권자의 충돌
이 사건의 채무자(소외 1 회사)는 기술보증기금(피고)과 여러 차례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하여 은행 대출을 받아 운영되던 회사였습니다. 회사는 경영 악화로 인해 근로자들(원고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고, 근로자들은 이미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체불 임금 사업주확인서’를 발급받은 상태였죠.
문제는 회사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기술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회사 소유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면서 발생했습니다. 이후 부동산 경매 절차에서 기술보증기금이 우선순위 배당을 받게 되자,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이 "이 근저당권 설정은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라며 소를 제기한 것입니다.
2. 원심의 판단: “기술보증기금은 몰랐을 것(선의)”
원심법원은 회사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 자체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수익자인 기술보증기금이 당시 회사가 채무초과 상태임을 몰랐을 것이라며 ‘선의의 수익자’로 인정, 근로자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회사가 이후에도 2년 넘게 영업을 지속하며 이자를 변제했다는 점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3. 대법원의 반전: “수익자가 스스로 선의를 입증해야”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사해행위취소소송의 대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 입증 책임의 소재: 사해행위가 성립할 때 수익자가 자신이 ‘선의(사해행위임을 몰랐음)’였다는 사실은 수익자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 합리적 판단의 기준: 선의 여부는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채무자와의 관계, 처분행위의 경위와 조건, 거래의 정상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칙과 경험칙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4.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이 ‘의심스러운’ 이유
대법원은 기술보증기금의 선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근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 이례적인 담보 설정: 기술보증기금이 보증료 외에 별도의 물적 담보를 설정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 정보 파악 가능성: 기술보증기금법에 따라 공공기관에 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회사의 재산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신용 악화의 징후: 당시 이미 임금 체불이 발생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압류와 압류가 줄을 이었다는 점은 회사의 변제자력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시사합니다.
결국 대법원은 기술보증기금이 회사의 변제자력 문제를 확인하고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 선의의 수익자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맺음말: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려면
이번 판결은 채권자 평등의 원칙을 해치는 담보 제공 행위에 대해 법원이 얼마나 엄격하게 판단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특히 수익자가 기관이거나 채무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몰랐다’는 변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임금 체불이나 미수금 문제로 고민하고 계시거나, 혹은 정당한 담보 설정임에도 사해행위 소송에 휘말리셨다면 초기 단계부터 법률 전문가의 치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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