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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단수 차단장치 용역대금 분쟁, ‘약정 없는 용역대금’은 어떻게 산정되는가

이두철변호사 2025. 12. 22. 08:51

부단수 차단장치 용역대금 분쟁, ‘약정 없는 용역대금’은 어떻게 산정되는가

1. 사건의 개요 – 약정 없는 장기간 협업, 분쟁의 시작

이 사건은 자동화기계 제작업을 영위하던 개인 사업자(원고)와 부단수 차단장치를 주력으로 하는 법인회사(피고) 사이에서 발생한 용역대금 분쟁이다.
원고는 약 2년 반에 걸쳐 피고의 공장으로 이전하여 부단수 차단장치(폴딩헤드, 천공기 등)의 설계 및 가공 업무를 수행하였고, 피고는 이를 토대로 한국수자원공사 및 지방자치단체에 장비를 납품하였다.

문제는 양측 사이에 설계·제작 용역대금, 산정 방식, 공과잡비이윤 등에 관한 명시적인 계약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고는 총 용역대금 중 상당액이 미지급되었다며 약 2억 원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이미 상당 부분을 지급하였고 추가 지급 의무는 없다고 다투었다.

*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5가합1461호 사건과 그에 대한 항소심 대전고등법원 2016나16403호 사건의 실제 사례이다.


2. 1심의 판단 –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이라는 기준

제1심 법원은 이 사건의 핵심을 ‘약정이 없는 용역대금의 산정 기준’으로 보았다. 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단가나 총액에 대한 합의가 없는 이상,

  • 실제 수행된 업무의 내용
  • 투입된 노동력과 기간
  • 사용된 설비
  • 기술자의 숙련도

등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산정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법원은 감정인을 통해 원고의 작업 기간(약 30개월), 1일 노임단가(고급기술자 기준), 실제 작업일수 등을 산정한 뒤, 설계·제작 대금을 약 3억 원 수준으로 인정하였다. 다만, 원고가 주장한 ‘공과잡비이윤’ 부분에 대해서는 이를 지급하기로 한 합의나 관행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그 결과 1심은 약 9,100만 원 상당의 추가 지급 의무만을 인정하였다.


3. 항소심의 쟁점 – 감정 방식의 전면 재검토

항소심에서는 양측 모두 불복하였다.
특히 항소심의 핵심은 용역대금 산정 방식의 적정성이었다. 항소심 법원은 1심 감정에 더해, 「엔지니어링사업대가 기준」을 준용한 보완 감정을 다시 실시하였다.

항소심 감정은 용역을

  • 설계 용역
  • 가공 용역

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각각에 대해

  • 실제 설계도면 수와 크기
  • 설계 소요 시간
  • 가공시간, 자동가공 비율
  • 시간당 가공비(장비 감가상각 포함)

등을 세분화하여 산정하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계산 착오와 과다 산정 부분이 수정되었고, 특히 가공 공정 중 피고가 담당한 부분은 원고 용역에서 제외되었다.

그 결과 항소심은 최종적으로 인정되는 미지급 용역대금을 약 8,200만 원으로 조정하였다.


4. 법원이 일관되게 본 기준 – “약정 없는 용역은 증명 싸움”

이 사건에서 1심과 항소심이 공통적으로 확인한 법리는 명확하다.

첫째, 용역대금에 관한 명시적 약정이 없다면, 법원은 청구액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감정은 단순 참고자료가 아니라, 실제 작업 범위와 책임 주체를 가르는 핵심 증거가 된다.
셋째, ‘공과잡비’, ‘이윤’과 같은 항목은 합의나 거래 관행이 입증되지 않으면 인정되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은 “얼마나 일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어디까지, 누구 책임으로 수행했는가”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증명했는가의 문제였다.


5. 실무적 시사점 – 장기 협업일수록 계약이 필요하다

이 판결은 제조·설비·엔지니어링 분야에서 흔히 발생하는 ‘구두 협업’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장기간 함께 일했더라도,

  • 단가
  • 산정 기준
  • 포함·제외 공정
  • 부가비용

이 문서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분쟁 시 법원은 객관적 기준에 따라 냉정하게 재산정할 수밖에 없다.

용역대금 분쟁은 감정, 기술자료, 공정 분담 관계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계약 단계에서의 예방뿐만 아니라, 분쟁 발생 시에는 초기부터 구조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법률 대응이 결과를 좌우한다.


6. 맺으며

이 사건은 “일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약정 없는 용역대금 분쟁에서는 증거, 감정, 그리고 법리의 구조적 이해가 핵심이다.
관련 분쟁을 겪고 있다면, 단순한 금액 다툼이 아니라 법원이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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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철 변호사**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14년 동안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설비를 관리하며 기계엔지니어로 근무했습니다. 현재 기계 소송 전문 변호사로서 기계와 법률을 접목시켜 여러분의 문제를 해결해 드립니다.