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분석] 기계가 제대로 안 돌아가는데 ‘완성’이라니요? — 제작물 공급계약의 법리
오늘은 공장 설비나 기계 제작 계약에서 자주 발생하는 ‘공사의 미완성’과 ‘하자의 존재’ 사이의 미묘한 법적 경계를 다룬 판결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0가단57597 판결을 바탕으로, 제작물 공급계약에서 ‘일의 완성’과 ‘하자의 구별’을 중심으로 한 변호사 판례 분석 칼럼입니다.
1. 사건의 발단: 블루베리 착즙 설비의 작동 불능 논란
원고는 영농조합법인의 대표로, 피고 업체와 블루베리 착즙 설비를 제작·설치하기로 하는 납품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설치 후 진행된 시운전에서 착즙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원고는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니 인도의무가 이행되지 않았다"며 계약 해제와 대금 반환을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 측은 "설치는 완료되었고, 발생한 문제는 단순한 하자일 뿐"이라고 맞섰습니다.
2. 핵심 쟁점: ‘미완성’인가, 아니면 ‘하자가 있는 완성’인가?
이 사건의 성패는 해당 설비가 사회통념상 ‘일이 완성된 상태’인지 아니면 ‘최후의 공정을 마치지 못한 미완성 상태’인지 여부에 달려 있었습니다.
도급계약이나 제작물 공급계약에서 일이 완성되었다면, 설령 하자가 있더라도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그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이 아예 완성되지 않은 ‘이행지체’ 상태라면 상대적으로 해제가 용이하기 때문에, 원고는 이 기계가 ‘작동조차 하지 않는 고철’이라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3. 법원의 판단: "하자가 있을지언정, 일은 완성되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 객관적 공정의 종료: 피고는 계약된 설비를 모두 입고했고, 배관 작업 및 시운전까지 마쳤습니다. 법원은 예정된 최후의 공정이 일응 종료되었다면 주요 구조 부분이 시공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 하자의 정도: 감정 결과, 기계의 착즙망이 막히는 '눈 메꿈' 현상 등이 발견되었으나, 이는 필터 방식 기계에서 통상 발생하는 현상이며 세척이나 교체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설비를 운영하지 못할 정도의 근본적인 불능 상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 선행 판결의 존재: 이미 앞선 소송에서 해당 하자를 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약 464만 원)이 산출된 바 있으며, 이는 '보수가 가능한 하자'임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이 사건 설비가 '완성되어 인도되었으나 하자가 있는 상태'에 불과하다고 보았고, 원고가 주장한 이행지체나 이행거절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4. 변호사의 조력: 제작물 분쟁,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기계나 설비 분쟁에서 단순한 불만족이나 부분적 고장만으로는 '계약 해제'라는 강력한 법적 효과를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 도급인(발주자)의 입장이라면, 계약 당시 성능 보증 지표(예: 연속 가동 시간, 정확한 착즙율 등)를 명확히 문서화하고, 시운전 단계에서부터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하자가 '치유 불가능함'을 논리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 수급인(제작자)의 입장이라면, 약정된 공정을 모두 마쳤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발생한 결함이 통상적인 유지보수 범위 내에 있음을 강조해야 합니다.
복잡한 기술적 쟁점이 얽힌 제조 및 건설 분쟁은 감정 결과의 해석에 따라 승패가 갈립니다. 귀하의 소중한 자산과 권리, 유사 사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와 함께 전략적으로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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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철 변호사**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14년 동안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설비를 관리하며 기계엔지니어로 근무했습니다. 현재 기계 소송 전문 변호사로서 기계와 법률을 접목시켜 여러분의 문제를 해결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